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의 일상기록 #2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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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평소 표정과 기쁜 표정, 두 가지로 나누었다고 했지만, 정작 어느 하나를 써야 할지 매번 애매할 것 같기는 하다. 나는 기분이 오래 나쁜 상태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항상 기분이 좋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는 이유가 매우 명백하게 있다. 막연하게 안 좋거나 우울한 감정은 거의 모르다시피 한다. 호르몬 작용으로 다운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럴 때는 거의 잠이 와서 잔다.

원래 두통도 없는 사람인데, 요즘 들어 약간 편두통 비슷한 게 살짝 느껴질 때가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껏 쓰던 '어느 안티로맨틱의 수기'와 이 일상기록의 차이점, 또 이 일상기록과 단상과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안티로맨틱은 회상 포함해서 소위 (안티)'사랑'이나 (안티)로맨스에 대한 내용으로만 구성된 글이고, 단상은 집중적으로 어느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이다.

물론 나는 영화나 책(깨알 같은 문학)은 몰라도, 특정 주제에 대한 단상 류는 자주 쓰는 편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에 처음 발상을 하고, 또 하고 또 해서 닳은 생각이라 너무 당연해서다. 숨쉬듯이 너무 당연하다. 일상보다 당연할 수도...막상 정리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글이 될 수도 있겠으나,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 무슨 주제에 대해 생각이 거의 정립된 상태라서이기도 하고, 새로운 측면이 생기더라도 그때그때 그것만으로 길게 늘어놓기엔 뭔가 허세스럽다고 느껴져서다.

읽은 책 후기를 쓰는 대신 '깨알 같은 문학'으로 쉽게 이야기하듯이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초딩 때 읽어서 그 뒤로 가끔씩 다시 보고 기억하는 책들인데 리뷰라는 걸 쓸 마음이 들겠는가?! 새로 읽는 책이 있더라도 읽은 책들의 체계 속으로 정리가 되기 때문에 따로 지면을 내줄 생각이 자주 들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새로 읽는 것은 책보다는 거의 논문이기도 하고...)

물론 전적으로 나 개인에게 해당하는 얘기들이다. 나는 일단 그렇다.

단, 숨쉬듯 내겐 너무 익숙한 생각이더라도, 충동적으로 써제낄 수는 있다. '동화는 어디로 갔는가' 등의 단상이 그렇다. 그 충동이 없었다면 결코 쓰지 않을 글이다. 방구석 가설을 제시하는 단상은 사실상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이라 그냥 숨쉬는 내용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인생에서 처음 떠올린 신박한 내용이 아니고서야. 그런데 진짜로 숨쉬는 생활 글보다는 쓰기 귀찮지 않은가.

아주 어릴 적에는 그런 단상을 비교적 자주 썼던 것 같다. 그런 것을 이제 잘 쓰지 않게 된 이유가...내가 모든 것에 대해 생각이 너무 확고하게 굳어 있어서인지, 그냥 개인적으로 그런 단계를 지나온 상태라 그런 것인지는 약간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저 묻어놓은 습관일 뿐인지도.

하여간 안티로맨틱, 단상이 그렇다면, 일상기록이란 꼭 그 날 뭐했는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집중된 단상으로 포스팅 작성할 생각이 없을 때 쓰는, '이것저것'의 기록일 것이다.

낮에 올린 배우 사진이 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어 답해드렸다. 마르셀로 마스트로얀니. 내가 꼽는 명배우 세 명 안에 들어간다. 내친 김에 누가 있나 세어 보았다. 작품이나 내 선호도 떠나서 그냥 연기만 보고 감탄한 정도가 큰 배우들.

에밀 야닝스,
더크 보가드,
마르셀로 마스트로얀니,
클라우스 마리아 브렌다우어,
피터 오툴,
얼란드 요셉슨.

일단은 순전히 연기력만 봐서 이 정도. 나름 다양한 문화권 출신들인 것 같은데, 그것은 고려 사항조차 아니었다. 다 영국인이었거나 다 프랑스인이었더라도 연기력만 보고 똑같이 꼽았을 건데, 다양하게 나왔다.

그리고 엄청난 유명세가 있거나 대중 영화에 주로 나오는 배우라고 해서 일부러 제끼지도 않았다. (가령 잭 니콜슨이라거나...) 순전히 위 배우들이 엄청나게 충격적으로 잘해서이다. 모든 출연작에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피터 오툴의 경우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대작보다는 The Ruling Class 같은 마이너한 영화에서의 연기 덕에 저기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소위 컬트/예술 영화>대중 영화의 잣대로 연기력을 판단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저들이 출연한 몇몇 장면들이 정확히 떠오르는데 살짝 소름이 돋거나 숨이 훅 들이쉬어질 정도다. 마음에 드는 배우와는 또 다른 얘기다. (내 고양이들 중 입양아 빼고 막내인 숀은 숀 빈에서 따온 이름이다......................)

위 목록에 더 추가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배우는 담번에 생각해보기로...

요즘 생각하고 있는 글 시리즈가 있다.

  1. TV (시리즈 제목 미정)
    작품성과 상관 없이 그냥 어쩌다 보게 된 시시껄렁한 guilty pleasure 티비 영화, 또는 진짜 영화 이상으로 감명 깊게 본 드라마들(주로 BBC), 그리고 나름대로 작품성은 있지만 정말로 진심으로 이상한 TV 영화(주로 유럽), 코메디 등등에 대한 썰.

  2. 미남론(미녀론)
    얼평이 아니다. 시대별 매체에서 드러난 특징들에 대한 관찰이다. 게다가, 마치 안티로맨틱 수기가 안티로맨스뿐 아니라 로맨스에 대한 것이기도 하듯이, 미남론이지만 대중매체에서 밀어주고 인기가 있었던 못생긴(?) 사람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시대별 특징이라 함은...가령 빅토리아 시대 미인형은 너무나도 단호박 확고한데 그것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그러니까, 시리즈 컨셉은 나름 근엄진지하다. 얼평이라고 볼까봐 좀 소심해지긴 한다

그 외엔 미결 단편소설 '안개'를 끝내는 것, 그리고 '무제 2'의 컨셉이 떠올랐으니 그걸 써야겠다. 그냥 생각만 하는 대신에 이렇게 써야겠다고 계획을 써놓는 것도 괜찮은 느낌이군. 사실 '안개'는 날씨가 우중충해야 가능한데 요즘은 먼지는 많을지언정 너무 환하다.

오늘은 초저녁부터 너무 일찍 자버려서, 애매한 시간에 깼다. 덕분에 오늘 복귀하기로 한 '깨알 같은 문학'은 내일로 또 미뤄진다. 절대 밤만큼은 새지 않겠어.

나는 일기에 번호 붙이는 스타일이 아닌 듯. 고려는 해봤으나...번호가 너무 많아지거나, 한 번호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거나 할 것 같다. 사실상 연결되는 두 내용을 번호로 가르고 싶지 않은 까탈스러움이 원인일 수도.

지난번 일기가 갑자기 끝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진짜 일기로 쓴 일기라 그렇지 않을까 싶은게, 내가 받은 일기의 마무리에 관한 느낌은 주로 일기 형식의 소설에서 형성된 것이다. 토마스 하디의 알리샤의 일기나 모파상의 홀라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타인이 볼 수 있는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정말로 혼자 보는 일기처럼, 지 할 말만 하고 끝맺는 게 일기 쓰는 목적에 맞지 않나 싶다. 예쁜 마무리는 "오늘도 참 재미있었다"의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으니.

물론 일기가 아니라 다른 글에도, 미련 없이 휙 가버리는 성격이 반영될 수는 있겠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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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참, 살만한 하루네요..^_^

맞아요. ㅋㅋㅋ

단상에 대한 제이미님 생각에 동의 하게 되네여. 가만 생각하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쓰면 허세가 맞을지도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에 대한 단상 이런 주제도 마찬가지겠지요?

역시 저 같은 사람은 야구나 보고 어벤져스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좋네요. 제이미 님의 글을 보며 아 그런세상이 있구나 이렇게만 느끼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는 정말 오늘 즐거울 예정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 하면서 하지 못하는 일을, 일년에 몇번 없는 일을 오늘 하거던요. 자랑입니다.

본인한테는 당연한 얘기라도, 생각이 다른 남들에게는 반드시 그렇진 않으니...남들이 보기에 어떨진 모르지요. 하지만 스스로는 그것을 글로 쓸만한 어떤 동기부여가 있지 않은 이상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그렇다는ㅋ

동화 관련 글에서처럼 반박을 위해서 평소 생각을 쓰게는 되더라구요. 뭔가 아니다 싶은 걸 봤을 때. 그래서 단상 자체가 무조건 허세라고는 생각지 않아요...각자 뭔가 깨달음이나 이유가 있어서 쓰는 것일테고 남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깐요. 단지 그게 신박한(?) 내용이려면 그만큼 그릇이 되어야겠죠...

좋아하는 일을 한 자랑은 좋죠. 오늘을 보내시고 일기를 쓰시면 특별하겠네요. 기대할게요ㅋ 진짜 즐겁게 보내세요!

그렇게 이야기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제가 아직도 폰이 스마트 폰이 아닙니다. 집이 아니면 거의 스팀잇을 못 하는데, 노트북이라도 들고 가서 와이파이 되는 공간이라도 찾아서 일기 한번 써 봐야 겠습니다.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응원 감사합니다.

하루에도 많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군요. 저는 요즘 일이 많아 제 생각은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생각의 속도라는 게 언어보다 너무나 빨라서, 아마 실제로는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제 경우는 그냥 쓰는 시간 동안 떠오른 것만 썼는데...신체는 유한한데 생각이라는 게 있어서 새삼 행복하군요.

2번 왠지 기대되는데요 ㅎㅎ

2번이라 함은...아, 저거요?ㅋㅋㅋ

네....저2요......ㅋㅋ

생각을 말로 잘 풀어서 표현하시는거 같아서 부럽습니다 ㅜㅡㅜ 그나저나 대문 예쁘네요!

생각과 말 간의 거리가 가깝기는 한 것 같아요. 글과 말이 좀 다른 경우도 있던데 제 경우는 글이라는 것이 그냥 속내의 말을 받아적는 것에 불과하구요. 대문은 @kiwifi님이 그려주셨죠. ㅋㅋ

숀의 이름이 숀빈에서 따 왔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제가 얼굴을 아는 몇 안되는 외국 배우네요ㅋㅋ
(삐빅! 뉴위즈님과 숀의 친밀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어느 분에겐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댓글에서 이미 했던 얘기였는데, 숀 스토커 뉴위즈님을 위한 꿀정보로 이 글에 넣었습니다. ㅋㅋ

ㅋㅋㅋ역시 촌민들을 위할 줄 아는 촌장님답습니다ㅋㅋㅋ 충성충성 ^^7

직접 작품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예술이지만, 그것을 논하는 것 또한 예술입니다. 전자도 잘 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후자를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음...혹시 후자로 생각하고 계신 게 있으세요?

좀 전에 마시고 있는 맥주가 살짝 취기가 돌아서, 정신 차리고 얘기할게요

ㅋㅋ넵, 천천히요. 전 도로 자야겠어요. 굿나잇...

시리즈 기대되네여. ^^;;
언급된 배우분들 작품도 챙겨보겠습니다.

기대 감사합니다. 영화를 찾아 보시는 곳이나 방법은 모르지만 궁금한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ㅎㅎ

제가 연극을 취미로해서 다른 배우분들 연기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
영화를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이미님이 적절한 타이밍에 추천을 해주셨어요. ㅋ

많은 명배우들이 연극배우 출신이고 계속 연극을 병행하기도 하죠.

현대 미국 배우 중에선 케빈 스페이시 꼽을 수 있겠네요. 제가 언급한 배우도 거의 연극 배경이 있습니다.

영어듣기 공부할려고 미국영화를 볼려고 했는데, '케빈 스페이시'가 나온 영화를 적극 고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tv도 좋고 미남미녀론도 좋고 일기도 좋고 그리고 숨쉬는것 같은 가치관 이야기들도 좋을것 같다.

배고프고 졸리면 선택은?

아...난제다 난제야.
하루 굶고 하루 잠을 못잤다면 아마 잠일 것 같은데...
일주일 굶고 일주일 잠을 못잤다면 아마 밥일 것 같기도하고...
근데 이거 왜 물어보는거야?
너무 욕심내는거다 이건가? ㅋㅋ

왜 일주일씩이나 가정해ㅋㅋ 내가 그런 상태였어서 물어본거야. 잠은 6시간쯤 자고 일어나서 2시간 지나니 더 자야겠다고 느꼈고, 음식을 먹은지는 15시간 정도 되었던 거 같은데 유독 배고팠어.

야식집에서 갈비 시켜 먹을까 잘까 사이에서 고민 잠깐 하면서 그 질문 남기고는 곧 잠들었지.ㅋ

잠이 이겼네? ㅋㅋㅋㅋ
난 한번 깨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깨면 다시 잘 못자겠더라

나도 낮잠 자거나 그러진 않지만, 잠은 매우 중요하지!

낮잠도 자봐. 낮잠이 꿀잠이야

밤에 많이 못 자거나 그랬을 때 잠깐 낮에 자면 꿀잠이더라ㅇㅇ

비는 예전에 내렸는데....이제야 '안개' 완결 보게 되는 건가요??ㅎㅎㅎ
전 약속(?)했던 ''오만과 편견' 봤어요.ㅋㅋ

ㅋㅋ배우 팬이면 보고 아님 다른게 나은 영화라고 한듯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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