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야기] 2. North Vancouver, 강아지, 양말

과거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요즘, 지난 날의 일들을 기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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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다시 2002년!

캐나다 어학연수 초반의 외로움을 뒤로 하고 그 녀석과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즐거워 지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유명하다는 곳을 놀러 다니기도 했고,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어울려 제법 인터내셔널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다만 어울려 지냈던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에서 온 친구들이라, 영어 공부라는 측면에서는 서로에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서로 You know? I know 만으로 쉽사리 의사전달을 할 수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진심이 통하는 쏘울메이트가 된 것 같았다. ^^; 뭐, 목표한 만큼 영어 공부의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경험이 훗날 나를 다시 한번 캐나다로 이끌었던 이유가 되어 전혀 후회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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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노스 밴쿠버에 있는 캐필라노 현수교 (Capilano Suspension Bridge)에 가기로 했다. 그 당시 입장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부모님께 손 벌려 살고 있었던 우리 둘 입장에서는 큰 용기를 냈던 것 같다. ㅋㅋ 그 곳이 아니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푸르름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지역인 데, 굳이 돈을 지불하고 그런 곳을 방문하다니... 다른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였지, 아니면 우리 둘은 앞에까지만 가고 입장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ㅎㅎ

다운타운에서 SeaBus를 타고 노스 밴쿠버로 건너간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아주 짧은 경로였다. 버스를 타고 모두들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이동 중이었는 데, 유독 그 녀석의 표정이 창백해 보였다. 걱정이 되어 왜 그런 지 물어보았더니 그 녀석의 단순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배가 좀~~ 아파.

안타깝게도 버스는 이미 상가들이 있는 곳을 지나 집들만 있는 한적한 길로 접어 들어 그 곳에서 내린다고 해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라는 조언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여기서, 달리는 버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걸로 생각된다. 그러니, 그 간절하고 절박한 심경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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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해서 목적지 인근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다시 조그만 오솔길에 접어 들었다. 함께 온 친구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걸었지만, 그 녀석은 그러지 못했고 나도 그 녀석의 상태를 알기에 마음이 조급했다. 함께 온 친구들 중에는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 긴박한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 녀석이 부끄러워 했다. ^^;

이럴 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과 이동시간을 단축해 보잔 생각에 다른 친구들이 좀 더 빠른 속도로 걷도록 유도했다. 조금만 더 가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참아보자....

매표소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뒤를 돌아보니 그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다시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도중 언덕에서 내려오는 그 녀석을 보게 되었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그 녀석의 모습에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궁금함은 남았지만 불편한 진실은 묻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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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캐필라노 현수교도 건너고 공원 안을 산책하면서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즐겼다. 출출한 우리들은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하고 각자 먹을 것을 주문했다. 야외 벤치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 있던 강아지들이 그 녀석에게 접근해서 엉덩이 쪽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 대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은 강아지들이 그 녀석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녀석의 표정을 보았을 때 난 뭔가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더 궁금함이 발생했지만, 그것 역시 불편한 진실이기에 그 녀석에게 묻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캐나다에서 갖게 되었다. 물론 캐나다를 떠날 때까지 그 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귀국 후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딱 한 번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녀석은 그 긴박했던 상황을 사전 처리가 아닌 사후 처리를 통해 해결했었다고 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