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방랑자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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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도 예쁘고, 커피도 맛있는 나이브브류어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면 선택의 기준이다. 난 소유하기보다는 경험하기를, 그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움직이기로 정해놓았다. 그렇게 강력하게 정해놓지 않았다면 침대밖으로 1미터 빠져나오는 것도 귀찮아했을 것이다. 특히 나는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여름 한 철만 먹지 않고 잠만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빳빳하게 펴진 시트 위에서 까쓸한 이불을 배까지 덮은 후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몇 장 읽은 후 바이너럴 비트를 들으며 꿈나라로 가는 취침 시간은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울수록 움직여야 한다. 마음속에서 강박같은 체크리스트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하우스메이트가 기해일주인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亥기운-분주하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잡지식을 모은다-이 나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새로운 공간에 나를 둘 수 있는 방법은 카페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비록 선크림을 치덕치덕 바르고 뙤약볕에서 헤매더라도 도착한 곳의 음악이 그 공간에 어울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맛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렇게 하루 하루는 내가 방문한 카페의 간판으로 인해서 구분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바다가 좋아요 아니면 숲이 좋아요?" 라고 묻는다. 영도는 둘 다 있기에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작년 여름에는 바다 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부산에 놀러올 때마다 '카린 플레이스'에 데려갔다. 더운 여름날, 북항대교와 부산항을 보며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저녁에 옥상에 올라가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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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없는 시간, 카린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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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있는 시간, 카린 플레이스




이번 주에 찾아간 곳도 영도에 있는 카페였다. 올 여름 새로 태어난 곳. 음료를 만들고 주문하는 공간과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어둡고 시원한 공간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기차역의 대합실 같이 느껴졌다. 그곳의 이름은 신기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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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둘러싸인 신기숲




신기숲에 앉아 한 때 유명했으나 사라졌던, 없었지만 새로 생겨난 카페들을 생각했다. 통돌이로 커피콩을 볶아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던 곰다방부터 시작해서 프로밧으로 심혈을 기울여 커피를 볶고 내려주는 나이브브류어스까지. 단 한 번 밖에 방문하지 못했지만 난 이리카페만큼이나 헬카페를 좋아했다. 휴고에서 시작해 인디고, 인앤빈, 베르크로 이어지는 길과 내가 머물렀던 카페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9C247561-CE68-45EB-918E-10790B95E1F0.jpg또 생각나는 베르크의 에디오피아 싱글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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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분위기도 좋지만 외부에서 들어오고 느껴지는 뷰가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 같네요. 세군데 모두요.

분위기가 좋을려면 까다로운 작은 조건들이 다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카페안 숲의 풍경이 마치 그림같아요. 기차 대합실 같은 느낌이면 여행하는듯한 착각도 들것 같아요:)

무더운 여름엔 천장이 높고 공간이 비어있는 곳에서 숲을 보고 있으면 더위가 물러가더군요 ^^

세로로 구분된 기둥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진짜 좋으네요. 율동감도 느껴지고, 여름 카페투어 매력적인데요! :)

베르크는 교회의자 커버도 푸른색이고 테이블도 푸른색이라 빛이 에쁜 공간이예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있으면 더위가 싹 가십니다.

글에서 카페에 아우라가 전해집니다. ^^ 빛과 향이 함께 느껴지는 듯 합니다. 공간 편집이 쾌적합니다.

새로 연 카페에 앉아 있으면 오픈 초반의 적당한 긴장과 열정이 느껴져서 젊은 피를 수혈받는 기분이 들곤 한답니다. ^^

ㅁㅏ지막 사진도 까페인가요? 의자도 그렇고 교회를 개조해서 만든 모양이네요. 명상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네 ^^ 전포동에 있는 베르크 로스터리입니다. 옛날에는 미싱공장이었다고 해요. 독일의 일렉트로니카 그룹 Kraftwerk 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둥을 일부러 만들었고 교회의자를 하나 하나 모았다고 합니다.

신기숲 신기산업 흥미로운 장소 브랜드네요. 이제 이곳도 오래전 낙후된 영도와 완전 다른 곳일듯. 얼마전에 서면에 잠깐 들렀는데 거긴 20년 전 그대로라 신기했는데...

몇 몇 유명한 카페가 들어선 것 빼고는 아직 옛날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요:-)

저도 카페방랑자라서 반갑네요. 신기숲과 베르크는 맘에 들어 저장했어요. 숲에 둘러쌓이 카페라니 보기만해도 숨통이 트일 것 같네요. :)

P님 카페방랑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 이제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시원하게 보내세요:)

소확행이 느껴지네요.^^

소소한 행복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

카페 사진 보니 마음 먹고 카페 투어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영도엔 친척이 있어 가끔 가는데 카페 가볼 생각은 못했었네요. ㅎ

쏠메님, 영도 가끔 가신다니 반갑습니다:)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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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오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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