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19 + 18회차 답변 선택

in #kr-gazua7 years ago (edited)

[반말주의]

안녕? 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찾아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이렇게 계속 습관이 들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흠. 배고프군. 오늘 회차는 짧고 굵게 가보자 ㅋ사실 지난 회차 답변 선택을 설명하는 게 엄청 간단하게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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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배경이 스페인이야. 그곳에 사는, 발을 절던 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이 돼. 그 소녀는 어느 날 성모 마리아의 환상을 보고, 기적적으로 발을 치유받게 되지. 그리고 그 기적을 몸소 체험한 결과, 그 도시의 수녀회에 들어가게 돼. (카르멜 수녀회라는데, 내 기억에는 특히 검소하고 불편함을 감내하기로 유명한 수녀회거든.) 물론 본인의 어떤 의지가 아니라, 그곳의 종교 권위자들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소녀가 성장하고 나서는, 애초에 본인이 선택한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는 혼란에 빠지면서,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 그런데 수녀잖아. 수녀원장의 허가 없이는 수녀회를 떠날 수가 없음은 물론이야. 수녀원장은 완고하고, 수녀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곧 그들을 보호하는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어떻게 부탁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처럼 보여. 남자의 정중한 부탁도 거절해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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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로 (수녀가 된) 소녀의 애원이 받아들여져. 수녀원장은 무려 감동까지 받아. 그래서 서약 철회를 허용하고, 소녀를 내보내주게 되지.

내가 대충 검색을 해봤는데, 이 책이 한글로 번역이 안 된 건지, 존재는 약간 알려져 있는데 딱히 리뷰라거나 자세한 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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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의 카탈리나(Catalina)의 이야기야. 모옴은 (종교) 권위에 대한 풍자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모옴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기도 하지. 모옴 단편을 하나 이미 다뤄서 좀 나중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이게 생각이 나더라고.

그럼 내 질문은 이거야. 소녀가 어떤 이야기를 했길래 수녀원장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까?

혹시나 책을 읽은 형들이 더 유리한 건 바라지 않지만 아마 국내에서는 별로 읽힌 작품이 아닌 듯하니 그럴 걱정은 별로 없을 것 같아. 근접하게 추측하는 것이 가능한 문제라서 내 볼게! 물론 딱 맞추는 것보다는 그럴싸하게, 말이 되는 답변을 선호해!

그럼 이제 지난 회차에서 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선택할 시간이네?

한국인 배우가 오셀로의 데스디모나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

물론 각색이라면 여러 컨셉이 가능하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정통 연극에서 가능할까?라는 질문이었어. 그리고 나는 이미 정해진 의견이 있지만, 나랑 동조하는지의 여부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했지. 나랑 같은 의견이라고 불리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나랑 비슷한 의견이면 뭔가 생각지 못한 포인트가 나오는 걸 선호하고, 나랑 다른 의견이면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만 되어도 인정할 수 있지 않겠어?!

압도적으로 많은 답변은 이렇게 압축되는 내용이야. "배우의 외양에 따른 혼란". 작품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내용도 흡사하게 봤어. 오셀로는 흑인과 백인의 결혼에 관한 작품이니까, 다른 인종이 그 중 한 명을 맡게 되면 작품의 배경과 극중 대사에도 안 맞는다는 논리는 "혼란"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고 본 것이지. 물론 인종이 주제가 아닌 일반 다른 작품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 이 답변이 압도적이었을 거야.

내가 평소 생각하던 논지는 그 외양에 따른 혼란, (정통극이라면) 작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장착을 하고, 몇 가지가 있어. 어떤 이유로 답변 채택했는지 얘기할 겸 늘어놓아볼게.

  1.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 주제일 뿐 아니라, 결국 백인 집단(여자의 가족 포함)대 1명의 흑인의 이야기인데 다른 인종이 개입하게 되면서, 주인공 오셀로의 유일한 흑인으로서의 역할이 희석이 된다. (@wonderina 형이 요 문제를 언급했지.)

  2. 1번의 맥락에서, 당대 배경에 의해 아름다운 여자는 가족의 소유물 나아가 백인종의 모범적인 소유물로 그려지고, 그것을 흑인이 빼앗아간 것으로 그려져(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대놓고 대사가 그렇게 되어 있지.). 그런데 그게 동양 여자로 대체가 되면 마치 원래 취지(동양인도 무슨 역할이든 맡을 수 있다)와는 딴판으로 아예 엉뚱한 느낌을 관객에게 주게 되는 셈이 아닌가?백인 남자 아니면 흑인 남자 사이에서 뺏고 뺏기는 그런 걸 굳이 역사적 배경에도 안 맞는 동양 여자까지 가세해서 이미지화해줄 필요 있을까? 데스디모나가 동양 여자든 백인 여자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게 봐도 된다, 마찬가지로 소유물이기 때문에...라는 느낌이 들 것 같아. 특히 오셀로는 문물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신체적, 성적으로는 흑인에게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백인의 단면을 포착한 작품이야 (그냥 집단의식인 것 같지만 그런 개인도 진짜 존재한다...봤음.) . 데스디모나는 특히나 성적인 의미에서의 트로피야.

  3. 2번에서 이어지는 논지인데, 데스디모나는 오셀로를 선택한 것 빼고는 아예 운명에 저항하지 않는 여자야. 이간질로 인해 오셀로로부터 억울하게 불륜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도 않고, 남편에 의해 죽는 순간까지도 말 없이 순종하지. 여기에 항거하는 건 그녀의 시녀를 비롯한 다른 여자야. 굳이 데스디모나 역할을 탐낼 필요가 왜 있지? 동양 여자의 스테레오타입에 더 부합하는 역할 아닌가? (다른 여자 역할이라면 아마 연기력만 받쳐준다면 캐스팅이 안 될 이유가 없지 싶네.)

  4. 진짜 아프리카계 흑인이 오셀로 역을 맡기까지는 오래 걸렸어. 연극에서는 빨리 했다지만, 그것도 극이 발표된 후 200년이 지나서 이루어진 일이야. 그런데 분장 정도를 거쳐서, 동양 여자가 백인 여자로 계속 극중에서 불리고, 언급이 되는 역할을 한다라...금발 가발도 당연히 쓰겠지? 데스디모나는 오셀로와 가장 대비되는, 피부가 창백한 금발이니까. 그런데 나는 이게 좀 걸려. 당연히 흑인에게 돌아가야 할 역할이 연극에서만 200년이 걸렸는데...여자끼리는 분장만 하면 차이점이 희석된다고 공언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흑인 배우의 입장을 생각하면 씁쓸한 면이 있어. 뭔가 여자로서 알맞은 분장만 하면...참 쉽죠? 이런 느낌이라고나. 이건 외모의 유사성이 없어서 불편한 걸 넘어서, 백인 황인 흑인의 관계를 서로 덜 멀고 더 먼 것으로 딱 공언하는 느낌이야 (막상 평균적인 이목구비는 동양인이 가장 "다르게" 생겼지만).

추가로, 다들 언급해준 그 외양적인건 물론 있기는 한데, 앞서 말한 것들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봤어. 정말 대사나 그런 게 현지인처럼 유창하고 그런다면야...그리고 외모가 서구적으로 생긴 편이라면 극 몰입도를 높일테니 금상첨화겠지만, 연극에서 조명과 분장이라는 게 정말 무시 못하거든.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분장 정도만 해줘도 관객이 별다른 눈치를 못챌 정도로 서구적인 동양인이 아닌 이상에야 몰입도를 방해하긴 하겠지(개인적으로는 이거보다 2, 3번 때문에 더 부정적인 느낌일 것 같지만). 오래 전에 이미 오래된 기사를 본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그 연극배우는 그냥 평범하게 동양인다운 외모였던 것 같아.

물론 혼혈 배우의 경우 눈에서 살짝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별 문제 없이 극중 백인 부모님을 둔 백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그러니까 어느 정도로 서구적이라면, 그리고 연극무대 분장의 힘까지 입는다면, 몰입도 부분은 좀 비교적 쉽지 않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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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오셀로 외에 다른 작품이라면 인종이 주 이슈가 아니니깐 훨씬 장벽이 없지. 햄릿이라든가 거트루드, 리어 왕, 허미아 등은 다 동양인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내 의견은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되는데...반대 의견 중에서는 "인종이 안 중요하니까"라는 답변이 둘 아니 셋인가..언뜻 보였어. 그런데 그게 "인종은 요즘 세상에 중요하지 않다" 내지는 "평등하다"는 그냥 평등 사상에 기반한 것 아닌지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인종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의식을 많이 하는 것일 수가 있어. 마치 이래야 한다는 어떤 윤리적 부담감이 난 느껴지거든(또는 같은 동양인으로서의 동지 의식도 포함이야.). 그런데 동양인의 데스디모나에 반대하는 입장은 윤리랑 상관이 없거든. 인종주의나 차별의 의도가 아니니까.

그래서...결국 나랑 같은 의견인데 생각지 못한 포인트, 또는 나랑 다른 의견인데 수긍이 가는 내용을 고르려다보니..정말 내가 생각지 않은 "각도"가 답변에 나오긴 했어. ㅎㅎ

바로 "역할의 범위"에 집중한 @sitha 형의 답변이야. 배우의 역할은 캐스팅 시도를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그리고 거기까지라는 것), 그리고 연출은 최선을 다해서 최선을 뽑는 것...야매 불교라는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곘어. 난 불교는 아예 모르거든. ㅎㅎ

암튼 나는 이 문제 아니라도 항상 제 3자 입장으로 객관화해서 보는데, 연출 뿐 아니라 배우의 입장에서 봐준 게 신선했어. 난 어떤 쪽으로든 그 입장의 배우에게 이입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얼마 전에 술고래 코스프레 흑역사로 당첨(?) 이력이 있는데...축하해! ㅋㅋ

그럼 이번 회차에서도 (상상력을 이용한) 답변들 기대해볼게! 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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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사실 원장님도 밤마다 몸이 불타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누구보다도 제 심정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간청해서 나온 거 아닐까? 뭔가 장르가 묘하게 바뀌는 느낌이네.

ㅋㅋ답변 접수!

와.. 문학의 깊이가 다르네...
여기에 이상한 댓글 달면 큰 일 날 거 같아서 ㅋㅋㅋ 다시 정독해보고 달아볼게

고마워. 맞팔하고 이 시리즈에선 뉴페이스네. 풀이만 가끔 장황하지 그냥 쉽고 재밌게(?) 접근하면 되는 질문들이니깐 편하게 달아줘ㅎㅎ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나는 성모마리아의 은총을 받았다. 이 사랑 또한 성모마리아의 은총이다. 사랑을 (종교가)금지하는 것은 절름발이로 살때와 다름이 없다. 섭리를 어기는 강압이다...
쓰고보니 이건 애원이 아니고 싸움인것도 같네 ㅎ

ㅋㅋ답변 접수!

으흠...
내가 소녀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의 사랑이 지극히 깊어, 내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여 주지 못한다면, 그는 평생을 고통의 나락에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마리아의 은혜를 저버려 제가 지옥의 고통으로 떨어진다 하여도 그 한사람의 인생을 구하는 희생을 감내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자비심 모티프군. 답변 접수!

요즘 깨알같은 문학이랑 타이밍이 안맞았는데 오늘 일찍 눈이 떠져서 참여해~ 비혼과 저출산 문제가 미래에 얼마나 큰 재앙으로 다가올 지 설명했던거 아닐까? 자신이 결혼과 출산을 함으로써 재앙을 막아보겠다고 설득하자 수녀원장님 감동. ㅋㅋ 밀린 회차들도 보러 가야겠다

다시 저녁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요즘 내 패턴이 너무 새 나라의 어린이야...많이 미래를 대비한거네?ㅋㅋ답변 접수!

명문에 명댓글이네. 이런 깨알진 대답은 예상도 못했다.

카탈리나는 미래를 보았던거야.
ㅋㅋㅋㅋ

미래에서 온건가ㅋㅋㅋㅋㅋㅋ

닥터 카탈레인지ㅋㅋㅋ
어제 인피니티워 보고옴 ㅋㅋㅋㅋㅋ

ㅋㅋㅋ꿀잼이지. 만화도보고 세계관도 공부하고 보면 더 꿀잼 ㅋㅋ

Loading...

임신한게 아닐까??
뱃속에 아이가 생겨서 더이상 수녀 생활이 불가능

그런데 카탈리나 하니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 생각나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됨미다...

답변 접수 ㅋㅋ

Yeah~~~~
2관왕이닼
쓰다보니 배우역할은 할 필요가 없었나라고 생각했는데 하길 잘했구만.
답변은 일하면서 생각해보고 다시 적을께!

맞아 그게 신의 한수였어 ㅋㅋ ㅇㅋ접수대기

답변을 고민하다가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이 떠올랐어.
내 머릿속이 어수선해서 그걸로 답변을 대체해야지
하며 영상을 찾았는데...
영화가 넘 오래돼서 그런가 살짝 웃기네..ㅋ
난 이걸로 대체할게~ (꾀부리는 거 맞음!!!)
내가 처음에 써먹어야지 했던 건 1분50초부터 나오는 대사야~!


p.s 요즘 피드 밀려서 한꺼번에 읽으며 여기저기 보팅했더니 그나마도 적디 적은 보팅금액이 더 안습이네.ㅠㅠ (개인적으론) 제이미 글은 내용도 좋고, 자극도 되고, 정성도 있고... 그래서 이번엔 보팅 생략하고 계좌로(?) 쏴줄게~ 1스달~ㅋ

스팀파워업 어설프게 해봐야 큰 변화도 없는데
앞으로 좋은 포스팅하는 분들에게는
이 방법을 써봐야 할 것 같아~^^;

에공 그럴 필요 없다고 쓰는 도중에 벌써 보냈었구나...괜찮아. 그냥 보팅 목록에 표시만 되어도 성의이고, 잊지 않음! ㅎㅎ 예전 한국 영화는 뭔가 짧은 제목이 많은 느낌이구나. 선점된 게 없는 상태에서 나와서인가?! 나중에 확실히 다시 들어볼게. 일단 답변 접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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