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0. 잃어버린 세계 by 마이클 크라이튼 -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in kr-book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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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한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의 후속 편인데, 이 책 "The Lost World"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작인 <쥐라기 공원>은 영화로만 봤고, 후속편인 "The Lost World"는 책으로만 읽었다.


전편에서 쥐라기 공원을 만들려다 처참하게 실패한 회사 InGen은 부도가 났고, 쥐라기 공원을 만들려던 그 섬도 모든 것이 다 파괴되었다. 그리고 5년이란 세월이 흐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푸에르토 리코 주변의 섬에서 희한한, 아주 거대한 도마뱀과 같은 동물의 사체가 뜬금없이 발견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서.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된 정부는 이상한 동물 시체가 발견될 때마다 불에 태워서 완전 소멸을 시켜 버리고 쉬쉬 해버리지만, 거대하고 괴상한 동물 사체가 나타난다는 소문은 서서히 밖으로 새 나간다.

1편에 나왔던 “쥐라기 공원” 섬에는 알이나 새끼 공룡이 아니라 성체 공룡만 있었다. (1편에서는 야생에서는 번식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공룡들이 야생에서 번식을 하게 됐다. 하지만, 원래 연구소의 계획은 다른 곳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 공룡을 키우고, 어른이 된 공룡들만 이 "쥐라기 공원" 섬으로 데리고 오는 거였다. 그리고 한 가지 성(性)만 야생에 풀어놓아 번식의 가능성을 차단하려 한 것이었다.)

알을 보호하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공룡이 성체가 될 때까지 키우는 일을, 관광객이 들끓을 거라고 예상됐던 “쥐라기 공원” 섬 안에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InGen이 외부와는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쥐라기 공원” 섬과는 가까운 근처 섬에서 그 일을 했을 거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만일 그 가설이 사실이라면 InGen 회사가 부도가 나고 "쥐라기 공원" 섬에서 모두 철수해버린 지금, 그 근처 어딘가의 섬에 방치되어 있던 새끼 공룡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지난 5년간 스스로 생존해 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심을 품은 일부 과학자들은 소문 속의 이상한 동물 시체가 정말로 공룡인 건지, InGen이 숨겨놓은 새끼 공룡을 부화시키던 시설이 어느 섬에 있는지, 그곳에 혹시 다른 공룡들이 아직 살아있는지 조사를 한다. 그리고 그 공룡들을 둘러싸고 스릴 넘치는 모험이 시작된다.


출처: Goodreads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는 무엇일까. 한 때는 지구를 지배했던,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예전 세계일까. 아니면 인간의 욕심 때문에 다시 살아나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현재 공룡들의 세계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비단 사라져 가는 것들은 그것만은 아닐 터. 멸종된 과거를 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손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단단히 움켜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의 지적 다양성도 사라져 가고 있으니까.

Mass media swamps diversity. It makes every place the same. Bangkok or Tokyo or London: there’s a McDonald’s on one corner, a Benetton on another, a Gap across the street. Regional differences vanish. All differences vanish. In a mass-media world, there’s less of everything except the top ten books, records, movies, ideas. People worry about losing species diversity in the rain forest. But what about intellectual diversity – our most necessary resource? That’s disappearing faster than trees. (p. 339)

매스 미디어가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 세상 모든 곳이 다 똑같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 방콕이든 도쿄든 런던이든. 길 이쪽에는 ‘맥도널드’가 있고, 다른 쪽에는 ‘베네통’이 있고, 길 건너에는 ‘갭’이 있다. 지역의 차이점과 모든 특성들이 다 사라지고 있다. 매스 미디어가 점령한 사회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위 안의 책들, 음악들, 영화들, 아이디어들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묻혀 버린다. 사람들은 열대우림 지대에서 동식물 종들이 사라져 가는 걸 걱정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장 필수적인 자원인 지적인 다양성은 어쩔 것인가? 인류의 지적인 다양성은 나무보다도 더 빨리 사라져 가고 있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영화 한편 보듯 볼 수 있다. 책이 좀 긴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무척 재미있게 잘 읽었다. 액션도 있고, 스릴도 있고, 무엇보다도 과학적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버무려서 전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나 더 좋았던 건 아주 능동적이고 똑똑한 ‘사라’라는 여성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고, 강인한 여성이라, 책 속에서 사라가 10대 소녀 켈리에게 해 주는 조언은 나도 새겨듣고 싶을 정도였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마디

1.

Other animals fight for territory or food; but, uniquely in the animal kingdom, human beings fight for their ‘beliefs.’ (p 7)

다른 동물들은 영역이나 먹을 걸 두고 싸운다. 하지만 동물들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운다.

싸움도 불사할 수 있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은 무엇인가요?

2.
십 대 소녀 켈리에게 조언해주고 있는 사라.

“What are you going to do when you grow up?”
“I don’t know,” Kelly said.
“That’s a very good answer.”
“It is?” Kelly’s mother was always pushing her to get a part-time job, to decide what she wanted to do with her life.
“Yes,” Sarah said. “Nobody smart knows what they want to do until they get into their twenties or thirties.” (p 252)

“이다음에 커서 뭐 하고 싶어?”
“모르겠어요.” 켈리가 말했다.
“아주 좋은 대답이야.”
“그래요?”
켈리의 엄마는 항상 아르바이트를 구하라고, 어떤 직업을 가질지 결정하라고 몰아붙이곤 했다.
“그럼.” 사라가 말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20대나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라.”

3.

“Okay. So we have two hours to get to the pad.”
Kelly said, “How can we do that? The car’s out of gas.”
“Don’t worry,” Sarah said. “We’ll figure something out. It’s going to be fine.”
“You always say that,” Kelly said.
“Because it’s always true,” Sarah said. (p. 376)

“좋았어. 그러니까 저 패드에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 남은 거야.”
켈리가 말했다. “그걸 어떻게 해요? 차에 기름도 다 떨어졌는데요.”
“걱정 마.” 사라가 말했다. “우린 방법을 생각해낼 거야. 다 잘 될 거야.”
“항상 그렇게 말하잖아요.” 켈리가 말했다.
“항상 그게 사실이니까.” 사라가 말했다.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그게 사실이니까.

4.

“I think these people owe you their lives.”
“Not really,” Kelly said, with a little shrug.
Sarah shot her a look. “All your life, other people will try to take your accomplishments away from you. Don’t you take it away from yourself.” (p. 421)

“이 사람들이 다 네 덕분에 살아난 거야.”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켈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사라는 켈리를 똑바로 바라봤다.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네가 성취한 것들을 가로채려고 할 거야. 너마저 나서서 스스로에게서 그걸 빼앗으면 안 되지.”

네가 해낸 일에 대해서는 인정받아도 돼. 너 스스로를 칭찬해 줘. 네가 해낸 거라고.


한국어판 제목: 잃어버린 세계
저자: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
영어 원서 제목: The Lost World
특이사항: 영화화됐음.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의 후속 편임.


Disclaimer) 본문에 실린 인용은 제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기 때문에 한국 출간본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책을 소개하기 위해 전반부의 줄거리만 일부 제공될 뿐 본 독후감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독후감] 지난 독후감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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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by 셔먼 알렉시 - 꿈과 희망을 찾아나가는 14살 소년의 유쾌한 성장기
16. [북클럽] 쇼코의 미소 by 최은영 - 이별과 기억에 관하여
17. 영원한 이방인 by 이창래 - 미국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18. 모모 by 미하엘 엔데 - 느긋하게, 숨 한번 내쉬고
19. 이름 뒤에 숨은 사랑 by 줌파 라히리 - 이름을 바꾸면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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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를 통해, 작가가 말해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감동적이고, 마음와 와 닿는 글입니다. ^^ 덕분에, 삶에 대한 좋은 글 마음에 담아둡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책 읽으며 한 번, 글 쓰며 한 번, 댓글들 보며 또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되네요. :)

저는 잃어버린세계를 영화로만 보았는데 ㅎㅎ 책이 영화보다 문장 하나하나 집중하게 하는 힘이 더 큰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영화도 본듯 하네요. 2편이었나, 3편이었나 헷갈리네요. ㅎㅎ
어쨌건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니 영화보다 책이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동물들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운다.
싸우는 거야 다반사고 일상이지요.

터무니없는 신념(?)을 위해 죽도록 싸우면서도
신념을 토대로 살아가지는 않는 이중성이 인간의 비극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그렇네요. 죽도록 싸우면서도, 한편으론 신념을 헌시니짝처럼 내팽개치기도 하는..
참 이중적이군요. 덕분에 인간에게 신념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영화로 봤는데도 뭔가 새로운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네요~~ 사람만이 유일하게 신념을 위해 싸우는 존재죠~ 한참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제 신념~ 다시 곱씹으며 용기를 가져봅니다. 감사해요~~ ^*

글을 쓰고나서 보니 영화도 본것 같기도 해요. 기억이 가물가물.. 그래도 책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저는 무얼 걸고 싸울만한 신념이 있나 돌아보게 되네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인간만이 유일하게 신념을위해 싸운다는 말이...정말 멋지네요. 저는 과연 신념을 위해 싸운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서,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

그러게요. 저도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우긴 커녕, 그럴 신념이라도 있나 싶어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요즘 지하철에서 원문 읽는 꿀잼이잇는데 다음책은 이책으로 해야겠군요 ㅎㅎ

지하철에서 책읽는 시간 정말 달콤하죠. :)

걱정마 잘 될꺼야
그게 사실이니까 ~~
안된다해도 최선을다할 꺼니까~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늘 좋은 결과만 있는 하루 되세요. ^^

처음 쥬라기 공원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공룡이 흡사 살아 있는 것 처럼 움직이는 걸 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는데. 후속작인 잃어버린 세계를 봤을 때는 재미는 있었지만 1편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거 같아요.

물론 그땐 원작이 소설인지는 전혀 몰랐죠. :) 알았다면 책 부터 봤을 텐데.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절판 됐나봐요. 찾을 수가 없는 ㅠ

오늘도 좋은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군요. ㅠ.ㅠ 앞으로는 절판이 안된 걸로 독후감 써볼게요. ㅠ.ㅠ

영화는 별로 재미없었는데 책소개를 보니 책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
영화도 책처럼 잘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ㅠㅅㅠ

그쵸? 아무래도 책이 더 낫더라고요. ^^;

ㅎㅎ 브리님의 책 소개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저는 공룡 같은.. 신비로운 동물들을 좋아해서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그런 공원이나 새끼 공룡들이 모인 곳도 가고 싶네용

실제로 공룡을 본다면 어떨까 궁금하긴 해요. 요즘 공룡이 살아있다면 인간과 어떻게 어울려 지냈을지.. 역시 동물원 신세?

브리님 글 너무 너무 잘써요...
책 완전 싫어하는데 브리님 포스팅만 보면 책보고 싶어짐...
하지만 꾹 꾹 참으면서 안봄...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못 참으실 때까지 한번 독후감 써볼까요? ㅎㅎㅎㅎ

브리님께서 번역해주신 사라의 이야기 덕분에 저도 위로를 받았네요. 책또 꼭 읽어보고 싶어요 :)

사라라는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당차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닮고 싶더라고요. :)

마지막이 인상깊네요. 항상 팀때문이죠 라고 말하는 한국의 스포츠맨 인터뷰랑 겹쳐보이는..
그리고 전 반대로 쥬라기를 소설로 잃어버린 세계는 영화로만 봤군요
쥬라기도 사실 영화는 봤지만.
소설을 굉장히 재밌게보고 영화로 나온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었죠. 이게 가능한가.. 했는데 실제 결과물은 대충격
역시나 스티븐 스필버그. 너무나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ㅎㅎ

맞아요. 우리는 자기가 성취한 것도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해하고, 남을 내세우는 분위기라..
스티븐 스필버그는 진짜 대단한 감독인거 같아요. 전 어릴 때 스필버그가 기획한 영화 "이너 스페이스" 보고 반했어요. 사람이 작아져서 다른 사람 몸속에 들어가는 모험/코미디물인데 진짜 재미있게 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