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생각하는 나
나는 스스로 표현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다. 나는 명확한걸 좋아한다. 감정은 모호하다. 사람따라 같은 감정도 다르게 느낀다. "사랑"이라는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해석이 붙어있는지를 생각해보라. 모두가 자신이 느끼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해 안달난 사람처럼 자신만의 해석을 내비친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해석이 없다. 나는 감정 자체가 메말랐다. 나에게는 이유가 중요하다. 왜 그 감정이 유발되었는가와 그 감정을 표현한 배경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가족애도, 숭고한 감정이 아니라 생물적 본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명확한 메세지에 집중한다. 표현에 담긴 모호한 감정 대신,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하지만 명확한 메세지라는게 무엇인가? 우선, 내가 명확한 메세지에 집착하는 것도, 무언가의 영향일 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메세지를 표방하여도, 객관적인 메세지에 대한 집착은 주관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주관에서 시작한 객관이 얼마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우연히 한국에 태어나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한글, 내지는 한국어로 메세지를 전달한다. 언어에는 구조가 있다. 내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한글의 문법을 따르기 마련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위해 한글에서 어휘를 차용한다. 다른 언어권에 살았다면, 내 표현은 달랐을 수 밖에 없다. 언어 뿐만이 아니다. 나는 내가 교육 받은 개념들을 활용한다. 모두가 나와 같은 교육을 받은게 아니니, 같은 것에 대한 표현도 다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객관적인 메세지도 해석의 단계에 이르면 수용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객관적 메세지란 불가능하다.
내 사상에 대한 해석을 보아도 이는 명확하다. 내 스스로는 내 사상을 굉장히 차갑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기계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은 그저 그렇게 인격이 형성되었을 뿐이며, 그 사람이 특별히 고결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운이 좋은 사람이다. 같은 맥락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이도 어쩌다보니 악인이 되었을 뿐이다. 그 사람이 특별히 사악한 인간인게 아니다.
이러한 내 사상을 누군가는 허무하다고 한다. 인간만의 고결한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 없이 어떻게 살아가냐고 한다.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여러번 내놓아, 여러분들에게 식상할 정도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내 사상이 지나치게 차갑다고 하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는 악행을 바이러스에 걸린 컴퓨터의 오작동과 동일선에 놓고 보는 내 사상을 따뜻하다고 해석한다.
장황한 설명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 부분도 다르다. 나에게는 내가 동원하는 모든 비유와 정보, 표현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그 메세지를 표현하기 적합하다는 이유로 사용했을 뿐인 비유, 정보, 표현. 하지만 수용자의 입장은 다르다. 누군가는 내가 제시한 비유, 정보, 표현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내 메세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표현은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남기기도 한다.
여기까지 써내려놓고 보니, 조금은 알겠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쓴 것 자체가 하나의 표현이다. 당연한 일을 이토록 횡설수설하며 서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표현인 것이다. 사랑은 생물적 본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주장을 내놓게 된 계기, 그건 철저히 주관적이다.
누군가는 내가 지금 쓴 글에서, 글에서 나타난 문장 이상을,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썼는가를 읽어낼 것이다. 그 해석은 정확할 수도,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 주관에 대한 해석에 대한 내 해석은 주관적인가, 객관적인가? 나는 내 의도에 대해 알고 있으니,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객관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주관일 뿐인가?
역시 글은 좋다. 덤블도어가 자신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기억들임에도 펜시브를 이용해서 생각을 정리하듯, 나도 내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 생각을 꺼내어 놓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하지만 생각이라는건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게 아쉽다. 철저하게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으니, 여러분들의 주관적인 해석이 내 의도에 부합하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며칠만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그리우셨나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먼저,,네, 그리웠습니다. 항상 좋은 글로 즐거움을 주시는 김리님,,,
표현이 서툴고 모호한 감정은 싫고 장황하지만 명확한 걸 좋아한다. 저의 경우에는 튀는 생각과 감정들이 주변으로 부터 여러번 정을 맞아 둥글하게 되고 나니, 비슷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 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공간은 가족뿐이죠.
저희 아버지께서 너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은 너가 말하는 너가 아니라 주변에서 하는 말하는 너가 그것이다. 대부분 자신은 자신을 보지 못하고 많은 경우에 그 안에 숨는다. 라고 하시며 "항상 주변의 비판에 너그러워라"라고 당부하셨죠. 하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면 저도 아이에게 같은 말을 해줄수 있을 련지.. 힘이 나는 아침입니다.
주변의 비판이 꼭 정확하진 않겠죠. 하지만 그걸 가려듣는 것도, 주관에 의한 판단일 수 밖에 없으니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맞습니다. 믿고 듣는 비판을 해줄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하겠죠. 단, 역사에서는 이런 친구를 끝까지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변하는 사람이 누구이던간에...
신뢰하되 점검하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감사합니다.
거의 1주일(?)만에 김리님을 뵙는군요. 웰컴백!
롱 타임 노 씨.
원어민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재 ㅋㅋㅋㅋㅋㅋ
원어민인 줄... 22
인격도 타고나는것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기들만 봐도 알수있어요 ㅋㅋ
선천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인종차별의 근거가 된다는 이유로, 선천론을 막연히 부정하는 분들도 계시죠. 객관적인 사실이, 이를 활용하는 주관에 의해 변질되었을 뿐인데 말이지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입니다!!
타인의 애매모호한 글이나 심플한 메시지나 모두 다 읽는 사람의 이해의 그릇 크기 만큼 읽기 마련입니다
객관과 주관을 넘나드는 샘의 글을 자주 접하는 것이 그런 사람들에게 지적 만족감을 줄 겁니다
아침 차 한 잔 마시며 색다른 샘의 글을 읽어봅니다
봄날 더욱 건강하시길 빕니다
올 겨울이 유달리 추웠던만큼 봄이 더욱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뽀엠므님도 즐거운 봄날 이어가시기를.
그리웠습니다!!!!!!!!!!
왜 이렇게 뵙는게 어려운거죠?!!
이렇게 늦게오는거보면 악하십니다!
쉬는 동안도 항상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 사우론이 악하니 저도 악한가요? ㅎㅎ
와우 ㅋㅋㅋㅋ 지켜보고 있다는 말씀에 악한건 취소해드립니다 ㅋㅋㅋㅋㅋ 그리운만큼 또 글 열심히 써주실거죠?
망드립 죄송합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오 좋습니다 ㅋㅋㅋㅋ👍👍
스스로를 돌아보면 언제나 한 없이 작아집니다. 그런데 남들이 나를 보면 나는 또 얼마나 작아져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저를 작게 안보고 무한정 크게 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용기가 났고 힘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주관에 몰입해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잘 보고 생각 많이 하고 갑니다.
응원합니다.
언어의 한계이죠.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정리하는 것 보다 글로 표현할때 더 명확히 정리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명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리는 되더라구요.
아직 스팀잇에 들어온지 긴 시간이 지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알아가는 분들의 글 스타일을 대부분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kmleea님의 글은 제게 좀 어렵더라구요.
하지만 글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의 깊이는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kmlee님의 진지한 생각이 느껴지네요.
저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생각의 주체는 나이고, '남이 생각하는 나'의 생각의 주체는 남이다,라는 생각만 드네요.
그리곤 더 이어가지 못하는 건 제 필력의 문제겠죠?ㅋ
두가지 생각 모두 주체가 뚜렷하니, 어느 하나가 객관적인 시각일 순 없는거겠죠.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Very nice post @kmlee! lots of people who want to share and build communication, but they sometimes find obstacles in doing it all, like me for example who needs the help of google translate to do the communication with you...
I hope Google did its job.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