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키우기 vol.1] 마스터의 워킹맘 일기(부제:이땅의 워킹맘과 소통)

in #kr-manulnim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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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때 다급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집전화는
언제나 섬뜩하다.
신혼초 회사로 전화가 왔다.

남푠: (울먹거리며) 여보야~큰일났어.
나: 왜?
남푠: 한결이가...한결이가...
나: 머! 어쨌다고?
남푠: 움직이질 않아........
나: 왜?
남푠: 내가...청소기 돌리고..나갈려고 피아노 위에 올려뒀는데...미끄러졌어...어떻해?
나: 빨리 동물병원 가봐!!!!!

하루종일 심장이 떨려서 일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며칠동안 내내
'아. 사람에겐 눈물이 이렇게나 많구나..' 했던 기억. 다신 강아지 안키워야지.

한터가 태어났다.
주례봐주신 국어선생님이 지어주신 한글이름.
가운데란 뜻과 넓다는 뜻을 지닌 '한'
들판을 가르키는 '터'
세상을 크게 담으라고 너른들로 지어주셨다.

11개월. 일해야 해서 백일밖에 못물려서 일까.
한터는 고양이베개를 꼭 쥐고 왼손을 쪽쪽 빨았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아가. 큰일났다.
나: 왜요?
엄마: 애기가 발에 타원형 빨간점이 났는데..아까는 한개였는데 세개야. 벌써.
나: 그래서요? 애는 잘 놀아요?
엄마: 응. 애는 잘놀아.
나: 그럼 두세요. 퇴근하고 병원 가볼께요.

심장이 콩닥콩닥 '별일 아닐꺼야'
일을 두고 남자들은 아무도 애핑계를 대진 않는다.
아기 핑계로 조퇴를 할 순 없다.
그렇게 밤에 응급실로 갔더니
돌발진이라며 입원하란다.
애기 팔에 링겔 꽂는 장면은 엄마는 못본단다.
괜찮아요. 저 보는데서 꽂아주세요.
오른팔에 한번 발에 한번 왼팔에 겨우 꽂았다.
아기는 죽을힘을 다해 운다.
내심장도 찢어진다. 버틴다.
아. 왼팔. 저손 빨아야 되는데.

나: 선생님. 주사바늘 손 바꿔주세요.
간호사: 다시 하라고요? 겨우 꽂았는데요?
나: 다시 해주세요. 왼손은 빨아야 해요.

36개월. 한글학습지를 시켰다.
카드에 적힌 단어를 줄줄 읽는다.

나: (카드 보여주며)이거 읽어봐
한터: 오.리.
나: 그게 머야?
한터: 몰라요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은 모른다. 그림으로 이해하는거다.
당장 학습지를 끊었다. 돈아깝다.

5살. 더이상 미룰 순 없다. 유치원엔 보내야한다.
그림그리는걸 좋아하니까 미술유치원에 갔다.

상담실안...

원장: (상냥하게)어서오세요. 어머니.
나: 애는 밖에서 놀아도 되죠?
원장: (활짝웃으며) 그럼요.
(한터가 미끄럼틀놀이대에 올라간다)
원장: 어머. 얘야. 거기선 놀면 안돼요.
나: 놀면 안돼요? 유치원에서요??
원장: 지금 수업중이라서요.
나: 잘 봤습니다. 한터야. 가자.

놀 수 없는 유치원 따윈 필요없다.

영어유치원에 들어갔다.
온통 재밌는 그림투성이 벽이 신기해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애가
쓱 문을 열고 수업중인 방에 들어가 버렸다.

안내데스크에 뛰어가서

나: 애가..우리애가 수업중인 방에 들어가버렸는데 어쩌죠?
직원: 괜찮아요. 어머니. 선생님이 함께 놀아주실꺼예요.
나: 여기는 애들이 마구 노는 곳이에요?
직원: 네. 어머니. 우리는 영어로 놀아요.
나: 스스로 대소변 후처리 못하는데..괜찮아요?
직원: 네. 어머니. 한반에 두분씩 선생님이 계셔서 알아서 밥먹이고 후처리도 다 하세요.

그래서 영어유치원엘 3년 다녔다.
그래서 한터는 외국인만 보면 얼굴색에 상관없이 '하이' 인사한다.
다 저랑 놀아줄 어른인줄 아니까.

9살. 2학년 반장이 되었다.
남자반장엄마가 대표맘이란다.
(대표맘은 대표로 교실을 청소해야한다)
토요일에 학교에 갔다.

1학년때 담임을 화장실에서 만났다.

나: (반가움에 덥석)어머.선생님. 우리애가 어떻게 학교생활은 하나 모르겠어요.
담임: (지그시 내눈을 쳐다보며) 걱정마세요. 한터어머니. 아이가 학교생활 잘합니다.

그날 교실 책상 의자 특히 선생님 책상 아래 컴퓨터 전선까지 깨끗하게 닦고 왔다.

10살. 모둠수업이 대부분이다. 4명의 아이들이 함께 팀을 꾸려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들은 항상 잘하는 아이 한명에 몹시 어려운 아이 한명, 그냥 의지만 충천한 아이 한두명으로 구성해둔다.

나: 오늘 학교에서 별일 없었니?
한터: 신경질나 죽겠어요.
나: 왜?
한터: 자꾸만 그애가 숙제를 안해와서 혼나요.
하기 싫으면 안해온다고 하면 내가 할텐데 해온다고 하고선 안해와요.

이게 무슨 얘길까? 학교에 찾아갔다.

나: 선생님. 한터가 숙제를 못해가서 혼났다는데요. 아이가 수업은 잘 참여하나요?
담임: 학교생활은 잘 하는 아이입니다. 단지 어머니가 이걸 아셔야 해요. 한터는 10가지의 과제를 주면 다 해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가지 이상 못해오죠. 한가지를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집에 와서 한터를 앉혔다.

나: 한터야. 사람 머릿속에는 누구나 생각주머니가 있단다. 네 머리엔 무척 큰 생각주머니가 있어. 모둠친구들중엔 그 생각주머니가 아주 작은 친구가 있단다. 너는 이해 안가는 행동하는 친구를 보면 '아. 이친구는 생각주머니가 작구나' 라고 생각해. 이게 다 그 주머니탓이야.
한터: 그럼 그친구가 주머니를 키우면 되잖아요.
나: 네말이 맞는데 그건 어렵고 힘든 일이란다.

그때부터 한터의 짜증은 없어졌다.

어휴..이제 10살인데 언제 크지? ㅋㅋㅋㅋ


오늘은 마눌님이라는 호칭보다 '한터엄마'라는 친근한 호칭을 쓰고 싶네요.
물론 마눌님께서는 'ㅇㅇ이 엄마'보다 자신의 이름 석자로 불리고 싶어하지만 ㅎㅎ

워킹맘으로 일하며 아들을 자신있고 멋지게 키워준 '한터엄마'에게

"당신은 이 땅에 자랑스러운 엄마야~"

라는 말을 전하며 더불어 이땅의 슈퍼우먼인 모든 워킹맘들께

"당신은 이 땅에 최고의 엄마랍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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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가족 대문과 완전 예쁜 뒷문을 만들어주신 @leesol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제 주름도 지워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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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 모든 인간을 돌보지 못해 만든것이 어머니라고 합니다.

마스터님도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한 사람이지만

한터의 눈으로 보는 마스터님은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나의 어머니 아닐까요?

모든 인간을 돌보지 못해...
우리 마스터님은 두명의 세입자를 돌보고 계시죠 ㅎㅎ

아~ 한터가요 엄마라는 단어에 뭐가 연상되냐고 물어보니
'사랑', '헌신', '배려' 이런거라네요~
그러나..
분명 '무서움'도 있을걸요 ^^

크..마스터님..두명의 세입자라니!!ㅎㅎㅎ
역시 스케일이 다르십니다.

'무서움'도 포함되어 있다니..
사실 저도 공감가는 바 입니다..!!
아들이란....ㅎㅎ

그...뭐였지...삼고초려...가 아니고...
삼한사온(...)도 아니고...아!
맹모삼천지교!!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머리 쓰려니 안돌아가는군요ㅋㅋ

ㅋㅋ 저도 생각나지 않아서 속 답답한적이 넘 많아서리 이해합니다 예가님.. ㅋ~
그냥 나름의 방법으로 아이키우며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지요~

한터아버님, 한터어머님의 옴니버스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아들자랑에 너무 몰두하신 것 아닙니까? ㅎㅎㅎ 그런데 왜 10살에서 스토리가 멈춘건가요?

시리즈물로 기획하고 계신거겠죠.
오늘은 본인글 올렸으니 저는 댓글만 달으라네요 켁!
내가 마눌님 대변인 ㅡㅡ;

다음편 독촉은 소철 대변인님 통해서 넣으면 되는건가요? ㅎㅎ

다음편 완성되셨다고 탈고후 제게 보내셨네요. ^^
이제 포스팅제목을 고심해봐야죠.
제가 이제 마스터 매니져가 된 느낌요 ㅋ~

슈퍼우먼이 될 수 있도록 잘 따라와주었던, '생각주머니'가 큰 '한터'도 기특한 것 같습니다.

드미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한터의 생존본능이 지금의 훌륭한 모습으로 발전될 수 있었던 기초라고나 할까요 ㅋㄷㅋㄷ~
울 집은 '1초강 2약' 체제라서요 ^^

영재인가 봐요.....
한터어머님의 대장부기질이 부럽습니다.
전 언제나 결정을 하질 못해서 대다수가 하는결정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쉽게 하질 못하거든요...

제 생각보다는 다수의 생각이 맞을거라는 생각때문에요...

최작가님 아덜이 영재는 아니고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완수해야만 한다는 엄마아빠의 협박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끔 지 몫을 찾아묵고 주어진 상황에 개기기도 바라는데(저만)
그게 또 아이에게 원하는 바와 반하는 경우가 있어 그러라고 말하기가 쉽질 않네요.
이제 점점 머리가 커지며 자신이 직접 이해할 수 있겠죠 ^^

다수가 언제나 맞지는 않겠지만..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기에
같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부분에서
그러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셔야 할 그 순간에는
최작가님의 생각대로 하소서~~ ^^

한터는 참 좋겠네요~^^
점점 더 생각 주머니가 많아지면 빨리 어른이 되는 길이니,
생각주머니 넘 많이 늘어나지 않기를요^.^
글 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아! 언제나 멋진 솔류션을 주시는

혜안 이미경님 오시었습니다~ ^^

그러게요~^^ 오늘 주신 댓글을 읽고나니
4살때 귀여웠던 녀석이 이제 고등교육을 대비한 중3이 되어버렸네요.
모습은 이미 4살의 귀여움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귀염귀염한 아들이라는 사실만은 변한 것이 없어
미경님의 말씀처럼 생각까지 너무 어른어른이 되어버리는 것이 좋은것 같지는 않네요.
음.. 그럼

"한터야~ 나가서 놀아라~~"
"숙제할 것 많다고!"
"알써" ㅠㅠ

아이코, 감사합니다^^
두분의 살뜰한 살핌으로, 혹시 공부하느라 아직 쬐꼼 덜 배웠을지 모를 넓은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잘 살필줄 하는 배려의 마음이 보태지면 한터는 이미 어른입니다.

고맙습니다~ 미경님의 말씀에 ^^

한터는 엄마이자 마스터께서 가장 신경쓰시는
공부 잘하는 아이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에 의해 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같이 세들어 사는 사람이라 옆에서 관찰해보니 말이죠 ^^

아파트단지에서 공부 제일 잘 하는 녀석이라는 말보다
'인사 제일 잘 하는 아이'라는 말이 더 듣기 좋네요. ^^

귀한 한터는 스팀잇의 은근 자랑이 될 것을 믿고 응원합니다 ~^^

ㅎ~~ 감사합니다 미경님^^
그러잖아도 선무님께서 미경 선배는 이라고 하시기에 두분이 선후배이신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선후배 이실런지 궁금하네요 ^^

소철님은 여성분이셨군요.... 남자분이신줄 알았습니다. ^^;;
저희 와이프도 워킹맘인데, 워킹맘들 고생많으십니다.
물론 전업주부분들도 고생많으시죠....^^

곧 주부가 되실분이지만 여성은 아니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넵... 제가 착각했네요.... 실례했네요.... 죄송하네요......^^;;

감사합니다. @corn113님 덕분에 곧 주부가 될 @sochul입니다 @seunglimdaddy님.
이로서 한 줄에 아이디 세개를 멘션하는 신공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캬~~

그나저나 이렇게 한방에 저를 주부로 만들어버리시는 콩님의 능력은 정말.. 두고보시죠. ^^

워킹맘은 원더우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회가 일하는 여성에게 또한 완벽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이기를 바라는 시선때문이겠죠..
뭐 갑자기 이러한 시각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 남푠들이 잘 해주는 수밖에요.
그러다보면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
오늘도 고맙습니다 @seunglimdaddy님~~
즐거운 휴일 되세요~

저는 설겆이가 싫어 음식을 만듭니다.
음식 만들기가 심심치않게 재밌네요....^^
맞벌이면 서로 도와야하지만,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애들 엄마 일이 많은거 같네요.....^^;;

허어걱! 저는 음식은 못 만듭니다.
그런 의미로 @seunglimdaddy님의 '요리하는 남편'이란 모습에

'엄치척!'

서로 도와야 부부죠~ ^^

이거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은근 아들 자랑 글인데요?ㅎㅎ
근데 자랑할 만 한것 같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 하니 제가 그간 느꼈던 소철님과 마스터님의 재능과 인품을 물려 받았을 테지요. 한터군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아마군님도 오셨네요~ ^^

음.. 아들 자랑이라..
우선 이렇게 지내지 않으면 우리가 세들어 사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힘드니
'생존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요. ㅋ~

그래도 녀석이 자랑스럽기는 합니다.
힘들고 싫어도 자신이 해야할 일은 꼭 하는 녀석이라..
공부를 떠나 세상살이에서 제 몫을 해내는 자세는 꼬~옥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부모의 생각을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품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커서도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게 저의 바램이네요~ ^^

Hi my friend
How are you?

하이 마이 프렌드
파인 땡큐 엔드유?

좋은 글 감사 합니다. 마스터님

나는 주부로 만들어놓고..
울 마스터에게는 좋은 글 감사한다 하시고..
조만간 뭐 하나 올겁니다 콘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시지요 ^^

어제 두분, 모시고 외나무 다리 갔었어야 하는데..ㅠㅠ 아쉽습니다. ~

또 만나겠지요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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