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인상들 - 먹고 산책하고 노을을 본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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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청과 비누방울


미스 마농과 레클레어 드 제니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과일가게에 가서 처음 보는 과일을 사는 것이다. 파리에서는 말린 게 아닌 진짜 푸룬을 맛보았다. 향기로운 과육과 새콤한 껍질을 씹는 순간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2유로를 내면 오렌지를 바로 짜서 통에 담아주는데 고성투어나 몽셀미쉘 투어를 하느라 지친 몸에게 신선한 비타민을 공급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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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포장지가 예뻐서 한국에 들고옴




손으로 빚은 디저트를 좋아하는 미쉘양은 [레클레어 드 제니]에서 갓 사온 에클레어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한 후 한 입 베어 물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 먹었던 에클레어는 에클레어가 아니었나 보다.

숙소 앞 빵집, [미스마농]. 진열장의 모든 빵이 다 팔려갈 때쯤 시계를 보면 저녁 7시 40분이었다. 맛 좋은 동네 빵집이라 늘 긴 줄이 있었는데, 우린 여기서 딸기 타르트를 사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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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폴 지하철 역 입구


파리의 노을은 단막극의 커튼처럼 내려온다. 마레 지구는 대학생과 아티스트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라 예쁘고 맛있는 가게가 많다. 미쉘양과 나는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우리가 호빗이 아니라서, 그래서 하루 5끼의 식사를 하지 못해서 얼마나 아쉬운지 몰라, 라고 말하곤 했다.
오후 5시가 넘으면 노을을 보기 위해 퐁네프 다리 쪽으로 슬슬 걷는다. 그 시간에는 내일 아침 먹을 바게트 봉지를 들고 퇴근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단지 바게트를 들었을 뿐인데, 화보 같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열려 있는 창가에서 촛대에 불을 밝히고 저녁식사를 하는 커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생 폴 성당


어느 날 저녁 혼자 산책하다가 생 폴 성당에 들어갔는데, 마침 한 중년 남자가 3유로짜리 장초에 불을 켜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성모마리아상 옷자락에 손을 얹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오래 기도를 했다. 곧 미사가 시작되길래 나는 용기를 조금 내어 의자에 계속 앉아 있었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신부님의 목소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로 설교를 마친 신부님이 다 같이 인사하라고 해서 동네 교구 주민과 손을 잡고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눈길로 이방인인 나를 살짝 안아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미사'였다. 그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아직도 내 곁에 있다.




to be continued.


파리의 인상들


끝과 시작을 붙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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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을은 단막극의 커튼처럼 내려온다.

라는글귀에 딱맞게 정말 노을이 단막극 커튼처럼 내려와요 !!
하늘이 어떻게 저렇게 이쁘죠?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거 같아요 !

러브흠님 반갑습니다! 저 땐 노을이 진짜 내려오는 것 같았어요!

파리의 노을 최고네요.
거리를 걷다가 본 것 같은데 날씨가 흐릴 때 가서 못 봤는데 정말 좋네요.

센 강에 떨어지는 노을이 예뻐서 매일 강가로 걸어갔답니다:)

아 저 노을. 근데 지금은 산딸기에 눈이 가는군요.

사진에는 없지만 납작한 복숭아도 맛있었어요:)

생폴 지하철역 입구 주변 건물의 분위기가 참 특별하네요...
머랄까 왠지 언젠가 가본듯 한 느낌이 들어요... 길을 잃었던 곳 같은 이미지랄까...

제가 머물렀을 땐 시리아 난민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제겐 좀 슬픈 이미지로 남아있어요.

보얀님은 사진도 예술입니다. 그거 포착하기도 쉽지 않아요. 저같은 똥손과 똥눈은.....
덕분에 안구정화가 되고 있네요. 감사합니당. 보얀님사진들은 나중에 가져다 써도 되는 걸로 미리 허락받아도 되지요? 스팀잇에서만 그렇게 할께요.

사진들이 그냥 막 찍은 게 아니라 제 생각이 담겨있는 아이들이라 '마구잡이'는 안되구요... 출처를 밝히시고 살살 사용하는 건 상관없어요.

그거야 당연하지요. 마구잡이는 취소!
마구잡이란 표현 죄송합니당. 그 표현 부분은 지웠습니다.

ps. 출처는 항상밝히지요. :-)

파리시청 앞에 있는 기다란 의자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면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보얀님의 시선으로 본 파리의 노을은 제 기억보다 훨씬 더 아름답네요 !

파리 노을이 왜 아름다운가 생각해봤더니 공기도 우리나라보다 좋고 건물도 예쁘고 아무래도 센 강의 다리가 고와서 그런 것 같아요:-)

첫번째 사진 예술인데요!!!!

fenrir님 감사합니다!
저 한 장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셔터를 눌렀는지 몰라요 ^^

단막극의 커튼처럼~~내려 오는 노을의 퐁네프 다리,,,,,미쉘이 알렉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요 "다리로 돌아 가고 싶어요" 그녀가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노을은 어쩜 더 근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또 불어라서 더 아름다웠을 그 미사가 상상이 돼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 3때까지 다녔던 규암성당의 신부님께서 프랑스 분이셨거든요 제게 사비나라는 세례명을 주셨지요 지금은 기독교예요 처음부터 기독교였지만 성당밑으로 이사 오는 바람에 엄마가 같은 하나님이라시며 성당 가라고 하셔서

한국명이 오진수
우리나라에서 헌혈을 젤 많이 하신 분으로 소개 되기도 하셨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지 싶어요

감독이 퐁네프 다리를 고집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더라구요. 다리에 몸을 말고 누워잘 수 있도록 아늑한 돌벤치가 있어요 ^^
미사볼 때 불어로 성경을 읽으셨는데 참 아름다웠어요. 사실 파리나무 십자가 합창단이 성가대라고 해서 노트르담 대성당 미사를 보고 싶었는데 놓쳤답니다.

노을지는 파리 너무 아름답네요
저도 늘 말린 푸른만 먹었는데 생과의 맛 궁금해요~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여인의 마음이
참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푸른은 과육이 자두같은데 자두보다는 조금 덜 시고, 향기는 약간 포도향이 났었어요:)

생 폴 지하철 역 입구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요...
그냥 눈물이 핑 ㅠ

사진 한장이 주는 감동이 이런건가봐요

아들 돌때 남편에게 맡기고 파리 잠시 다녀갔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네요.

정말 멋진 사진 감사드립니다.

다운받아서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사용해도ㅠ될까요?

그 날은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하늘이 환해지면서 노을이 쏟아졌어요:) 좀 극적인 장면이어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답니다. 반님 바탕화면에 사용해 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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