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16. 중급자들을 위한 영어회화 공부법

in #kr-english6 years ago

연필 영어 스팀.jpg



초보 딱지를 떼신 분들을 위한 조언


이전 글에서 영어회화를 처음 시작하는 왕초보들은 패턴화가 가능한, 기본적인 문장들을 많이 외우라고 조언했었다. 그 문장들로 가장 기초적인 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시 외국에 나가게 됐을 때 일행과 떨어졌더라도 숙소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고, 굶지 않고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 즉, ‘서바이벌 잉글리시(survival English)’를 익히는 게 왕초보들의 목표다. 그렇다면 중급자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공부해야 할까?

초보운전자들은 양 옆, 앞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오로지 코 앞만 보고 직진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운전에 자신이 붙으면 사이드 미러와 백미러도 살피고, 앞 차의 앞 차까지 도로 상황도 눈여겨본다. 항상 집 앞에 있는 마트에만 다녔던 사람이 점차 시내에도 나가고, 놀이공원에도 가고, 고속도로도 타게 된다. 영어회화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문장들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survival English를 어느 정도 마스터했다면, 이제 좀 더 다양한 상황에서 능수능란하게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초보단계에서는 기본 문장들로 회화의 토대를 탄탄히 했다면, 중급 단계에서는 영어의 곳간을 가득 채울 차례다.


다양한 표현들로 영어의 곳간을 채우자. - 단어, 이디엄(idiom), 숙어 공부하기


앞에서 왕초보들은 ‘패턴화 되어 있는 문장’, ‘활용도가 높은 쉬운 문장’을 많이 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급 단계가 되면 그 문장들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단어와 숙어를 본격적으로 외워야 한다. 단어와 숙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이전에 외웠던 기본 문장들은 활용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니 단어, 숙어, 이디엄(idiom - 관용구), phrasal verb(구동사)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phrasal verb는 관용적으로 쓰는 동사인데 대개 ‘동사와 전치사’ 혹은 '동사와 부사'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찾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search이지만 회화에서는 phrasal verb인 look for를 많이 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회화를 위해 단어집이나 숙어집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건 중급일 때가 적당하다.


자신의 말투로 번역해서 문장으로 외우자.


단어와 숙어, 이디엄 등을 외울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단어와 뜻만 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look for ~를 찾다’라고만 외워 놓으면 영어 시험은 잘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회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어회화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문장으로 외워야 한다. 이전에 자신이 외웠던 기본 문장에 새로 외운 단어나 숙어를 넣어서 외워도 좋고, 단어집에 나와 있는 예문으로 외워도 좋다. 문장으로 외워야 문법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고, 단어가 어떤 형태로 쓰이는지도 알 수 있으며, 그 문장을 바로 회화에 써먹을 수 있으니 활용도가 훨씬 높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문장으로 외울 때 우리말 번역을 가급적 회화체로 외우라는 것이다. 지금은 문법이나 독해를 공부하는 게 아니고 ‘회화’를 공부하는 거다. 그러니 우리말 번역도 ‘회화체’로 외워야 실제로 영어로 얘기할 때 더 잘 생각이 난다. 이왕이면 내 말투로 번역해서 외우는 것도 좋다.


앞에 나왔던 look for(찾다)를 예로 들어보자.

I’m looking for a job. 나는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I’m looking for a job. 나 취준생이야.

Where have you been? I’ve been looking for you.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당신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Where have you been? I’ve been looking for you. 그동안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Is this what you are looking for?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이것입니까?
Is this what you are looking for? 니가 찾고 있는 게 이거니?


문장으로 외우는 게 더 좋기는 하지만, 첫 번째 문장들은 번역이 매우 딱딱하다. 아마 대부분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이렇게 딱딱하게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영어회화를 위해 문장을 외우는 것이니 이왕이면 우리말 번역도 ‘회화체’로 외우는 것이 더 좋다. 또한 평소에 격식 없는 또래집단과 영어회화를 할 일이 잦다면 아예 두 번째 문장들처럼 친구에게 말하듯 번역해서 외우는 것도 좋다. 실제로 영어회화를 해야 할 때 그 문장이 더 쉽게 떠오를 것이다.


같은 뜻을 가진 다양한 표현을 외우자


왕초보일 때는 여러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 한 가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한 가지 문장만 외우는 게 좋다. 하지만 이제 중급이 되었다면 같은 뜻을 가진 다양한 표현을 외워야 한다. 뜻은 같을지라도 각 단어나 표현마다 미묘하게 의미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 뉘앙스 차이까지 습득하는 게 중급의 목표다. 다양한 표현을 외워서 상황에 맞게, 상대에 맞게 영어를 말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왕초보일 때는 기본 문장을 배울 수 있는 교재를 선택하는 게 좋고, 중급일 때는 다양한 표현을 많이 알려주는 교재를 선택해서 공부하는 게 좋다)

왕초보일 때 “내가 ~해도 되나요?”라는 뜻으로 Can I ~?라는 문장만 외웠던 사람이라면 중급에서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표현들을 함께 외워보자.


Can I see what’s inside? 안에 뭐가 들었는지 봐도 될까요?
Is it okay if I see what’s inside?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봐도 좋을까요?
Do you mind my seeing what’s inside? 안에 뭐가 들었는지 봐도 괜찮겠어요?
Would you mind if I see what’s inside? 괜찮으시다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봐도 되겠습니까?
If it’s not too much trouble, I’d like to see what’s inside.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보고 싶은데요.



실생활 회화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기


서바이벌 잉글리시 수준을 벗어났다면 이제는 실생활 회화 공부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호텔 예약을 하고, 비행기 탑승을 하고,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등 ‘고객’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영어는 초보 단계에서 끝내야 한다. 그 단계를 벗어났다면 이제는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친구와 수다를 떨 때는 당연히 격식을 갖추지 않고, 좀 더 편안하게 말을 한다. 때로는 비속어를 섞어 쓰기도 하고, 유행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같이 식사하실래요? Would you like to have lunch with me?
뭐 좀 먹고 가자. Let’s grab a bite to eat.
(grab a bite: 간단히 먹다. 요기하다)


그분 페이스북에는 본인 사진이 아주 많더군요. I noticed that there are lots of pictures of herself on her facebook.
걔는 페이스북을 자기 셀카로 아주 도배를 했더라. Her facebook is totally filled with her selfies.
(selfie: 자기가 찍은 자기 사진. 우리말로 '셀카'라고 하는 게 영어로는 selfie이다.)


우리말을 생각해보더라도, 친구와 얘기할 때 사용하는 말투는 조금 다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영어로 수다를 떨고 싶다면 토플 독해 문장 같은 영어가 아니라, 실생활 회화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디엄과 phrasal verbs도 많이 외우고, 같은 뜻이라도 구어체 문장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실생활 회화를 익히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구어체와 슬랭만을 공부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실생활 회화를 공부하는 중급자들의 딜레마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미드로 영어회화 공부하기


외국인과 직접 부딪혀가며 회화를 익힐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혼자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혼자서 실생활 회화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는 영어 교재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내가 추천해주고 싶은 공부방법은 바로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로 회화 공부를 하는 것이다. 미드나 영화로 공부하면 실생활 회화도 익힐 수 있고, 적당한 비속어나 슬랭도 접할 수 있고, 특히나 미국의 문화에 대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영어 실력이 왕초보일 때는 드라마로 공부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기본적인 듣기나 문법이 취약한 상태에서 드라마로 공부를 하게 되면 너무나 공부할 게 많아서 금세 질려 버리기 쉽다. 반면에 어느 정도 기본이 닦여 있는 중급자들의 경우는 드라마 속 대사로 공부를 하면 회화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그러니 중급자들이야말로 미드로 영어회화 공부하기에 딱 알맞다.

영어 실력이 꽤 좋아서 영어 토론이나 강의, 영어 프레젠테이션은 굉장히 잘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사소하게 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미드로 공부를 하면 좋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영어 실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주로 ‘듣기/미국 문화/실생활 회화표현/재치 있게 받아치는 대답’등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학연수, 회화 학원, 영어회화 스터디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


중급자들은 새로운 단어나 표현들을 익혀서 바로바로 연습해보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더 잘 기억되는 건 물론이고, 이 시기에 회화 실력이 확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이 중급 정도 됐을 때가 어학연수, 회화 학원, 영어회화 스터디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물론 영어 실력이 초급일 때 어학연수를 떠나도 된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잘 들리지도 않는, 그리고 이해도 못하는 외국인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보다 한국인 선생님이 우리말로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강의를 듣는 게 훨씬 실력이 빨리 늘 수 있다. 학원 수업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문법과 듣기, 회화의 토대가 되는 기본 문장들을 배우는 초급 단계에서는 회화 학원 수업도 한국인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영어 회화를 공부해야 하니까 무조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야 하고 무조건 외국인 선생님이 100%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오산이다. 영어가 안 되면 선생님의 강의를 못 알아듣는 건 물론이고, 외국인 친구나 옆 파트너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Um.. 저기.. 그러니까.. well… you know?”만 반복하다 끝날 확률이 높다.

어학연수 비용/학원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단기간에 실력을 확 늘리고 싶다면, 초급일 때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중급일 때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초급일 때는 좋은 교재를 사서 혼자 공부하고(우리에겐 좋은 교재와 인터넷과 교육방송이 있다!!) 중급일 때 본격적으로 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력이 중급/고급 정도 된다면 영어회화 스터디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어학연수 비용이나 학원 비용마저 많이 부담된다면 영어회화 스터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어학연수를 다녀왔어도 한국에 돌아와서 계속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영어 실력은 금방 녹슬기 마련이다.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공부했던 경험을 죽 이어 나가고 싶은 분들, 기껏 영어 실력을 늘렸는데 한국에 와서 썩혀두는 게 아까운 분들에게도 영어회화 스터디를 권하고 싶다.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날까지~!!


글이 꽤 길어졌는데,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영어 실력이 중급 정도 된다면 지금부터는 단어/ 숙어/ idiom/ phrasal verbs 등을 많이 외우고, 같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표현들을 익혀야 한다. 친구와 얘기하듯 말하는 실생활 회화를 익히기에 딱 알맞은 시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미드나 영화로 공부를 하면 좋다. 어학연수/회화 학원/영어회화 스터디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회화 공부 및 회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시기다.

여러분 모두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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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의 영어 이야기] #11. 영어 발음을 좋게 만들어 줄 사소한 꿀팁

[불이의 영어 이야기] #12. 한국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영어 발음

[불이의 영어 이야기] #13. 영어 발음과 웹툰의 상관 관계

[불이의 영어 이야기] #14.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불이의 영어 이야기] #15. 왕초보들이 영어회화를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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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로 익혀두라는 말씀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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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 될 것 같아요!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저도 기쁘네요. :)

역시 부딪혀보는것이 가장 중요한가봅니다~ ^^
미드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저도 한때 미드와 영화 보면서 공부 했었어요. :)

회화 공부하기에 미드만한 재료가 없군요 ㅎㅎ
리스팀 꾹꾹!

아무래도 미드나 영화가 좋더라고요. 실생활 회화, 구어체를 익힐 수 있고 문화까지 알게 되니까요.

영어공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겨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쓰는 글들도 기대해주세요. ^^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자주 올께요. 팔로우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역시 영어 마스터 브리님 >_< 저도 꾸준히 연습해야 겠어요 ^^

저도 아직 마스터는 아닌지라.. ^^;
영어는 제게도 제2외국어라 저도 계속 연습해야 하는 입장이랍니다. ㅎㅎㅎ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미드 봐야 겠어요.

그 날은 꼭 오리라~!!고 예언해봅니다. ^^

이디엄은 공부해보면 숨은 의미들이 너무 재미있는 것 같더라구요. 알려주신 팁들 감사합니다~

공부하다 보면 이디엄이나 숙어들이 재미있더라고요. ^^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제가 고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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