여행을 추억하다 #2-16. [뉴질랜드] 크롬웰에서 와인 축제를 만나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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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마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크롬웰로 향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퀸스타운이었지만, 어차피 자동차는 다음날 오전까지 반납하면 되었으므로 이날은 운전 시간도 줄일 겸 퀸스타운에서 가까운 도시, 크롬웰에 묵기로 했다.


크롬웰에서 머문 숙소는 Lake Dunstan Motel이었는데, 이곳은 우리에게 2가지 행운을 선사했다.

숙소 무료 추가
우리는 아고다를 통해 4인용 숙소 1개를 예약했는데, 이 모텔은 3인 숙박까지만 가능했나보다. 예약을 한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아고다에서 전화가 와서 자초지종을 한참 설명하더니 무료로 방 1개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했다.

숙소 예약 웹사이트에서 가격 공지를 실수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보통은 해당 숙소에서 예약 확인 후 가격을 정정한 메일을 보내며 예약을 취소할지에 대한 여부를 묻지만, 이 모텔은 즉각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

Cromwell Wine & Food Festival
숙소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위해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도중 종이 밑에 깔린 전단이 보였다. Cromwell Wine & Food Festival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날짜를 보니 당일, 그것도 마침 현재 진행중이었다. 주인아저씨께 와인 축제에 대해 여쭤봤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짐을 풀고 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장소도 설명해주시고, 심지어 축제 장소인 Old Cromwell Town Historic Precinct로 태워주셨다.


축제 장소에 도착 후 입장료를 내고 와인잔을 받았는데, 이 잔을 들고 여러 부스를 돌며 와인을 골라서 사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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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보이는 천막이 모두 근방에 위치한 와이너리 부스로, 부스마다 4~5가지 종류의 와인을 팔고 있었다. 하나하나 맛보면 엄청 많은 와인을 시음할 수 있지만, 한 잔당 NZD $5(약 4,000원) 정도 했기에 각 부스에서 특이한 이름을 가진 와인을 골라 마셨다.

제일 맛있었던 건, TOSQ의 Flora였다. Gewurztraminer랑 Semillon이 블렌딩 된 와인인데, 복숭아 향과 꽃향기가 나면서도 새콤함과 묘한 짭조름함이 느껴졌다. 센트럴 오타고는 피노 누아로 유명한데 여행을 하다 보니 의외로 게뷔르츠트라미너를 키우는 곳이 꽤 있었고, 와인 품질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뉴질랜드 와인은 보통 피노 누아 또는 소비뇽 블랑인데 게뷔르츠트라미너가 혼합된 와인도 수입하면 좋을 것 같다. 남편이 선택한 TOSQ의 로제도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 맛이라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추천해 드릴 만하다.



뉴질랜드의 명물 녹색 잎 홍합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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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라 써놓고 김밥을 팔고 있던 부스

나의 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안주를 다양하게 사지 못했지만, 홍합, 김밥, 바비큐, 피자 등을 와인 안주로 팔고 있었다.

뉴질랜드 녹색 잎 홍합은 관절에 좋아 유명하고 특히 오클랜드에 있는 The Occidental은 오클랜드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뉴질랜드의 조리법 자체가 좀 느끼한 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합 요리는 한겨울 밤에 소주와 함께 먹는 담백한 홍합탕, 또는 혀와 입술이 얼얼해져도 계속 먹게 되는 신촌 완차이의 매운 홍콩 홍합이라 그럴지도.

로고가 새겨진 이 와인잔은 집에서 달콤하거나 도수가 높은 와인을 마실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따스한 햇볕 아래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소풍. 이 잔으로 술을 마실 때마다 행복한 그때가 떠오르는 건 덤이다.

다가오는 와인 축제는 2019년 1월 5일로 예정되어 있다.


여름의 크롬웰은 와인 축제 이외에도 체리 축제, 철인 3종 경기 등의 이벤트가 열리고, 가을에는 과일 산지로 유명한 도시답게 신기한 과일들이 대형 마트에 진열된다. 또한 퀸스타운에는 대형 마트가 없으므로 퀸스타운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면, 미리 크롬웰에 들러 마을을 구경하고 장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돌이켜보면 이 여행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참 많았다. 4박 동안 1,200km 이상 돌아다녔고, 차에 타고 있었던 시간을 합하면 17시간은 족히 넘을 것 같다. 두 부부 모두 평소 여행 취향은 한곳에 머물러 여유를 즐기는 것인데, 함께 한 첫 여행이라 욕심을 부린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취향을 모른 채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동차 여행은 음악이 필수다. 우리는 한 명만 로밍 서비스를 신청하고 테더링으로 데이터를 공유했기에 음원 스트리밍을 쓰기에는 데이터가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각자 휴대폰에 담긴 곡을 번갈아 가며 틀었는데 다들 취향이 비슷하면서도 또 달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따로 음악을 준비해서 온 게 아니다 보니 분위기가 처지는 음악이 나올 때도 있었고,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 지겨워지기도 했다. 만약 또 장거리 운전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땐 출발 전에 여행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부터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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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불러주셔서 달려왔습니다....ㅠㅠ
저런 분위기에서의 로제라니.. 아 뭐죠.. 볼 위로 흘러내리는 건... 또르르.
홍합구이랑 피자가 진짜 침 나오게 만드네요. ㅠㅠ 햇살까지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언젠가 등장 할 @songvely님의 뉴질랜드 여행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요 보고있다마다요 ㅎㅎ
뉴질랜드의 게부르츠트라뮈너는 독일산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네요. 홍합하고의 마리아주또한 멋질것 같은.... 츄릅~
(잠깐만 나 오늘은 금주해야되는데...)

ㅎㄷㄷ 글을 쓰자 마자 오셔서 깜놀. 금주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 글쓰고 있었는데 mention 노티가 떠서 알았어요 ㅎㅎ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즐겁게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 여행기 쓰다 보니깐 자꾸 다시 가고싶네요.

와인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정말 축복의 날 이었겠는데요.
사진만 봐도 분위기가 좋아 보여요 ^^

:) 단 하루인 축제에 운 좋게 가게 되어서 엄청 신났어요 ㅋㅋㅋ 게다가 며칠간 사람이 없는 곳만 돌아 다니다 와서.. 간만에 사람 구경도 실컷 한듯 해요 ㅋㅋ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닌데 와인축제 날에 딱맞춰 도착하시다니! 역시 오늘의 주제어는

하늘은 와인을 좋아하는 자를 돕는다

가 맞는것 같네요. 하늘님이 언제 뉴질까지 가서 도우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즐거우셨을거 같아요! :D

아 글고 그때 갔을때도 녹색홍합 정말 질리도록 먹고왔는데! 먹고싶네요!! +_+

저는 여기서 계속 이미 삶아져 진공 포장된 녹색 홍합만 먹어서 인지 ;ㅂ ; 푹 익히지 않은 야들야들한 한국 홍합이 먹고 싶어요.
와인 축제 날에 딱 저 곳에 머물렀던 건 정말 신의 한 수인 듯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공포장 ㅠ_ㅠ 아아 그건 좀 슬프네요. 아부다비쪽은 날것으로 된 해산물이 많지 않은가봅니다 흑흑;;

새우, 게 이런건 한국이랑 비슷하게 보이고, 오징어는 안 싱싱해 보이고 작긴 하지만 있긴 한데요, 석화는 프랑스에서 비행기 타고 오시고.. 프랑스에서 비행기 타오 오신 생 홍합님도 있었지만 가격이 무서워서 지나쳤습니다. 한국에선 홍합 한봉지에 3000원 쯤이면 샀던 것 같은데, 여기 뉴질랜드에서 온 홍합 팩 1kg짜리가 13,000원쯤 해요 :( 게다가 녹색 홍합은 껍질도 무거워요!! ;ㅂ ;

으으윽... 무슨 말씀인지 알것 같아요. 아부다비는 해안에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에서 해산물 수확을 할 수가 없는 동네인가보네요;;
굴은 비행기를 이용하시고 홍합 한팩에 13000원이라니.(말씀대로 껍질 무게가 3/4쯤 되겠네요ㅠㅠ) 무시무시 합니다 +_+
한국이나 해산물 풍부한 해외 나오실일 있으면 많이 드시고 가셔야 겠어요 ㅠㅠ

여기서 잡히는 물고기도 있고 게도 있는데 제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찬물에서 놀던 애들이 좋더라구요. ㅋㅋ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기 알러지가 있어서 한국 가면 질리도록 해산물만 먹고 오긴 해요 :D

으으윽...(한번 더) 고기 알러지까지 있으시다니! (찬물에서 노는) 해산물이 정말 그리우시겠어요!
써니님께 한국 나올 일이 자주 생기시길 기도기원 하겠습니당 :D ㅋㅋ

아, 저런 축제는 저도 참가하고 싶어요. 사진만으로도 분위기가 느껴져요. 다른 축제 현장과는 조금 다르게 한적하면서도 유유작작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소름...

하늘은 와인을 좋아하는 자를 돕나 봅니다. :D

ㅋㅋㅋㅋㅋㅋㅋㅋ 노린 건 아닌데 틀린 말도 아니네요. 근데 유유작작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아, 죄송해요. 유유자적(悠悠自適)인데... 제가 혼동해서 사용했습니다. ㅋㅋㅋㅋ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작작먹으라는줄..

제가 친한 친구들에게도 그런 말 잘 안하는 사람입니다. ㅠㅠ 와인은 사랑입니다. 저도 지금 나머지 3/4을 거의 다 마셔가는 중입니다. ㅋㅋㅋ

유유작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인 드시면서 작성하셨나봐요?! 부럽습니다아아아아 ㅜㅜ

네, 마트에서 저렴한 와인 골라서 스테이크 사다가 일요일에 저녁으로 집에서 직접 먹었었답니다. 그리고 저 댓글 작성하던 어제 저녁에는 남은 와인 마시고... 오늘 저녁도 퇴근 길에 스테이크 사와서 또 와인이랑 먹었어요. 스테이크 숙성이고 뭐고, 오늘 같은 날은 고기로 스트레스 풀어야 합니다. 저렴한 와인을 주로 마십니다.

전 사실 누가 돔페리뇽 샴페인 선물로 줘도 고마워, 그리고 나름 음미하면서 마시려는데 제 입맛이 워낙 싸구리라서 좋은 알겠는데 구분도 잘 안가고 그냥 맛있게 잘 마십니다. 와인도 웬만해서는 다 입맛에 잘 맞는 타입이라서... 마트에서 산 와인도 잘 마시고, 선물해주는 가격 나가는 와인도 그냥 마시고... 제게는 거의 비슷... ㅠㅠ

그러니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세요. 아, 퇴근 못하시고 일하시느랴 그런 여유로움이 부러우신거였구나. ㅠㅠ
토닥토닥~ 힘내세욥~

전 술은 누가 사주거나, 누가 선물로 준 술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 뭐든지 ! 그래서 좋은 술이든 안좋은 술이든 기뻐하면서 마십니다. ㅎㅎ 요새는 술마시는 즐거움을 못 느끼고 있긴 하지만요 ㅠㅠ 그나저나 오늘 저녁으로 스테이크와 와인을 드셨다니..... ㅠㅠㅠ

전 술은 누가 사주거나, 누가 선물로 준 술이 제일 맛있더라구요 ! 뭐든지 ! 그래서 좋은 술이든 안좋은 술이든 기뻐하면서 마십니다.

맞아요. 누구나 다 같은 마음일겁니다. ㅋㅋㅋ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만 칼퇴하고 유유자적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겨서요. 그냥 미안해지네요.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올해만 이렇게 살려고요. 내년에는 바빠질 것 같아요. ㅠㅠ

앗, 미안해하지 마세요 ㅠㅠ 매우 많이 부럽긴하지만, 누구라도 칼퇴를 한다면 전 대리만족하는 기분으로 매우 기쁩니다 :D 그리고 저도 할거예요. 칼퇴! 언젠간...!

지금 하시는 업계의 일을 하시면서 칼퇴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언젠간 칼퇴하시게 되겠죠. 그 때까지는 또 열심히 경력도 쌓으시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셔야 되니깐요. 응원합니다. 건강은 잘 챙겨가면서 일하세요. 파이팅!

오늘 칼퇴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일에 집중을 못해서 그런지 일찍 일이 끝날것도 같네요. 지금 분위기를 보니. ㅎㅎ 하늘님이 칼퇴를 응원해주셔서 그런걸까요? :D

술을 한 번에 많이 못마시니 한 일주일 정도 천천히 즐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ㅁ+

이런... 여행 가시게 되면 RU21이라도 챙겨 가셔야..

전 술을 많이 못마시니 녹색 홍합구이가~~~
넘 맛나겠네요^^ㅋ

앗 술을 많이 못 드신다니!! +_ + 꽃과 함께하는 가녀린 여성 분을 상상하게 하시는군요...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팔로우하고 갈께용 :)

감사합니다 :)

전 침만 꿀꺽꿀꺽 삼키면서 그린쉘과 와인의 마리아쥬 상상하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쩜 도착한 날이 딱 와인축제와 맞았을까요? 역시 하늘의 뜻이라고밖에 표현을 못하겠어요 :D

그렇죠!! >ㅂ < 게다가 다른 숙소에선 발견 못했을 수도 있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하늘의 뜻인데 이상하게 @flightsimulator님이 계속 소환되네요.

ㅋㅋㅋㅋㅋ 하늘님 어디계시나요오오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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