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우주를 보며 지구와 연대하기, <코스모스>

in #kr-book6 years ago (edited)








가만히 누워 잠시 눈을 감고 광막하고 무한한 우주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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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30km로 태양 주위를 돌진하고 있는 지구를 상상한다. 여기까지 글을 쓰는데 20초가 걸렸다고 하면, 벌써 난 가만히 앉아서 600km를 달린 셈이다. 정말 굉장한 속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상할 여유가 있다. 태양은 우리 은하 주위를 초속 270km, 즉 시속 91만 킬로미터로 맹렬히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 뿐인가? 우리 은하에만 태양같은 별이 대략 4천억개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은하들이 우주에는 약 2천억개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천문학자는 유추하길, 우주 전체에는 별이 7조x100억개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하지만, 이쯤 되면 이 무한한 우주의 공간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우주에서 미약한 세포같은 존재인 나는 내가 속해있는 이 우주가 어떤 스케일인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오로지 숫자로만, 머릿속 개념으로만 아릿하게 겨우 접근이 가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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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학교 동창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는 도중, 나는 평소에 관심있는 우주에 대해 화제를 꺼냈다. 우주의 무한함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그런 말들이 어릴 때부터 굉장히 무서워서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이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지구는 그야말로 먼지같은 존재고 그 안에 살고있는 인간의 존재는 그보다 미약한 수준이라 자신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 행동들이 갑자기 허무하고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라 했다. 아마 그 친구가 느꼈던 감정은 밀란 쿤데라가 말했던 가벼움, 참을 수 없을 존재의 가벼움의 코드였을 것이다. 나는 우주의 광활함이 내 존재의 허무로 다가오기보다는 아직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들의 세계로 다가왔기 때문에 내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 친구의 기분 또한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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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주를 대상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는 천문학자들은 오히려 지구와 인간의 소중함과 보존에 대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역시 책에거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이 인류가 파괴하고 있는 지구환경의 문제, 인류의 보존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137억년의 광대한 역사를 품고 있는 우주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100년남짓 안되는 자신의 생을 더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은 곧 세계의 종말이다. 자신의 생 이전과 이후의 흐름과 연대하는 의식이 없으면 이러한 생각들은 당연하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 본인의 생과 이익을 우선시 할수밖에 없는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칼 세이건은 이토록 (지가 도대체 뭔데) 인류의 보존과 먼 미래의 지구의 환경까지 걱정할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이는 천문학자와 칼 세이건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 있는 환경시민단체의 활동가들에게도 사실 궁금한 내용이었다. 환경이 중요하다는건 그냥 어렴풋 알긴 알 것 같은데, 어떻게 당신들은 당신 이후의 시대까지 걱정할 줄 아는 대인배요?






ISBN : 978898371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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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 나와 자연, 나와 다른 존재, 시대와의 연대의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모든것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일 듯 하다. 각자의 직업과 사유방법에 따라 접근하는 경로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결국 깨달음은 세계의 '이어짐', '연결성'일 것이다. 아마 칼 세이건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연대의식을 가진 대인배가 된 까닭을 책을 읽으면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137억년 가까이 되는 우주의 역사와 아주 조그마한 소립자에서 지구의 탄생 그리고 세포만한 하등생물에서 지금 인류가 탄생하기까지의 50억년의 우연의 연속이었던 세월, 그리고 계속 진보되는 그 이후의 삶에 자신의 존재를 포지셔닝 시키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죽음을 맞이할 지언정 호기심이 충만한 과학자들은 항상 그 이후의 삶이 궁금한 것이다. 여태까지의 앎의 역사를 보았을때, 선대의 수많은 인류가 이룩해 놓은 업적 위에서 자신이 얻은 지식의 짜릿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년 뒤에는 지금 인류의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발견이 나올 것인가? 신인류는 얼마나 더 세상의 기원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필사적으로 지구와 인류를 최대한으로 보존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 이전과 이후의 앎의 역사는 선형적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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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 중에, 다른 영역은 '진보'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지언정 과학만은 유일하게 오로지 진보와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정치? 사회? 경제? 물론, 역사가 흐르면서 세계의 진보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페인팅보다 현대 예술가의 페인팅이 더 진보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인가? 과거의 사회제도보다 현대의 사회제도가 항상 더 낫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분명 사람들마다 다른 영역들은 이렇게 '논쟁의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과학-천문학만큼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인들의 지식보다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100억광년 떨어진 퀘이사은하를 측정하는 현대천문학은 확실히 더 진보했다. 한때는 과거는 신의 영역이었던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결국 남기게 되었고, 아마 항성간 우주탐사도 이제 시간문제일 듯 하다.

과학기술이 진보함과 동시에 인류는 세상의 기원에 대해 시대가 지날수록 분명히 한걸음씩 더 내딛고 있다는 것만큼은 자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칼 세이건같은 학자들은 필사적으로 인류와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해 특별히 더 예민하고 걱정스런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발달로 이루어진 그 이면의 단점들- 핵전쟁의 위험성, 지구온난화, 각종 환경문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강도높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이전의 시대와 자신 이후의 시대에 강력하게 연대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격하게 공감하는 나같은 독자들까지도 이 연대의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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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 상상하는 '계층구조'의 우주론이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인간의 몸도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명백한 하나의 커다란 우주다. 한개의 세포는 우리 몸 전체의 모습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일 것이다. 분자나 원자같은 아주 작은 물질들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마다의 작은 우주적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아래로의 끝없는 우주가 있다면, 위로는 왜 없겠는가? 인간의 위쪽으로도 마치 프랙탈 구조처럼 끝없는 우주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관찰하는 지금 이 우주도 어떤 물질의 하나의 세포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중학교 동창친구가 걱정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기분이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우리는 우주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00조개의 세포를 관할하는 우주의 주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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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페이지에 달하는 <코스모스>는 아마 내가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 두꺼움에 쫄기도 했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다. 살면서 최초로 초중고 때 과학,수학 공부를 안 했던게 후회되기도 했다. 기초물리지식과 수학적 머리가 거의 제로인 상태이다 보니 책 내용이 재미있긴 했지만 숫자와 계산이 나오는 부분엔 어김없이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칼 세이건같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과학과 수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학창시절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만 관심이 있었던 우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케플러의 법칙이니 도플러효과, 별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 퀘이사, 펄서 등등의 많은 용어들을 어렴풋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해여부를 떠나서 이 광막한 우주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해준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으로만 보면 이해가 어려울 것 같아 tv시리즈 <코스모스> 오리지널 버젼 16부작도 같이 감상했다. 아, 이제 책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찬다. 맑은 저녁날 별을 보러 나가야겠다. 예전에는 그냥 밤하늘에 반짝이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별이 이제는 밤에 뜨는 수천개의 태양 혹은 은하로 보일 것 같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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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누워서 지구의 속도를 생각하면 멀미가 나는 느낌이었죠 ㅋㅋ

인간이 속도를 느끼지 못해서.. 그 감각이 둔감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칼 세이건같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과학과 수학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학창시절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다지 많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마음이 좀 아리는 문장이네요. 비이과생이 과학•수학책을 읽은 후 쓴 후기를 보면, "배울 것을..."이라는 문장이 안 빠지네요.

좀 억울하죠. 원소기호 외우다가 에라이 하고 그만 둔 기억밖에 없으니까요.. 차라리 코스모스 틀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ㅎㅎ

700페이지를 읽으시다니..존경스럽습니다!!
전 그림만 보고 말았을텐데. 이건 대단하다고 말할만해요!

두께가 좀 부담스럽긴 한데 읽다보면 훅~ 읽어지긴 해요. <코스모스>가 사람들이 사 놓고 책장 속에서만 묵히는 책으로 1등? 을 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적 있습니다 ..ㅎㅎ

정보를 책뿐만아니라 tv까지 대단하신데요

tv시리즈만 봐도 재미있습니다. 웰메이드 프로그램이에요~

늘 읽고 싶었던 책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ㅎㅎ

최신 정보를 담은 과학책들이 쏟아지는데도 코스모스가 과학부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코스모스는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정말 인문서적 읽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항상 읽고 싶었지만 아직 보지 못한 책이었는데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좋은 포스팅이네요!! ㅎㅎ 우주의 광활함만큼 내적의 세계 또한 광활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봅니다 :)

첫 장 넘기기가 힘들죠. 30페이지만 읽으면 다음부터는 죽죽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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