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15 주말

in #kr-essay7 years ago

그래도 봄날 대문.jpg



알람의 통제 없이 자의로 일어나는 아침. 시간을 보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생각은 이렇게 해도 일어날 의지는 없다. 그래도 되는 날이니까.
일어나기를 미루고 누워 휴대폰을 뒤적거린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기도, 자주 가는 커뮤니티도 기웃대다 나도 모르게 다시 잠든다. 그러다 밥 먹으라는 엄마 말에 겨우 일어나 밥상 앞에 앉는다. 이미 오전보다는 오후에 가까운 시간. 아침인지 점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 타서 책상에 앉아본다. 그렇다고 무얼 할 생각은 아니다. 그저 동네 마실 나온 아이처럼 포털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내가 세상에 잠시 무관심했던 사이 세상엔 많은 일들이 일어나 있다. 특히 요즘은 눈 뜨고 나면 큰 사건들이 하나씩 터져있다. 찬찬히 기사들을 읽으며 혼자 웃기도,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배가 출출하다. 적당히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적당히 물을 올리고 적당히 라면을 끓여 다시 책상에 앉는다. 라면을 먹으며 다시 기웃기웃. 어느새 3시가 넘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3시라니. 이럴 때면 나 몰래 누군가가 시간을 빨리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망상도 잠시, 의자를 한껏 뒤로 저치고 책상 위에 발을 올린다. 그리고 읽고 있던 책을 집어 든다.

배 위에서 책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넘어간다. 귀를 간질이는 종이 소리와 페이지 넘기는 손맛에 취하다가도 금세 졸음이 밀려온다. 책을 덮고 베개만 대충 챙겨 누워본다.
얼마쯤 잤을까.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단잠에서 깬다. 동네 친구 녀석이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 이내 무음으로 돌리고는 다시 얼굴을 묻는다.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마냥 늘어지는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양껏 잤고 났더니 이미 해는 지고 세상은 어둑해져 있다. 입안이 꺼끌꺼끌해 입맛도 없다. 잠을 그렇게 잤으니 그럴 만도. 그래도 냉장고 앞을 기웃거린다. 심심해하는 입에 아무거나 대충 물려주고 영화나 볼까 싶어 시간표를 확인해본다. 때마침 기다렸던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는 역시 심야라며 혼자 중얼거리고는 간단히 예매를 마친다.
입고 있던 운동복에 양말만 대충 신고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다. 씻지도 않은 얼굴과 기름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가볍게 카드 한 장과 휴대폰만 챙기고 집을 나선다.

영화관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자 느닷없이 자괴감이 찾아온다.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군 죄책감이리라. 하지만 뭐, 괜찮다. 그래도 되는 날이니까.

맺음말_크기 변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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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은 보팅파워 회복을 위해서 살짝 보팅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글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ㅎㅎ 쉬는날이셨군요
평일날 쉬는게 제일 부러워요

아 평일에 쉰 건 아니고 주말의 쉰 걸 적어봤어요. :)

저도 평이날 쉬는 게 제일 부럽습니다. ㅠ

그래도 되는 날은 그래야죠. 가끔은 이렇게 느슨하게 풀어줘야 또 달릴 마음이 생기니까요. 맘껏 즐기세요. :)

주말에 쉬어주고 주중에는 열심히 해야죠. :)
그럼에도 뒹굴거리고 나면 뭔가 허탈하더라고요. ㅠ
너무 놀았나 싶기도 하고.

주말엔 푹 쉬어줘야 하지 않을까요...안그러면 다음주가 너무 쉽게 지치기도 하는거 같아요...

근데 너무 노니까 주중이 힘들기도 하더라고요. ㅎㅎㅎ 너무 놀아서 힘이든 사례라고 할까요. :) 쉬야하는데 놀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

ㅋㅋ 뭔가 저의 주말을 보는 듯한...차이점은 저는 모자만쓰고 나가지 않고 그냥 안 나간다는 것. 남녀의 차이이려나요ㅋㅋ

뭐, 사실 저도 안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안 씻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귀찮아서 ㅎㅎ
친구 만나는 것도 귀찮은 날이 주말인 거 같아요. :)

어떤 영화 보셨나요?ㅎㅎ

죄책감 들게 뭐 있나요. 몸에게 휴식이라는 큰 선물을 준건데.ㅎㅎ

예전에 봐서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은 안 나요. ㅎㅎ

앗.... 저 호옥시 초코일빠님 남자분....이셨던가요......?

네. :) 군대도 잘 다녀왔습니다. ㅎㅎ

오마나!! 전 왜 여태껏 당연히 여자분인걸로 오해하고 있었던 걸까요.....(반성중)
앞으로는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응...?ㅋㅋㅋㅋㅋ

저, 저도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아.(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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