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그림은 단 하나야.

in #kr-pen3 years ago (edited)

image.png


결국 끝은 같을 거야. 운명은 정해져 있어. 그건 한계가 있다는 말이 아니야. 누굴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몇 번을 방황해도 끝내 되고자 하는 건 하나란 말이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게 언제든 내가 원하는 건 결국 하나야. 비록 지금은 뿌연 안개로 뒤덮여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애써 걸어온 발자국조차 다 빗물에 씻겨 내려간 듯한 착각이 들어. 그래, 난 남몰래 자주 울어. 자주 잊기 때문이지 다음날은 또 잊고 다시 울 테지. 그러니 오늘을 적어야 해.

어제까지 '언젠가' 말하며 미뤄둔 일은 기다리면 오늘 할 일이 돼. 내일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기억해. 그리고 기다려. 기다리면 원하는 모든 걸 저절로 알게 될 거야. 답답해도 희망을 잃어선 안 돼. 자신을 의심하는 일도 그만두어. 단지 기억해. 깨어 있어. 기회가 오면 의심 없이 달려가는 거야. 속도는 상관없이 마음을 다해. 그러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날들이 계속될 거야. 기억해. 준비는 단 하나야. 잊지 말아야 해. 그리고 깨어 있어야 해. 기회가 올 거라는 걸 믿어야 해. 기억해. 기다리면 모두 알게 될 거야.

결국 난 만들 거야. 단 한 가지 그림을 말이야. 수백 번 고치고 다시 그려봐도 언제나 내 그림은 하나인걸. 매번 다른 장소에서 다른 물감으로 같은 그림만 그리는걸. 그건 나의 운명이야. 내가 기쁘게 받아 들고 신나서 원 없이 그릴 단 하나의 그림.


오랜만에 길고 별일없는데도 성취감 있는 하루.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로 그림이 조금씩 채워져간다고 느낀 날
변화 없이도 자율감이 증폭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명확히 이거야.' 선명히 깨닫게 되는 소중한 날의 기록

-2021년 5월 10일, by 고물

Sort:  

길고 긴 인생 이야기를 듣기전엔 그 사람을 함부로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못하는 이유... 각자의 기법으로 각자 단 하나의 삶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어서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나는 수묵화를 그리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면 기법보다는 주제나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길고 긴 인생이야기 생 라이브로 단둘이 지칠 때까지 듣고 또 듣기 그거 제가 엄청 좋아하는 일이에요. 각자의 기법으로 삶이라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 우리들이네요. 기법보단 의도와 주제를 알아야겠다는 rrow님의 말이 완전 와닿아요. 이렇게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넘나 행복합니다. rrow님 인생도 생각도 글도 다 궁금해요!!!

고물님의 글을 읽는 건 하나의 행복입니다

그렇다면 너무 기쁜 일이지요 !!

내일 죽어도 여한 없는 오늘이 쌓여 천천히 채워질 고물님의 그림은 정말 눈물날 만큼 아름다울 걸 믿어 의심치 않아요 ;-) 기대됩니다!!

켜켜이 아름답게 만들어볼게요 고마워요 젠젠님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 그 느낌 너무 행복하잖아요.

제 행복 거기까지 닿았군요! :D

난 지금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건가ㅎㅎㅎㅎ
제 그림은 잘 채워지고 있는 걸까요?? 'ㅡ' ㅋ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보니,
그 '그림'이 완성되고 나서야,
"아 내가 이걸 그리고 있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을 것만 같은 느낌ㅋㅋㅋㅋ

의심이 드는 날이 더 많지요.
그렇지만 그런 날조차 잘 칠하고 계실 거에요!
생각한 모습이 아닐 수도 있으나 뉴발님도 어느새 문득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 똑같아서 왜 몰랐지 하실 것 같아요.

네가그린기린그림?

잘기린기린기린이고 (?!)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1
JST 0.034
BTC 63997.36
ETH 3133.23
USDT 1.00
SBD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