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참여] 소설 "죽비" 1장 (feat. @kmlee님의 이벤트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
이름을 써주신 @tata1 님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브리입니다. @kmlee 님께서 글쓰기 이벤트를 개최하셨는데요. 무려 총상금이 150스팀입니다!! 저도 상금에 눈이 멀어 이번 이벤트에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ㅎㅎ
글의 주제는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글을 써주시면 되는데 토론, SF소설, 영화평, 독후감 등등 어떤 형식이든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태그는 반드시 kr-philosophy를 넣어주셔야 하고요.
참가 횟수도 상관이 없고, 마감 날짜도 아직 미정입니다. 이미 참여하신 분들도, 아직 참여 안 하신 분들도 함께 즐겁게 참여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범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를 고민해본 결과, "소설"을 쓰기로 했답니다. ^^;; 글이 길어져서 총 4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0^
@kmlee 님의 이벤트 원글:
[이벤트]망상이 현실로; #1.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 - 총 상금 150 스팀
@kmlee 님의 이벤트 힌트 글:
[이벤트]실마리 #1. 예언 시스템의 난제
소설: 죽비
1장. 범죄자가 되는 걸 막아드립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다 읽어보신 거죠? 신체 상해 부분도 변호사하고 검토 마치셨고요?"
"네."
"비밀 서약에도 서명하셨죠?"
"네."
지금 보고 계시는 거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곳의 분위기 때문인지, '선생님'이라 불리는 그의 아우라 때문인지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꼼꼼하게 한 장, 한 장 서류를 넘겨가며 서명이 하나라도 빠지진 않았는지 살펴보던 그는 상민을 힐끔 곁눈질하며 말했다.
"아시겠지만 이 일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거라서요. 절대로 밖으로 비밀이 새어나가면 안 되거든요. 좀 너무한다 싶으시겠지만, 다 절차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네."
상민은 그가 서류를 확인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책상 위를 둘러봤다. 책상 위의 연필꽂이에는 볼펜이 몇 자루 꽂혀있었고, 그 옆 명함꽂이에는 명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얀 바탕의 명함에는 이름이나 회사명 같은 다른 정보는 없이, 한 가운데에 빨간색으로 이제는 익숙해진 이곳의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서류확인이 다 끝났는지 그는 드디어 서류들을 책상 앞에 내려놓고, 양손을 깎지 끼어 그 위에 올려놨다. 둥근 안경테, 둥근 얼굴. 그의 모든 것이 둥글둥글해 보였다. 심지어 옅은 미소까지도 동그라미 같았다. 그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이게 무슨 프로그램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오셨겠죠? 비밀 서약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알려드리지 않으니까요. 아무것도 안 알려주면서 그렇게 어마어마한 비용을 내라고 하니, 처음엔 사기인가 싶으셨죠?"
동글동글 온화하게 미소 짓는 그를 보면서 상민은 이게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정확히 뭘 하는 건지 전혀 알려주지 않으면서도 먼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상민이 돈을 내야 하는 거였다면 진작에 그만뒀을 것이다.
상민이 대답이 없자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그보다 저도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저희 <마음 관찰 명상 센터>는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됐나요? 특히 이 프로그램은..." 그는 자신의 손 밑에 깔려 있는 비밀 서약 서류를 눈짓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등록하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누나가 등록해줬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는 마치 그 대답으로 모든 게 다 이해가 됐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주로 가족분들 손에 이끌려 오시지요. 이러다 사람 하나 잡겠다, 싶어 걱정이 크시니까요. 비용도 다 지불하셨고, 비밀 서약에 서명도 하셨으니 그럼 이제부터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리도록 하지요.
우리는 왜 화를 내는 걸까요? 그러니까..."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갔지만 상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걱정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러다 사람 잡겠다. 너 왜 그러니?"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애?"
상민은 짐짓 아무 죄도 없다는 듯 목소리를 키웠지만, 누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누나는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수미가 파혼하겠다더라. 그러라고 했다."
"누나아~!!"
상민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파혼이라니. 파혼이라니!
"누나아 하지 마. 너 같으면 자기한테 차 가지고 돌진하는 그런 놈이랑 결혼하고 싶겠니?"
"수미한테 그런 거 아니었어. 그 옆에 있던 놈이..."
"'그 옆에 있던 놈'이 아니고, 사촌오빠라잖아!"
누나는 이를 앙다물며 화를 가라앉히려는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사촌오빠라잖아. 바람피운 게 아니라."
"그걸 내가 알았냐고. 무슨 사촌오빠랑 그렇게 친하게 히히덕거려?"
상민의 뇌리에는 아직도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 거리던 두 사람의 모습이 선명했다.
그 말을 듣고 누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톡 쏘았다.
"그렇다고 차를 가지고 사람한테 돌진하니?"
상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순간에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좀 부끄럽긴 했다.
"... 막판에 핸들을 꺾긴 했어."
"자랑이다."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막판에 핸들 꺾었으니 그쪽 차만 반파되고 끝났지, 안 그랬으면 너는..."
상민은 수미의 옷차림이 얼마나 야했는지, 그 둘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있었는지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을 봤다면 누구라도 오해할만한 상황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차 수리비며, 차에 부딪힌 것도 아닌데 지 혼자 놀라 나자빠져서 다친 그 사촌오빠라는 새끼의 입원비, 정신적인 손해 배상,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소문내지 말아달라는 입막음 비용 등등 이 모든 걸 이번에도 누나가 다 해결해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머리도 비상하고 사업수완이 좋았던 누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2배가 넘게 키워왔다. 돈도 벌만큼 벌고, 남편은 아내밖에 모르고, 자식은 속 한번 안 썩이고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누나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말썽만 부리고 다니는 다혈질 띠동갑 남동생 상민이었다.
누나 회사에 이사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상민이 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잦은 상민은 폭력성향까지 함께 있어서 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 다녔다. 욱해서 사람을 패고, 물건을 던지고, 집기를 부수고... 지금까지 누나가 돈으로 무마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래. 아버지도 일이 바쁘셔서 부모님 정을 못 느껴서 그래. 누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며 동생을 다독였지만, 이번 수미 사건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드디어 참하고 예쁜 아이를 만나 가정을 꾸리려나, 가정이 생기면 저 지랄 맞은 성미도 좀 고쳐지려나 했는데 차를 가지고 돌진하다니. 이대로 놔두다간 자기가 손을 쓸 겨를도 없이 하나뿐인 동생이 범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자, 이거 받아."
"이게 뭔데?"
상민은 누나에게서 작은 빨간 편지봉투를 건네받았다. 봉투를 열자 그 안에 하얀 엽서 크기의 종이가 나왔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이 <마음 관찰 명상 센터>라는 글씨만 쓰여있었다. 뒷면으로 돌리자 흰 종이 한가운데에 빨간색으로 문장이 한 줄 적혀 있었다. 그 밑에는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예약번호가 있었다.
"그게 예약 번호야. 내가 등록도 다 해놨고 약속도 잡아놨으니까, 넌 그냥 가기만 하면 돼."
상민은 종이를 앞뒤로 뒤집어 봤다. 그 글귀 외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이게 뭔데 그래?"
"너 그 욱하는 성미를 고쳐줄 곳이야."
"누나, 명상은 뭐고, 이건 또 무슨..."
"군소리 없이 그냥 가." 누나의 목소리가 이례적으로 착 가라앉아 있었다. 화가 났다기보다 뭐랄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이건 꼭 누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누구 하나 초상 치르기 전에..."
"놀랍지 않나요?"
그의 말에 상민은 현실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책상 위에는 뚜껑이 열려 있는 만년필 케이스가 놓여 있었고, 그는 약간 큰 점이 박힌 자신의 손바닥을 상민에게 내보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점이 아니라 아주 작은 네모난 금속판이었다. 상민은 자신이 그의 말을 안 듣고 있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게..."
"그렇습니다." 그는 상민의 표정이 마음에 드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은 칩이 그 모든 일을 해내는 거지요. 이걸 귀 뒤쪽 머리에 이식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이 녀석이 다 해결해줍니다."
"이걸 머리에 심는다고요?"
상민은 놀란 척이 아니라 진짜로 놀라 물었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까지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건 하나도 없습니다. 요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시잖아요. 흉터도 거의 없고, 그나마도 귀 뒤쪽이라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식만 끝나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아, 네..."
상민은 뭔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잘못 꺼냈다간 그의 말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걸 들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상민의 말을 듣지 않고도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믿기지 않으시겠죠. 그런데 사실 이 녀석은 혼자 일을 못합니다. 이건 뭐랄까, 판단을 하고 명령을 내리는 두목이라고 할까요? 진짜 일을 하는 행동대장은 따로 있지요."
그는 손바닥에 놓여 있던 작은 칩을 핀셋으로 집어 책상 위에 놓인 케이스 안에 다시 넣었다. 알고 보니 상민이 만년필 케이스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 칩이 들어있던 케이스였다. 그는 이번에는 핀셋으로 칩 옆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조심스레 집어 올렸다.
"이 녀석 보이시나요?"
핀셋 끝에 들려 있는 건 얇고 투명한 콘택트렌즈 같았다. 그러나 렌즈보다 더 얇고 작아 보였다.
"그게 뭔가요?"
"저희 프로그램의 슬로건이 뭔지 아시죠?"
상민의 눈이 자기도 모르게 책상 위에 있던 명함꽂이로 향했다. 하얀 바탕 위에 적힌 빨간 글씨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상민의 시선이 향한 곳을 눈치챈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바로 <범죄자가 되는 걸 막아드립니다>지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요 보물이랍니다."
그는 마치 기특한 자식을 대하듯이 그 막을 바라봤다.
"이 보물이 고객님께도 새 인생을 선물하게 될 겁니다."
그의 자신만만한 미소와 눈 앞에 놓인 얇은 막을 보면서 상민은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경찰서와 병원, 돈막음과 손해배상, 누나의 고함과 애원으로 얼룩진 인생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로 새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묘한 희망이 생겼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
Cheer Up!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차근차근 올리실때마다 읽어볼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와 브리님 진짜.......
어찌이리 항상 글을 찰지게 쓰시나 했는데
이렇게 소설까지 완벽하게 써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이미 책한권 내셨을것 같은 기분은.. 뭐지
칭찬 고맙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
나중에 책발간하시는거 아니세요? ㅎㅎㅎ 다음편도 화이팅해주세요!!
화이팅~!! 퐈이야~!! :)
와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브리님 :)
고맙습니다!
다음편도 열심히 쓸게요. :)
상민이도 인공지능형 인간이 되는 건가요ㅋㅋ
다음편이 기대 됩니다
인공지능까지는 아니에요. 제 상상력이 거기까지는 미치질 못해서요. ^^;
다음편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Good day~!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
저의 회사에 저렇게 심각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화를 못 참는 사람을 직접 상대 하느라 제가 ㅠㅠ 매일 웁니다 ㅠㅠ 다음주에는 한명 더 돌아 옵니다. ㅎㅎㅎㅎㅎㅎ
다음주가 안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 칩을 구해서 저의 회사 사장님께 드리고 싶어져요 ㅎㅎㅎ 다음 내용 어떻게 되나요. ^^
아, 힘드시겠어요. ㅠ.ㅠ
<마음 관찰 명상 센터>로 사장님 보내드려야겠네요. ㅎㅎㅎ
다음 내용은 곧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열심히 쓰고 있어요. ^^
으와... 브리님.... 저 진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읽었어요. 다음 화가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
다음 화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곧 가지고 올게용.
이건... 이벤트 참여가 아니라... 책 출간을 목표로 하시는 것 같은데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되네요~
칭찬 고맙습니다! ^^
사실 쓸 때는 제멋에 취해서 캬~ 최고다, 하며 썼는데 지금 다시 보니 손볼 곳이 여기저기 보이네요.
전 원래 퇴고를 오래하는 편인데, 이번엔 하루밖에 퇴고를 안 했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