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을 떠나 보내고..

in #kr-manulnim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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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얼마전부터 그르렁대기 시작했다..
아내의 얘길 들으니 그간 이 녀석은 내가 집에 없던 시간마다 아내에게 더 그르렁댔던 것 같다.
집에 귀가했을때 나는 녀석의 그르렁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어제밤..
녀석의 그르렁은 도를 넘었나보다.
달래준다고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 녀석을 달래던 아내는
잠에서 깬 나와 아들의 못마땅한 행동이 더해져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

나와 아들은 바로 옆에서 핵폭탄이 터진다 하더라도 잠에서 깰 사람이 아니니.. 민감한 아내만 녀석의 난리로 힘들었나보다.

새벽내내 집안이 떠나가라 울부짖어댔다는 녀석은 내가 옆에서 보았던 아침내내 괜찮아보였다.

'이상하다 쌩난리였다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뭐 주말이니 내가 관찰해보면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녀석의 주변에서 얼쩡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리난리 이런 난리가 없다는 아내의 말은.. 맞았다.
11년을 같이 살았지만.. 사랑하는 내 아내의 평온한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녀석과 같이 살아갈 수는 없다.

물론 녀석은 단 하루도 가족의 손길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만큼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이 들었고 녀석이 아플때는 거금을 들여 아픈곳을 치료하느라 금전적으로 많은 손해도 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몇번의 대대적인 수술후에도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온 이후 맞이하였던 녀석은 지금까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더 이상 참을수는 없다. 나는 과감하게 녀석을 대체할 다른 녀석을 데려오기로 하였다.
한시라도 녀석을 볼 수 없다면 낙심할 아들과 나를 위해..

하지만.. 녀석이 사라지면 정작 너무나도 힘들어할 사람은 바로 아내였다.
새벽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아내에게 다른 녀석을 데리고 오자 얘기했지만.. 아마도 아내는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녀석에 대한 정으로.. 같이 나서지 못했나보다.

결국 나는 떠났고 녀석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엄습해올까 무서워 곧장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예쁘게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그런데 바로 보내줄수 없단다.. 이것저것 검사해보고 보낸다고..
나는 점점 심하게 으르렁거리는 녀석을 달래며 기다렸다.
어제 오지 못했던 녀석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지금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 녀석은 잠잠하다.
아마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자신을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다 지쳐 잠을 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과 다른 녀석을 마주하게 될텐데..
또 울부짖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지..

그보다.. 잠시후 녀석의 내장을 모두 빼내야 할텐데..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한다 장고야..
11년간 매일매일 줬다 뺐었다해서 미안하다..
다음생에는 장고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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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 우리가족에게..
하얀 장고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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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를 보내셨군요 보낼땐 과감이 보내야죠 저도 얼마전에 인지를 보내서 그맘 잘이해 됩니다 15년 같이한 인지였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새로운 장고와 더 건강 하고 행복한 가정 되세요~

한참 봤네요 올패스님 인지를 보내셨대서 ㅋㅋ
얼마전에 그러잖아도 튼튼한 새 인지를 데리러 가신다고 하셨었죠 ㅋㅋ
네 우리 모두 새 장고 새 인지와 함께 간강하게 더 멋진날 보내게요~~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저도 장고 바꾼지 얼마 안됏습니다 허허 ㅎㅎㅎ 옆에 술병이 참 많네요 +_+

앗! 사진에서 보셨군요 ㅎㅎ
실은 저는 술을 전혀하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애주가인 집주인 마스터와 친해볼 요량으로다 조주기능사를 취득하니라고 이렇게 술병이 많답니다~^^

은장고 주고 흰장고 받고 ^^
소철님 위해 올렸써요 던지니스 게
https://steemit.com/kr-food/@euni/1001-dungeness-crab

멀까 당장가서 봐야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euni님~

그르렁대던건 개가 아닌 장고였군요ㅋㅋ
개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ㅎ

강쥐는 제가 워낙 좋아라합니다.
맘같음 집에 데려오고 싶은데 울 집주인께서 허락해주지 않으셔서리 ㅎㅎ

강아지 이야기인지 알고 읽다가 중간에 나가는데 장고 놈이 보여서 다시 다 읽고 웃고 갑니다. 정든 것 과의 이별 많이 아쉬웠다니 아름다운 따듯한 인간미기 보여서 좋습니다.

천운님 오시었군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비록 무생물이지만 오래 함께한 녀석이다보니 떠나 보냄이 서운하네요.
그래도 새것으로 다른 녀석이 그 자릴 대체하니 또 금방 잊어버리네요. 아~ 저는 한편으로 너무 비인간적인가 봅니다 ㅜㅜ

전 왜 부러운지.. 우리 장고는 쫓겨날까봐 14년째 숨죽이고 버티네요...

ㅎㅎ 플로리다님
어릴적 장고들이 휠씬 튼튼했었나봐요.
요즘 장고가 휠씬 커졌는데 더 빨리 교체하는걸 보면 말이죠.

14년 전이 '어릴 적' 은 아닌데요 ㅎㅎ 혹시 미제라 그럴까요? ㅋㅋ

요즘 삼송이 영 전자제품이 이상해진 것 같아요 ㅡㅡ
어릴적은 40년 전쯤요? ㅎㅎ

하얀 장고가 조용하겠습니다
씸플하니 예쁩니다
즐거운 토요일되세요

이번 장고랑은 오래오래 같이 살아보려고요.
더 곱게곱게 손길주면서요 ㅎㅎ
후님 고맙습니다~

흰장고에게도 많은 것을 줬다뺐다 하시겠죠.
그것들 잘 활용해서 더 건강해지세요!ㅎ
ZI장고는 어디로 갔을까요...

지장고는.. 지금쯤 고물상을 거쳐 좀있다 다시 태어나지 않을지..
다시 우리집으로 와서 복수하는건 아니겠죠?
그때 날 버렸어 버렸어~~ 이럼서 ^^

하하하
당분간 복수극도 막고.. 지출도 막고..
아무것도 사지마세요ㅎㅎ

그래야겠어요.
장고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말이죠 ㅋㅋ

삼성에서 엘지로 갈아타셨습니다.
새로운 장고는 조신하게 마스터님의 잠을 지켜드릴것입니다.
저도 지난 여름에 새로운 장고를 모셨습니다.
그것도 토요일에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셔서
우리는 주로 밖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못 들어
갑자기라고 표현하지만 그래도 꽤 오래 혼자 앓았을 생각을 하니
보내면서 참 많이 미안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허허 @jjy님께도 그런일이..
유명을 달리한 장고는 고물상을 거쳐 새로운 다른 녀석으로 태어났으리라 생각하며..
저희집 장고는 거의 아스팔트 부셔버리는 컴팩트라던가? 거의 그 녀석 수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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