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낭만에 대하여, 공모전에 부치지 못한 글> 호형호제. 당신 둘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또 다른 그에게.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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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편지의 제목을 당신 두분은 알고 있을거에요. 내가 이곳에서 얻은 가장 큰 재산은 스팀형제도 아닌 당신들, 두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당신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러할 것이다가 아닌 정녕 그러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스팀잇이라는 바다의 망망대해를 떠돌다 kr이라는 항구에서 정박해 우연히 만난 우리의 인연이 운명이 아닌 우연이란 걸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우연의 스침을 놓치지 않았던 내 이끌림의 자화자찬은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당신 둘을 내가 실제로 만났다는 것은, 이곳에서는 당신들의 명성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겠지요. 그 때문에 나의 어깨가 들썩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한번은 아무도 모르게 이 공간에서 꿈틀거렸지요.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내 마음속의 꿈틀거림과 들썩임이 일렁였던 건 아마도 나와는 다른 물결을 가진 당신들의 파도가 나에게 다가와 정체되어 있던 나의 배를 조금은 다른 너울로 옮겨 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낭만이 아니라면 그 어떤 단어가 우리의 만남을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매번 하얀 화면에 손가락 끝으로 남긴 짧은 몇줄의 댓글로 다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시 만나 반갑다며 날아 오는 이단 옆차기를 똑같이 이단 옆차기로서 응수하지 못해 아쉬웠고, 걱정이 돼 기어코 듣고자 해서 들었던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온기를 손바닥만을 마주치는 것으로 받아준 것이 아쉬웠습니다. 둘 다 안아주지 못한 것이 지나고 나니 아쉬웠습니다.

그날의 밤이 너무도 짧아 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아쉬울 것을 미리 알았기에 그대에게 밤이 오기 전에 만날 것을 말했지요. 또 다른 그대에게는 약속시간을 앞당겨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두분과 오래 같이 있고 싶었고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맏이의 맏이로 태어난 나에게는 형, 누나가 없었습니다. 첫째라는 이유로 어른들이 챙겨주는 이쁨보다는 가깝고 매일 보면 싸울 수 있는 친 형제가 아닌 가끔 보면 기댈 수 있는 형, 누나들이 고팠는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적 명절에 할머니댁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나 볼 수 있었던 누나 둘과 나누었던 짧은 시간도 아쉬웠습니다. 가자고 졸라대도 떠나지 않던 당신의 집에서 갈 길이 멀다고 빨리 떠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 외갓집을 떠나는 차 안 뒷자리에서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습니다.

내가 당신 둘과의 우연같은 만남을 나에게로 이끌었던 힘은 그렇게 자라왔을지도 모릅니다. 순전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이끌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빛이 없어 볼품 없던 나의 별에 당신들의 존재가 곁에 있어 빛을 반사할 수만 있다면, 또 받기만 한 빛과 같은 빚이 빛이 되어 당신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 만남은 한번 뿐이었지만 서로가 바깥에서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그날의 만남을 통해, 어쩌면 이곳에서의 만남부터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그전의 만남에서 갑작스럽게 만난 누나와의 첫 만남에서 어쩌면 나는 알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오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형 소리가 그러했음을, 두번째 만남에 이단 옆차기를 할 수 있음이 우리는 앞으로의 만남이 길어질 것을 서로 알았는지도 모릅니다. 형제처럼 헤어지지 않고 길게 만나고 싶다고 누나를.

그 힘든 시간을 조금이나마 함께 해주었다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한 형에게 고맙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가 이곳에서 처음 만나 만남을 약속했던 날 나는 너무 좋다고 짧은 글을 올렸었죠. 내가 만나자고 했던 것을 빈말로 남겨주지 않아 고맙습니다. 형은 나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아셨겠죠. 나는 길위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동창에게 나중에 만나지도 않을 것을 밥이나 먹자고 인사치레 하는 놈이 아니니까요.

이 곳을 당신이 잠시 비우기 전, 나를 포함 한 모두가 느끼고 싶었던 그때, 다시 만날 것을 말해 주었던 나에게 전한 그 글에, 나는 또 기분이 좋아 그때 그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습니다. 당신이 느꼈을 잃음보다 당신을 얻었다는 것이 순간 좋았습니다.

당신들에게 빚이 아닌 빛이 되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이곳에 박제하고 싶었습니다.


혼자 술을 먹고, 충주에 사는 그가 펼친 공모전에 보내지 못 한 글을 찾아 올린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노래를 듣고, 형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보며, 누나를 생각하고.

그 사람도 보고싶다, 나와 잘 맞추어 줄 것 같아서 보고싶다, 그는 만나지 못했기에.

모두 잘 살고 있기를.

나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는 사람이다.

첫 번 째 그 사람은 내가 가끔 보낸 톡에 답은 없어도 숫자는 지워지고 있다.

잘 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럴 것이다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나만 잘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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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많남 이었나봐요. 인연은 생각지도 않은데서 생기는것 같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이터널님, 으아_ 애틋하고 아름다운 편지에요....! :))))
정성스러운 마음이 '두 분'께 가닿았으면 해요.
다른 너울로 조금씩 옮겨간 것- 이 부분을 생각하며 깊은 낭만을 음미했어요 :)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전에 써주신 첫 번째 편지가 제가 쓰고자 했던 편지와 통하는 것이 많아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아, 엔진 꺼두지 않기로 했는데 다시 상기시켜주시네요! ㅎㅎㅎ
엔진 없는 배 사진은 두 가지 의미로 miss네요.

비 때문인지 생각이 많이 나시나봅니다..

긴 여행에 지쳐 기대고 싶었나 봅니다...

스팀잇에서 이제 더이상 보이지 않는, 하지만 그리운 분들이 몇 분 계세요.
언제쯤 돌아오실런지. 돌아오기는 하실런지..

다들 사정이 있으시겠죠. 언젠가는 돌아오시리라 믿슙니다!
이쯤에서 소환해보는 @energizer000 님. 에너지 충전중이시겠죠?ㅎㅎㅎ

나만 잘 살면 된다.

크...

크...여사님 못 본 사이에 환갑을 맞이하셨네요.
감축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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