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D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in #kr-daily3 years ago

소싯적 아이디는 마리화나였다. 이제와 고백해보자면 정신적으로 풍파를 겪던 청소년 시기 도서관에서 대마를 위한 변명이란 책을 빌리게 되었고, 마리화나가 굳이 금지 약물이 된 게 사회적 시스템에 의한 희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마리화나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나는 만두피를 닮았고 마리화나의 처지와 닮았다고 생각했네) 나는 위험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사회적인 편견에 의해서 실제 위험이나 이상함보다 더욱 이상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대마의 삶이 외롭고 쓸쓸해보였다.

어쨌든 한 번도 마약을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게다가 그 당시 나는 준법 정신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났다) 마약이란 것도 무조건 나쁘거나 무조건 위험한 게 아니라 마약이 된 각자의 사정이란 게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에 새겨놓았다.

내가 처음 마약을 실물로 보게 된 건 네팔에서였다. 무지했던 나는 대마를 눈 앞에서 보고도 그것이 대마인지도 몰랐다. 네팔에서는 산에 야생 대마가 자랐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가 열심히 맨손으로 대마를 말리는 걸 신기하게 구경했다.

네팔에서 친구를 만나 트랜스 음악이 마구 흘러나오는 카페에 놀러간 적 있다. 음악이 뭔가 혼을 빼놓는 반복적인 리듬이 이어졌다. 그당시 역시 트랜스 음악이 뭔 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눈이 좀 풀려 있었고 분위기가 매우 퇴폐적이라는 본능적인 직감이 들었다. 그곳에서 주스 한 잔을 시켜 먹고는 나오게 되었다. 나는 그 여행이 끝나기 전 남은 돈을 친구에게 털어주면서 네가 약엔 관심을 끄고 액세서리를 열심히 만들어서 팔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멕시코에 가게 되었는데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여행 프로를 보고 무작정 가 본 산루이스 포토시에서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레알 데 까트로세'에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추천을 했다. 너무나 지독하게 자신의 일처럼 아쉬워해주어서 3일 정도 묵어볼까 할 생각으로 아무 정보 없이 레알 데 까트로세로 향했다. 그 당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니 포스팅이 달랑 하나 나온데다가 그 분은 자동차 여행을 한 거라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여행이 다 그렇지만 레알 데 까트로세에 방문한 건 우연 중에서도 완전 우연이었다. 거기다가 길을 모르는 길치인 나는 버스에서 마주친 여행자처럼 보이는 '시몬'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다. 그때 그 날이 아니었으면 나는 절대 시몬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필 우리는 만났고 시몬은 내게 '데사헤르트'에 가자고 했다. 역시 시몬이 아니었으면 거기 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말이나 타다가 집에 갔겠지. 그게 뭔 지도 모르고 따라갔다. 선인장이 잔뜩 있는 산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시몬은 페요테라는 식물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역시 그게 뭔지도 모르니 찾을 수가 있나.

그 데사헤르트의 밤은 신비했다. 일출이 지는 게 너무 아름답고 고요했다. 장작 불을 보며 불멍을 때리고 시몬은 내게 기도를 하라고 했다. 나는 한국말로 여행과 특히 레알데까트로세에 와서 시몬을 만나게 해준 일에 감사를 드렸다. 밤 사이 코요테 울음 소리가 들렸는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엄청 추웠는데 서늘한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산에 내려온 후 다른 여행자를 만나서 알게 되었다. 페요테가 환각을 일으키는 식물이라는 거. 그 환각 여행을 떠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레알 데 까트로세로 여행을 오기도 한다는 것. 그때만 해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명상을 하게 되면서 그 느낌이 궁금했다. 내가 어느 정도의 명상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 사라질까? 세계가 정말 한 몸처럼 느껴질까? 내가 사라지고 우리가 모두 연결 되었다는 그런 강력한 느낌이 정말 생길까?

그게 항상 너무 궁금했고 그 느낌을 너무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명상 멘토였던 유튜버 님에 의하면 명상을 하면서 그런 사변적이고 신비한, 비현실적 환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권해왔길래 그런 생각을 계속 지우려고 노력했다.


한 편으로는 과거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압센트나 환각제라는 글을 읽으면 정말 환각을 보게 되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지, 영감이 될 만한 무언가를 겪게 되는 건지 그 느낌 역시 너무나 궁금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최근들어 LSD나 환각 체험에 관련한 글이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독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소설가에 관련한 책을 보다가,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를 검색하다가, 다른 내용을 찾던 블로그에서 의도치 않게 눈에 띄게 된다.

예전에는 LSD가 무척 강력하고 절대적으로 나쁜 패가망신하는 약물인줄만 알았는데 (물론 아편처럼 사람을 폐인으로 만드는 중독성 강한 약물에는 관심없다) 마리화나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금기시되고 사회악으로 찍혀버린 비운의 약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정보를 듣게 되고 든 생각은,

절대 그 약이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이 되는 약은 아니고, 특히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경험에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또 그 약의 작용은 개인마다 달라서 모두에게 일관적인 영향을 일으키는 건 아니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와닿았던 건 소설을 쓰고 싶다고 약물을 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거다. 경험을 할 때 절대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재현할 수 없다고.

그렇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독한 우울증을 겪거나 암 말기 환자의 경우 불안을 상당히 즉각적으로 낮춰주고, 그 효과가 꽤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한다. 그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연구해 볼 가치는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중독성이나 부작용은 크게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이런 영상이 만들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몇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LSD를 치료 및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게 허가를 내주었다고 한다. 아마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마리화나처럼 특정 어느 지역에서는 치료용으로 LSD를 사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LSD의 뇌 작용에 관한 설명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트랙처럼 원래 쓰는 시냅스만 사용을 하는데 LSD는 알려진 것과 달리 무언가를 자극하기보다는 새로운 눈을 깔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말하자면 어린 아이의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니, 아마도 어린 나이에는 나와 너의 구분이 없었나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환각 체험에서 나에 대한 구분이 사라지고 자연과 진한 교감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 경험을 하게 되면 지각은 완전히 달라져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바뀐다고.

어떤 사람이 이런 비유를 하기도 했다. 우리 앞에 커다란 벽이 있는데 LSD는 그 벽 위로 올라가게 해주는 거고 명상을 하는 건 그 벽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즉각적이고 쉬운 길이라 할 수 있지.

어쨌든 언젠가 그 상태에 도달해보고 싶다.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는. 진정 내가 우주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그 평화롭고 충만한 느낌. 나라는 제약에서 벗어나서. 명상을 열심히 하게 되면 가능하려나? 아니면 이런 생각이 집착이 되어서 절대 불가능하려나.

전세계 사람들이 한 번씩 LSD를 해본다면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웠을 것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던진 어떤 분의 말이 굉장한 여운을 남긴다.


-2021년 3월 29일, by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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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캐미컬은 않하지만 내튜럴은 한번씩 즐기곤하죠^^… 인도에살때 10년넘게 명상을 쫒던 가까운 형님이 식당에서 밥을먹는데 일본사람들이 떨(마리화나)을 파우면서 애기를 하는걸 듣고 충격을 먹었답니다.

혼자 수년을 노력해서 수행하면서 인지한 것들을 떨피면서 애기한다고 ㅎㅎ.

언젠가 만나면 고물님 같이 한데 때워요.^^…

좋은사람,맘통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게 사람들은 마약이라 할지라도 매우 유익하고 즐겁답니다

-프리곤 생각-

요렇게 가까이에 경험자가 있으셨군요. 반칙같지만 그렇게나마 느껴보고 싶든 이룰 수 없는 소망

프리곤님 생각과 똑같이 인터뷰하신 분이 있고 아직 경험은 없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누구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

일단 그게 아니라도 곤님은 꼭 언젠가 한 번 만나뵈면 좋겠어요 :D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있습니다만..

그 정답은 밑에 댓글달러올 뉴발에게 넘깁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무책임한 댓글을 뉴발님 안 오실 것 같아 제가 달아봅니다

역시 음악 저의 마약 버튼은 이겁니당

노래하는건 봤었는데 ㅋㅋ 풀영상이 더 기가막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덕회전문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과 댓글이 진짜 가관이죠. 너무 귀여움 훗!

저도 마리화나나 LSD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 매순간 현실에 만족하고 지내다보니 까맣게 잊었네요;;ㅋㅋ
이렇게 고물님 글을 읽어보니 다 생각난다는;;;

까맣게 잊고 사는 것맘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하하 호기심이란 무섭다고요! ㅋㅋ
언젠가 기술 발전 되서 간접 체험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해 본 적도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지만 해 본 사람들 경험담을 듣다 보면 내가 trance 들을 때 느끼는 거랑 비슷하구만 하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래서 음악만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ㅎㅎㅎ

trance가 나오던 시기면 네팔은 2000년대 중반쯤에 다녀오셨을까요? :)

오우 machellin님 예리하네요. 아마 2009년쯤이었을 거에요.
trance음악과 비슷한 느낌이군요. 무언가 미치는 느낌 정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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