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들: 어린왕자를 읽고

in #kr-pen6 years ago (edited)

Littleprince.JPG

<어린 왕자> Antoine de Saint-Exupéry, 1943





   무심한 말 한마디에 수많은 가능성이 죽어나간다. 선입견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보다 깨기 어렵다. 의도가 정확히 공유되려면 주는 쪽과 받는 쪽, 양자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아뱀과 양 그림

   숫자는 이성/비순수/어른을, 그림은 감정/순수/어린아이를 상징한다. 똑같은 내용도 전달자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은 수치화되고 계량화된 것에 익숙하다. 그로 인해 본질을 놓치는 건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을 나쁘게 여겨선 안 되고 오히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역설 앞에서, 순수를 잃은 어른은 자신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천문학자와 소행성 B612

   훗날 위험을 부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상징. 그 존재는 갑자기 다 커 버린 상태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씨앗에서 출발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우리가 무심히 내버려두는 사이에. 어린왕자는 늘 이 문제에 신경썼다. 자라기 전에 뽑아야 한다. 그 일은 뒤로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바오밥나무

   명령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선량했으므로 사리에 맞는 명령을 내린다. 그가 복종을 요구할 권한을 갖는 건 그의 명령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또 우리 자신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는 그걸 따르지 못한 것을 비난한 일이 없는가? -이웃들: 왕

   자기를 찬양해 주기만 바란다. 그래서 오직 자신을 찬양하는 말만 듣는다. 누군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기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이 지나칠 때가 없지 않은가? -이웃들: 허영이

   술을 마시는 수치심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는 술꾼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어떤 행동을 가리려는 행동이 또 다른 가릴 거리를 만든다. 그로 인해 그간 가리고자 노력했던 처음의 어떤 행동을 다시 야기한다. 우리 삶에선 어떤 악순환의 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웃들: 술꾼

   그는 온종일 별만 센다. 그러나 별들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실업가도 별도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는 부질없는 것을 끊임없이 탐하는 어른이다. 욕망은 때로는 우리에게 삶의 이유와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허망할 때가 많다. 그는 이미 별을 세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운동부족으로 건강을 잃었다. 헌데 그가 정녕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이웃들: 실업가

   가로등을 켜고 끄는 것은 그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일이다. 그것이 앞서 만난 인물들과 그가 다른 이유다. 하지만 그는 급변하는 상황에만 맞춰 살다 보니 쉴 틈이 없다. 그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작은 여유조차 없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맞춰 점점 더 바빠지기만 하는 현대인의 삶이 그에게서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이웃들: 가로등러

   그는 지리를 기록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사는 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서재에 앉아 탐험가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기록할 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의심하면서도 직접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들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아보는 건 인색한 우리의 초상이다. 심지어 자신에 대해서도 남들이 하는 평가에 기인할 뿐이다. -이웃들: 지리학자

   B612를 포함, 각각의 별에는 단 한 사람만 산다. 이 별들은 화자인 가 지닌 내면의 표상일까? 이 이야기는 의 자아 성찰일까? -이웃들

   오직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그 무엇. 그것은 삶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아쉽게도 그 무엇은 자기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에 의해 길들여진 장미는 다른 수 천 송이의 장미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즉 그 무엇의 유일무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무엇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건 내 손에 달렸다. -장미

   가 진정 어린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상대는 그와 비슷한 지적수준을 가진 어른이 아닌 어린 왕자였다.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린왕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양은 순수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오늘 퇴근하는 차 안에서 이 글 읽고 울었네요. ㅠㅠ 아니 오늘은 무슨 조울증인 사람처럼 온종일 신나 하다가 ㅠㅠ ㅜㅜ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린왕자에서 털석! ㅠㅠㅠㅠㅠ
제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어린왕자 입니다. 흑 ㅜㅜ

아니 왜...ㅠㅠ 문학성은 눈곱만큼도 없는 글인데요. 어린왕자로 흘린 눈물은 어린왕자로 치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벌써 집에 들어가자마자 읽으셨을지 모르겠군요. 연휴...는 아니겠지만 모쪼록 평온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아....그게 ㅋㅋㅋ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단어만 보아도 심쿵하고 마음이 일렁이고 울컥하게 되는 ㅋㅋ 저는 그런 게 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어린왕자” 이지요. 그런데 그 “어린왕자”를 보기 전에 이미 다른 글을 보고 눈물을 찔끔 먹먹한 가슴... 뭐 그랬는데... 그 마음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어린왕자” 글을 읽고 그만 심쿵 풍덩 ㅋㅋ 한 거죠. ㅎㅎㅎㅎㅎ 제 감정이 널뛰기를 좀 잘하나 봅니다. ㅎㅎ

펜 반장님도 타지에 계셔서 명절 분위기 안 나시겠지만 ^^ 그래도 맛있는 것도 드시며 행복한 설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2018년에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아.. 뭔지 알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런 단어가 있죠. 딱 하고 스위치를 켜는...
해피서클님도 맛난 거 드시면서 행복한 설날 보내세요. 매순간 행운과 행복이 따르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히히 감사합니다. 반장님 ㅋㅋㅋ 저 완전 오타 작렬 ㅠㅠ 방장님이라고 썼다 지웠네요 ㅎㅎㅎㅎ
반장님이 쓰신 어린왕자는 제가 사는 현실을 보게해서 좋아요. 저는 저기 어디에 있나 뭐 이러면서 말이죠. ㅎㅎㅎ

이 글의 방장은 제가 맞습니다ㅋㅋ 저런 상징성 다 제쳐두고 어린왕자 별에서 며칠만 보냈으면 좋겠네요ㅠㅠ 바오밥나무는 확실히 뽑아줄 자신있는데...

ㅎㅎㅎㅎㅎ각각 별 하니씩 어린왕자 별이 많아야 할듯해요. 저는 장미는 확실히 키워 줄 수 있는데요 ㅋㅋㅋㅋ

어른이 되어서도 서너번을 읽을정도로 좋아하는 책이에요 볼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데 글쓴님 글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어른이 됐을 때 더 찾게 되는 책 중 하나죠. 저 역시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예쁜 책표지들이 나와서 같은 책을 자꾸만 사게되요 ㅎ ㅎ ㅎ

내친 김에 한 번 더 읽게 되면 좋지요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봄날입니다.ㅎ
행복한 설 되세요^^

오는 봄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아, 있나요. 꽃샘추위... 행복한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흠... 지금 작가님께 필요한 건 새 완드인 듯... 얼렁 준비하셔서 올리밴더 아저씨한테 가세요...^^

딱총나무로 만든 걸로 구해오겠습니다!

오오~ alder wand라... 잘은 모르지만 작가님께 딱 맞는 선택인 듯...^^ 덕분에 호기심 만발~ wandcraft에 급 관심이... 당장 롤링 대마녀께 자문을 구하고 오겠습니다. 휘리릭~ ^^

그게 제일 세다고 들어서ㅋㅋㅋ 인간은 어리석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작가님~ 딱총나무 지팡이에 대한 대마녀님의 답신이 왔어요~!!! https://busy.org/@hermes-k/wandcraft

엇.. 감사합니다. 정독하고 올게요!

잘읽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이번에는 이렇게 읽혔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린왕자는 애들 보다는 어른들이 정독해야 할 책인거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것 또한 편견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오히려 어려운 책이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글과 그림들 진짜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 :)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책속 캐릭터들을 분석하는 색다른 서평 접근이네요. 언급하신 다양한 이웃들의 모습이 놀랍게도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는 모습들이네요ㅎ 나는, 김작가님은 어디에 속할지 궁금하네요^^

저는 음주 후 눈앞의 별을 셉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4
JST 0.030
BTC 60238.27
ETH 3215.90
USDT 1.00
SBD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