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그리워하며...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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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가 늦잠을 주무시는 것 같다.
깨워야 하나 그냥 지켜봐야 하나 고민이다. 괜히 깨웠다가
시끄럽다고 한소리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그때 자명종 시계가 울렸다.
잠시 뒤척이더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빠는 침대맡에 있던 물을 한잔 들이키고
나를 바라보더니 잘 잤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냥 '네. 일어나셨어요?' 하며
수줍게 서 있었다.

아빠가 아침을 차려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반찬도 잊지 않으셨다.

잘 먹겠습니다.

아빠는 아침 식사를 안 하신다.
그냥 나랑 동생이 잘 먹는 것만 보면 든든하다며
밥 먹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세면대로 이동하셨다.

아빠가 동생을 혼내신다.
이불에 또 오줌을 싼 것 같다.

그렇게 혼나면서 자꾸 사고를 치는 동생이 이해가 안 된다.

동생을 대신해 아빠의 기분을 풀어드렸더니
화가 좀 누그러지신 것 같다. 나를 꼭 안아주시며
잠시 나갔다 올 테니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잘 놀고 있으라고 하셨다.

나는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아빠가 집을 나서면 나는 늘 외로움을 느낀다.
오늘은 얼마나 있어야 집에 돌아오실까...

동생은 아까 혼난 게 서러웠는지 침대에 누워 잠만 잔다.

나는 아빠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싶어
이방 저방 들락날락하며 아빠의 온기와 빈자리를 느끼다
이내 지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은 어두워져 가는데...
아빠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 드디어 오셨구나.

아빠는 한 손에 우리가 좋아하는 통닭을 들고 오셨다.

'오래 기다렸지? 동생이랑 나눠 먹어라...'

기다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동생도 언제 혼났냐는 듯 무척 신나며 닭을 뜯었다.

아빠는 또 책상에 앉아 일하신다.
책상에 한 번 앉으면 내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몇 시간이고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계신다.

외출하신 것과 뭐 다름이 없구나...

아빠가 우리와 놀아주면 좋겠지만 투정을 부리면
다 너희들을 위해 이러는 거라며 미안해하신다.

대신 내일 놀이공원에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아.. 정말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그래. 지금은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때, 밖에서 갑자기 번쩍하더니 우루루쾅쾅 천둥소리가 들렸다.

나와 동생은 벌벌 떨며 재빨리 아빠 발밑으로 숨었다.
아빠는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이 소리가 너무나 무섭다.

아빠는 늘 그렇듯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시며 나와 동생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

떨지 말라고 이불을 푹 덮어주었지만
내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동생은 울기까지 한다.

아빠가 곁에 앉아 우리를 안심시키셨다.
다행히 천둥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고 시원한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니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이 쏟아진다.

놀이동산을 꿈꾸며 오늘은 행복하게 잠이 들 것 같다.

내가 아빠를 지켜드려야 하는데 늘 해준 것도 없이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지 늘 죄송스럽다.

내일은 오늘보다 열 배는 더 꼬리를 더 흔들어
온몸으로 아빠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 아.. 점프도 할까?

동생아.. 내일부터는 카페트에 쉬하지마...
참았다가 내일, 네가 좋아하는 나무 전봇대 앞에서 실컷 해...

오늘의 일기 끝! 🐶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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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물이 막 날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또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똑 같은 감정이겠죠^^

글쓰면서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저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자주 놀아주고 산책도 자주 시켜주고
해야겠습니다.^^ 주먹만할때 집에 와서는 벌써 12살이네요. T^T

울깜지도 동생이 있으면 좀 덜 외롭고 덜 심심하려나 항상고민 되는 부분인데 여러가지로 고민만 해봅니다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외출할때 좀 덜 미안하겠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두마리 입양을...

키위님의 과거일기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군요 ㅎㅎㅎㅎㅎ 글로만 봐도 애들 엄청 귀엽습니다. ㅎㅎㅎㅎㅎ

근데 통닭..? 얘들한테 닭은 안좋은거 아닌가요? 살만 발라주시는건가..

반전을 노리고 썼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너무 쉽게
들통날 것 같네요.ㅋㅋ 훼이크를 위해 통닭, 놀이공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냥 간식이랑 산책이에요.ㅎㅎ
말씀대로 닭뼈는 개들 장기를 해치기 때문에 절대 주면 안되죠.
소금간 되지 않은 삶은 닭은 괜찮구요.^^

동생이 몇살때길래 이불에 실례까지 하나 생각하면서 봤는데 이런 반전이 +_+
키위파이님이 아버님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강아지들에게 대신하신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도 초코파이를 사다주시던 아버지가 그립네요!! 잘 읽고 갑니다, 멍멍!!

제 비루한 글실력으로 일기공모전에서 그나마 관심이라도
좀 받으려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강아지 관점에서
일기를 써봤어요.ㅎㅎ 감사합니다! 멍멍!!

비루하시다뇨. 강아지의 마음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순수한 동물의 마음을 어찌 제가 가늠하겠냐만서도 그 눈을 맞추고 대화를 시도해 보면 언제나 행복해지곤 하죠. 아가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ㅎㅎㅎㅎ 우리 해피도 이렇게 가끔 스팀잇에 와서 일기 쓰는데요!!! 재밌게 읽었어요.
동생 잘 돌봐야 아빠가 더 행복해 하신단다!!!

방금 해피구경하고 왔어요.ㅎㅎ 인형같고 넘 예쁘네요.ㅎㅎ
해피가 쓰는 일기는 또 어떨지 기대됩니다.^^

음.. 이상하네요 분명 방금 댓글을 달았는데 어디갔을까요.;;
또 쓰기도 그렇고.. 안쓰기도 그렇고. ㅠㅠ

저도 가끔 보팅이랑 댓글이 사라지더라구요.ㅎㅎ
그렇게 사라지고 나면 다시쓰기도 귀찮고...ㅋㅋㅋ

이것은...식스센스!!!

하하하... 시타님 아직 안주무셨어요? 벌써 일어나신건가?

ㅋㅋㅋㅋ 이제 좀 있다가 잘려구요

한참을 울 똥강아지들(애들)에 몰입해서 보고 있었는데
뜨악 반전~
진짜 강아지들이었군요 ㅎㅎ
하지만 웬지 저런 마음일 것 같아 더 잘 해줘야 겠네요 ~

항상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ㅎㅎ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반전이...
일기 투어 중에 들렸습니다.
유쾌한 일기 잘 보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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