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도 못 한 인간

in #kr-philosoph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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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히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다. 인간이 모든 종 중에 특별한 종이라는게 아니라, 인간은 인간종의 최대이익을 위해 인간을 제외한 종을 필요에 따라 착취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물종 다양성 보존에 찬성하는 이유도 하나 뿐이다. 동물의 입장따위는 관심 없다. 생물종 다양성 감소는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도 피해가 되기에 방지해야 할 뿐이다.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동물실험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해가 되지만 않는다면.

애완견을 바라보는 내 시각도 마찬가지다. 애완견은 철저히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철저히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 위해서 애완견의 정신상태도 중요하다.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게 애완견의 용도라면, 애완견의 정신적 안정감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존재가 남에게 안정감을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얼핏 차가운 내 시각은, 누구보다도 반려견에게 따뜻한 시각을 보내는 강형욱과 겹친다.

반려견 훈련사인 강형욱의 손은 흉터로 가득하다. 강형욱은 강아지를 혼내는걸 싫어한다. 강아지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그의 손에 가득하다. 그는 산책 중에 목줄을 짧게 잡고 팽팽하게 잡아당겨서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모양새가 되는 산책도, 강아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일체의 억압을 지양한다.

짖는게 문제가 아니라, 왜 짖는가가 문제에요.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강형욱의 의도는 명확하다. 많은 개들은 인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개량되었다. 본능적으로 영역을 지키려 들고, 타인을 경계한다. 그래서 외부인을 보면 짖는다. 현대의 반려견에게는 맞지 않는 행동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지킬 필요가 없다.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강형욱은 반려견을 안심시킨다. 외부인이 접근한다고 해도 주인이, 자신이 다칠 일은 없다는걸 알려준다.

나와 계기는 다르지만 "왜?"에 집중한 결과 비슷한 결론을 찾아낸 것 같다. 그게 신기하기도, 사랑으로 그 실천적인 교육지침을 끌어낸 강형욱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강형욱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번씩 본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강형욱의 교육지침을 반려견에게 한정 짓지 않고 아동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동의 문제행동을 교정의 대상으로만 볼게 아니라, 문제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아동의 입장을 떠나서 효율을 따져도 문제행동을 억압만으로 쉽게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빨리 안 와?

우리는 길거리에서 아동의 팔을 잡아 끄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더 나아가, 길거리에서 아동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는 부모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식당에서 뛰어다닌다고 뺨을 때리는 부모도 보았다.

한쪽에서는 기르는 애완견에게도 소리를 지르지 말고 목줄을 잡아끌지 말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고 팔을 잡아끈다. 개팔자가 상팔자인가, 아니면 인간이 개만도 못 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가. 거친 훈육법을 가진 부모가 나쁜 부모라는건 아니다. 아이들이 버릇 없이 굴도록,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부모들이 아동에 대해 더욱 높은 수준의 이해를 가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회는 부모들에게 아동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여유를 제공하길 바란다.


공기가 사나운데 목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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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see you put a lot of time into this post. It payed off.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늘상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가끔 있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찜질방에 쉬러 갔는데 5-6살 정도 되는 여자애를 차렷자세로 세워놓고 아빠란 사람이 어찌나 같은 말 반복하면서 일장 연설을 하는지. 큰소리로 '빨리 벗어, 빨리 옷 홀딱 벗어, 니가 아무렇지 않아 했잖아, 빨리 벗어...' 이거의 무한 반복. 거짓말 전혀 안 보태고 저말만 거의 30-40번 정도는 반복 했던거 같습니다. 아이는 계속 잘못했다고 울먹이고. 정말 아빠놈을 때려주고 싶더라구요. '이 미친놈아 그만좀 해' 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벗으란 말이 정황상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쁜 의도는 아녔습니다. 애가 어쩌다 보니 남들 앞에서 옷을 벗었는지 어쨌는지, 올바른 성관념을 혼쭐을 내서 심어주겠다는 느낌이었던거 같은데, 정말 거지같은 방법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불쌍하더라구요.

그 장면이 기억속에 너무 안좋게 남아 문득 생각이 났네요. 저도 제 딸아이를 최대한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는지 늘 돌이켜봅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

요즘 정말 미세먼지가 최악입니다. 김리님도 목 건강 조심하세요 :)

방치나 물리적인 폭력보다는 차라리 낫다 싶네요... 정말 너무 안 좋은 꼴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세계님은 가족과 떨어져 계신 기간도 있다보니 따님을 더욱 격하게 아끼고 계실 것 같습니다 ㅎㅎ

말씀을 듣고보니 그러네요.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영화같은 현실도 많으니까요.

떨어져 있었던 기간도 있고 외동 아이다보니 나름 격하게 아끼기는 하는거 같습니다 ㅎㅎ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대견하더라구요 >_<

제 조카는 지난 주에 돌이었어요! ㅎㅎ

넘넘 깜찍하겠네요. 축하드립니다! ㅎㅎ

어.. 저 토요일에 친구 딸 돌잔치갔는데. 아 그 친구는 남동생이 없군요. 안심입니다. (왜 안심이지..)

제가 오빠에요.

그분 오빠는 없으시겠죠ㅋㅋㅋ

맞아요. 사실 부모도 처음에는 그런 의도가 없지만, 제재를 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를 지나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도를 넘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더군요.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투입되는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보니 '오해'가 생겨나기도 해요. 조금 더 아이들이 푸른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에는 "개인의 울타리"를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가 무자비할 정도로 관용이 없기도 하기 때문에 ..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 아이들이 "왜"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생각보다는 "시끄럽고 얘기하는데, 밥먹는데 피해를 주잖아" 생각이 먼저 앞서게 되는 세상이니 ... "노키즈존" 등으로 아예 피하고 방지하는걸 택하기도 하죠

예시야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지만, 단지 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혼내기도 하죠.

교육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일중에 하나죠..
때론 자애로움이 필요 하기도 하고
따로는 엄한 훈육이 필요 하기도 하구요..
더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는 중용의 자애도 필요 하구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이든 애완견이든 사랑으로
대할수 있다면 무엇보다 좋으리라 여겨집니다
모든 만물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다만 인간이 필요에 의한 만큼만 취한다는
조건하에서요
욕심때문에 동물이든 자연이든
파괴를 시킨다면 악이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이를 망가뜨리는 부모도, 다 사랑하기에 그러는거라지요.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엄격한 올바른 훈육도 함께요^^

정말공감가네요 인간은 존중 받아야 하지 않을까용 아이들조차도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네요

얼마 전 '부모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육제도가 잘 되어있지만 이부분에 있어서는 좀 부족한 것 같네요.
부모들도 부모노릇이 처음인 경우 잘 알지 못할 겁니다. 특히 첫째를 기를 때는요... 아동학과 더불어서 아동심리 및 교육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수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물며 강아지 키우는 법도 그리 잘 알려져 있는데 말이죠;

맞습니다. 출산지원정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을게 아니라, 이미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아이를 바르게 키워낼 수 있도록 돕는게 우선이지요.

애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한때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유행했지요. 그런데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가 높은가봐요. 짐승게겐 배푸는 아량을 인간에겐 못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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