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 어떤 장례식(1)

in #kr-pen6 years ago (edited)

@aileecho 의 사진과 콜라보 포스팅입니다.
들르신 분, 글은 패스하셔도 추천음악 꼭 들어주시고
사진도 보고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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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포스팅 추천음악은 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




어떤 장례식(1)

어느 장례식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후세계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끔은 정말 찐따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인간의 입에서 가장 깊숙한 생의 진리나 비밀이 흘러나올 때가 있다. 이정도만 일러둔다. 이 글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 그건 그쪽의 사정이다.

참,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동의해야 할 명백한 사실이 있다는 점은 적어둔다. 인류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결코 알아낼 수 없는 한가지.

우주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나는 포기했다면서도 무심코 궁금해하고만다. 이 글에서 등장하는 일련의 원칙을 누가 만들었으며, 무슨 의도를 가진 것인지를.

자, 사후세계 얘기, 시작합니다.

현존하는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이론 중에 들을 만한 것은 Bob Joas의 <영혼보존의 법칙>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궤변에 불과하다. 조아스의 이론도 영혼불멸설 때문에 완벽한건 아니지만. 보통 죽어서 끝이거나, 영적 세계를 살거나, 다시 지구로 환생한다고 믿고 있지만 모두 잘못된 사실이다.

사후세계를 개괄적으로 표현해보면, 실제로 죽은 자들의 영혼은 물리적 세계에 보존된다. 인간의 영혼은, 육신과 같이 미세한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죽은 육신이 흙으로 돌아간다면, 이 영혼의 입자는 빛과 완벽하게 호응한다.

영혼은 미세하게 분화되어 파동하는 빛의 알갱이에 엉겨붙는다. 망자의 영혼은 그렇게 태양 빛에 승선하여 태양계를 벗어나 무한의 우주를 여행한다. 가끔 이런 "망자의 빛"을 관찰하는 특이한 사례나 사람들이 존재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그전에 죽음이란 일련의 프로세스라는 점을 밝힌다.

망자는 모두 6개의 문을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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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첫번째는 지각의 문이다.
여기서 망자는 자신의 죽음을 인식한다. 영혼은 뇌가 없기에 이성적으로 죽음을 인식하지 않는다. 망자의 영혼은 실제로 입자로 구성된 하나의 물질이기 때문에 촉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영혼은 자신의 죽은 육체를 어루만진다.

오직 촉각에 의한 인식. 죽음은 넌지시 말한다.
만져지는 것만이 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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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두번째는 영혼의 문이다.
갓 죽은 인간의 영혼은 순수하지 않고, 생의 먼지들이 묻어있다. 욕망, 사랑, 후회, 미움, 두려움과 같이 인간의 깊은 감정이 만들어낸 불순물들이 섞인 상태로 육신을 빠져나온다. 죽은 자에게 좋고 나쁜 것은 없다. 다만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을 뿐이다. 죽음은 이제 주머니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꺼내놓으라고 말한다. 여기서 죽음은 그저 물을 뿐이다. 억지로 움켜진 손을 펼치게 하지 않는다.
어짜피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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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세번째는 여행의 문이다.
여기서 영혼은 빛과 교접하며 "망자의 빛"이 된다. 빛의 속도로 지구를 선회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아온 행성을 돌아본다. 모든 영혼은 각기 다른 궤적을 가진다.이 궤적에 동시적 교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존재로 태어나, 보편적 세계에 안주하고 때론 저항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모든 인생은 개별자로 이 행성을 떠나게 된다.
두번째 문을 지나는 우리의 마지막 여행은 홀로 떠나는 무전여행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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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네번째는 작별의 문이다. 이 문은 가장 극적이다.
망자의 빛은 지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장례식에 참여한다. 여기서 딱 한번 임시 육체를 부여받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죽은 자는 지인에게 말을 걸 수 없다는 원칙이 존재한다. 원칙이 어겨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대체로 준수되는 편이다. 네번째 문을 지나면, 비로소 망자의 빛은 지구를 떠난다. 결국 태양계를 떠나게 되고 오디세우스와 같이 긴 여정에 오른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문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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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다섯번째는 소멸의 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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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여섯번째는 탄생의 문이다. 이 두가지 문을 통틀어, 기원의 문이라고 부른다.
물리학자들은 이 문을 웜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합쳐졌다나 뭐라나...

우주의 공백을 떠돌던 망자의 빛이 비로소 웜홀을 만날 때, 여기에 생의 기원이 있다. 웜홀은 우주의 문이며, 소멸과 탄생의 경계에 존재한다. 이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버린 망자의 빛은 영원히 우주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 망자의 빛이 경계에 사로잡히는 원인 역시 많은 논쟁이 있다. 과거에는 두번째 영혼의 문에서 순수하게 정제되지 못한 영혼에게 일어나는 인과응보설이 유력했지만, 최근에 그 원인은 철저히 우연과 확률에 의존한다는 쪽으로 기울고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끊임없이 뒤짚기를 반복할 것이다. 결국 생의 기원이 우연인지, 아니면 숨겨진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믿음의 문제일 뿐. 이래서, 어떤 갤럭시에 인류가 존재하더라도 종교는 살아남을테지.
물질의 국경은 명확하나, 인간이 부여하는 의미는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자, 골치아픈 소리 짚어치우고, 6개의 문을 모두 통과하면? 기원의 문을 통과하면 망자의 빛은 새로운 육신을 가지고 새로운 행성의 시공간에 살아가게 된다. 우주는 무한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우리는 단 한번, 이 행성에서 살아간다. 단 한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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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대체로 모르는 사실이다.
대체로 모른다는 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뜻.

나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내가 어릴 적 사후세계의 비밀을 자주 말씀하셨다. 좋았던 시절도 있지만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대개 적대적이었다. 나는 평생을 어머님의 품에서 도망치려했다. 내가 국경을 넘으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한 여자를 만났다. 가끔 내가 어머니 얘기를 할 때면, 그녀는 항상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당신을 사랑했을 뿐이예요.

내 저항의 시대를 되돌아보며, 그것이 사랑인지 구속이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혼란스런 나날을 보낼 즈음, 어머니의 부고가 겨우겨우 내게 닿았다. 내가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하얀 가루로 변해버린 어머니의 육신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 고운 가루를 보며, 영혼의 입자는 무슨 색인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막상 어머니를 대면하면 무의식에 기거하는 그 메세지가 선명해질거라고 직감했다.

오늘, 장례식의 첫째날이 끝나가고 있다. 오늘 내내 장례식장 밖에 서서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이가 없는지 살폈다. 나는 네번째 문을 지나는 망자의 빛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왔고, 간간히 내 상공을 지나는 망자의 빛들을 올려다 봤다.
난 항상 각각의 빛들이 가지는 궤적의 의미를 생각했다.

오늘도 많이들 가시는구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건 어느 장례식에 대한 얘기다.
지금은 어머니의 장례식 중이고, 나는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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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ileecho


To be continued...


[콜라보 시리즈]
#001 나오코의 우물
#002 너만이 없는 거리
#003 개와 늑대의 시간
#004 절대동안과 빛바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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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랑 노래랑 잘 어울리네요.ㅎㅎ 사진도 좋구요.^^

키위파이님.
사진은 외주입니다. 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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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태어남과 태어난이유 어렵지만 정답과 해답은 없지만 생각할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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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많이 긴 글 정독 했네요 ㅋㅋ
이것도 믿거나 말거나는 그쪽 사정이고요 ㅎㅎㅎㅎ

위의 영혼 얘기는 개인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했는데..
아래 어머니 얘기가 많이 와닿네요..
저는 현재 어머니와 적대적(?)인 관계에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소설인지 경험을 글로 쓰신 건지 모르게 실감나게 잘 읽었습니다. :)

정독해줘서 고마워 ㅋㅋ
어머니란 존재는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지기도.. 선명해지기도..
난 여전히 헷갈려.. ㅋ

와 소설인지 진실인지 헷갈리네요~~
만져지는것만이 사실이다... 와닿습니다.
네번째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니 장례식장에서는 조용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될 것 같습니다.
지구에서의 삶은 단 한번이라니... 슬프네요...

목수의 손 만큼 진실한 것이 없죠. ^^
호돌박님이 공감하시는 것 자체가 공감이 가네요. ㅋ

뜨아~!
영혼의 파아란 문이드앙~♩♬

행복한 즐토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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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문은 여행의 문이야 ㅋ 블루엔젤
블루엔젤이니까 여행 많이 다녀라 ㅋ

뜨아 여행의 문이구낭~!
고마우이~♥
ㅋㅋ
행복한 일욜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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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실때 잘하세용.훌쩍훌쩍
옛다 저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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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새파랗게 질린 미미랑, 엄청 화난 미미가 같이있당

소설가 카비님 ~ 카비님글은 항상
어떤게 팩트고 어떤게 픽션인지 헷갈려요
그정도로 잘쓰신다는 :D

우주는 무한하고 시공간을 초월했다면 같은 곳, 같은 시간대로 돌아오는 것(환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혼은 뇌가 없어 합리적 의사판단은 힘들지만 본능을 가지고 있어 6가지 문을 통과한다고 한다면 본능적으로 있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거나(사랑, 미련 등의 이유로) 혹은 반대로 돌아가지 않으려 할 것 같아요.
다시 돌아온 영혼들은 그 전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다시 한 번 더 인연을 맺기도 할 거구......
그래서 어머니는 돌아오셨나요?

와... 과학과 문학적 감성이... 카비형의 글 수준에... 감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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