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 club 공모-타타일기] 새벽에 애 낳는 남자

in #kr-pen6 years ago (edited)

와~~~~~~~~~~~~~~~~~~~~~~~오늘은 그림 없는 포스팅이닷! 사진도 필요없고.....김작가님 고마워요.^^

                                  2018. 4.

오줌 마려워서 깬다.
아냐 아직 깬 건 아니야. 일어나서 유령처럼 스르르 화장실을 갈 뿐이지.
스치듯 본 시계는 아마도 6시 30분?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어. 이대로 깨는 건 아까워.
그런데 휴대폰은 왜 들고 가는 거야?
변기에 앉아 방광에 밤 새 내린 빗물을 비워내는 동안 스팀 가격을 확인한다.
눈이 덜 풀려서 숫자가 잘 안보이네? 차트를 보자. 음...그대로군. 하긴, 밤새 무슨 영화를 본다고 사고 팔겠어? 스팀잇 들어가 볼까?
댓글 달렸네. 후훗! 파치아모 이 친구 정말 열성으로 달아주네. 내 사랑스런 댓글러!
풀봇 해줄까? 아...내 지금 보팅파워가....? 아유 아직도 80% 간당간당? 좀 더 기다리자.
32%만 보팅! 아이디어들 넘 재밌어 고추참치..ㅋㅋㅋ 덩치 같지 않게 애교가 쩔어.^^
쿡쿡쿡 아..잠 완전히 깨면 안 되는데...

거실에선 아내가 잔다.
발소리 나지 않게 스르르르 유령보법으로 내 방을 향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간에 침소를 달리하는 거 아니라고 하는 친구들 있는데-
글쎄? 오히려 나이 들어가면서 자기와의 시간-자기만의 공간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거 아닐까? 방에 들어서서 천천히 문을 닫는다. 딸깍!
그 소리는 마치 방이 내게 인사하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난 당신 거예요.’ 라고 속삭이는 듯한-

커다란 동창(東窓)밖은 이미 훤해오고 있다. 백매화, 소나무 그리고 아늑한 우리 동네-여기저기 벛나무들-간밤에 꽃잎이 많이도 떨어져 나렸네. 야트막한 백운산에 해가 올랐다.
동산에 해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내 침대는 유난히 높다.
다른 침대보다 엉덩이 하나는 더 높을 거야. 그래서 거기 오르려면 약간의 결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결심을 하기 전에 두터운 방석을 바닥에 깔고 앉아본다.
그리고 숨 쉰다. 숨이야 매양 쉬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숨 쉴 때 오롯이 숨만 쉬는 게 진정 숨을 만나는 일이다.
‘숨아! 잘 있었어?’

매일 숨 쉰다고 숨을 만나고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부부도 그러할까?
귀 기울이면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아내가 어느 날 맥주를 기분 나게 걸친 후에 내게 했던 한마디가 생각난다.

“난 왜 당신 곁에 있는데 당신이 그립지?”

내가 뭔가 부족한 게 틀림없다. 예전에는 내가 거의 다 옳은 줄 알던 시절도 있었지.
하지만 아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척추를 바로 펴 본다. 깨어서 숨 쉬는 기분-누가 알까? 숨이 기도를 지나 폐포를 구석구석 채우고 그 기운이 아랫배까지 떨어지는 그 미묘함-소외된 세포에 산소를 먹여주는 그 자애로움- 문득 까치 한 마리 창문에 붙어서 날 바라보다가 푸득-날아간다.
새는 조상이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조(鳥)여서 조상? 말도 안 되는 말을 믿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가 다녀가신 걸까?

왜 아내는 내가 그리울까?
그리운데 왜 거실에서 잘까?

난 어릴 적에 화내면 무서운 아버지를 보고 살아서인지 화 안내고 온유하면 다인 줄 알았고 훌륭한 남편인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내 온유함이 때론 뜨뜻미지근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려니. 잠이...................깨어 버렸다!

이렇게 앉아 숨 쉬다가 떠오르는 생각-그걸 메모하기 위해 침대머리엔 노트와 펜이 늘 있다.
오늘-막나가는 어른동화 하나 포스팅할까?
신데렐라 해 볼까? 아냐! 우선 성냥팔이 소녀를 하자.

첫 번째 컷-

성냥팔이 소녀: 성냥 좀 사세요.
행인: 싫어.

하...좋아! 대사가 많이 준 게 참 맘에 들어. 예전엔 왜 그리 주절주절 하고픈 말이 많았는지.
성냥팔이소녀의 머리스타일은 어떻게 할까? 난 여자 머리스타일을 넘 몰라.
맨 날 마시 같은 안 다듬은 머리...그래! 오늘은 바꿔보는 거야. 스캐치 해보자.
불쌍한 표정, 지친 모습, 그러면서도 한없이 귀여운....
이 시간-방에서 혼자 앉아 한 소녀를 낳고 있는 중년 남자가 있음을 아무도 모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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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킹사건 이후로 정신이 없어 타타님의 블로그에 놀러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김작가님 일기에 응모해주신 덕에 오랜만에 놀러왔습니다!

막나가는 어른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합니다 ^^

https://steemit.com/busy/@tata1/4724t7 이미 이렇게 올렸쥬.^^ 그 이후 두편 더 올렸고요.

그리운데 왜 거실에서 잘까.... ㅎㅎㅎㅎㅎㅎ
왠지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요즘 가즈아 태그 달린 글들 다운보팅 많이 당하던데... 슬그머니 빼보심이 어떠실지요??

네 슬며시 빼긴 했는데...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아...버니샌더스!^^
전 부부가 각방쓰면 다운봇 당한다는줄 알고 깜딱!

벌써 따로 주무시면 어떡해요?
대화도 갈수록 적어질텐데 침실이라도 같이 쓰셔야지요.
저희도 아이들은 집에 없고 둘만 있는데 술 안먹으면 할말도 별로없더라구요~ㅎ

그건 각자마다 다 다른것 같아요. 대화가 갈수록 늘어가는 부부도 계시더라구요. 저희 부모님도 그러셨어요.:)

각방 쓰는 부부가 동안이라죠 ^^

각방쓰는 동안? ㅎ

라임 조으당 ^^

불쌍한 표정, 지친 모습, 그러면서도 한없이 귀여운....

걸작이 기대됩니당 ㅋㅋ
아직은 미혼이라 각방의 개념을 잘모르지만ㅎ 개인만의 공간은 확실히 필요할거같아요!

https://steemit.com/busy/@tata1/4724t7
이거부터 보심 되요. 그 후로도 두편 더 올렸어요.

성냥팔이소녀는 머리에 두건을썼었나요?ㅋㅋ

두건은 왠? ^^
https://steemit.com/busy/@tata1/4724t7 폴님 이거 보셨죠?

못봤어용ㅋㅋ 보러가야쥬

성냥팔이 소녀 : 그럼 끝말잊기 해서 지면 사는거예요!! 산기슭

슭이로운 수인이!

“난 왜 당신 곁에 있는데 당신이 그립지?”

형수님 옆에서 같이 주무세요~ 아침에 눈떴을때 마주봐야 부부 아니겠습니까~^^
형수님 좋아하는것이 뭐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시고 하나 사다줘보세요 꽃을 좋아하시면 꽃이랑 손편지도 좋을거 같아요
아님 며칠 형수님이랑 단둘이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함께다니실때는 손 꼭 잡고 다니시구요 ㅎㅎ 붓툰 못보는거는 아쉽지만 그정도는 참을수 있어요~^^

그래서 그 결심을 하기 전에 두터운 방석을 바닥에 깔고 앉아본다.
그리고 숨 쉰다. 숨이야 매양 쉬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숨 쉴 때 오롯이 숨만 쉬는 게 진정 숨을 만나는 일이다.
‘숨아! 잘 있었어?’

타타님 포스팅을 보다면 숨에 대한 중요성을 종종 새겨듣는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선생님말씀듣다가 허리 곧곧히 세우는것처럼, 눈을 감고 숨을 쉬는 연습을 하기도 하죠.
오늘은 몸이 아픈날이었는데, 이런 은은한 타타님의 이야기가 저를 잠재워주는것 같아서 좋아요:).. 어떤 아버지의 일기랄까..?

서로좋아서 결혼했다해도 24시간 풀화력으로 태우면 마음이 나마나질 않을것같아요... 너무 사그라들어서 다시 불피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종종 바람을 불어넣어줘서 환기시키는게 어떨까요? 불이든 사람사이든 언제나 환기는 필요한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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