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 미야모토 테루

in kr-book •  last year 

02C45BB1-0CB9-48C4-9FCE-E4B121068781.jpeg

[금수] by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을 읽고 반한 나는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찾았다. "금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장편으로, 또다른 서간체 소설이다. 내가 어떤책의 리뷰로 썼듯이, 내가 읽은 최고의 서간체 소설은 [키다리 아저씨]였는데, 이 소설을 또 읽고나서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물론 이 소설은 [환상의 빛]보다는 못하다. 그러나 역시 강렬하다.

[금수]란 '금수'만도 못한놈의 금수가 아니라, 금으로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뜻한다. 왜 이 이야기가 금수인지는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마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여전히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시간이라는 불멸의 법칙을 통해, 말하는 '화자'의 입을 통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이 누구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은 채, 그러나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며 풀어내지는 이야기의 힘을 빌어 발생하는 우리 모두의 연민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10여년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친다. 그때는 그저 그것으로 인해 충격받았고, 세상이 만들어 낸 것으로 서둘러 수습했었으나, 그 시간동안 체념하거나 또한 받아들였던 그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었던 그녀가, 이제는 알기를 원한다. 그래서 편지를 쓰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환상의 빛]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 [금수]에도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이 있다. 그러해서 나쁘고 좋고가 있지 않고, 그러함이 있고난 후, "그들"의 삶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금수]는, 지금 그러한 그들의 삶이 있기 전에, 예전에 그러했던 일들을 깊게 파고든다. [환상의 빛]에서 있던 '죽음'과 그 기억이, 인물들의 삶 속에 스며들지 않은 채, 그저 그 기억 자체로만 관조하는 상태였다면, [금수]에서의 그것은, 기억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그 인물들에 의해 꺼내어지고 벗겨지며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더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이해'의 공간은 없다. 여전히 그것은 기억으로 존재하고 그 기억 속의 나와 당신이 있었다는 것만 남긴 채, 다시 그것으로 기억되어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일깨워줄 뿐이다.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자기가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어... 라는 말들은 미야모토 테루에게는 작용하지 않을 듯하다. 아니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해주려는 듯하다. 그들의 삶에는 항상 다른 길들이 나 있다. 어느 한 곳도 특별한 점으로 종속되어진 길은 없지만, 모든 길들은 또 그대로의 곁길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 길들을 걸어가는 우리들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또한 살아간다.

여전히 '그러므로 그러하다'는 없다. 오직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뿐이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잘 읽었습니다
삶에는 정해진 길은 없고
살아가면서 선택하는것같아요~~

어찌어찌 살다보면 길이 보이고 방법이 보이겠지요..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 에 대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이번주도 더욱 더 행복한 한주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소개 감사합니다. 책 표지가 맘에 드네요.
모르던 작가인데 환상의 빛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네 환상의 빛 정말 좋습니다^^

인간의 삶이라는게 옳고 그름이 없듯이
이유나 핑계를 대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것
북키퍼님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즐거운 독서 되세요.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글을 보니 만약이라는 가정보단 지금 택한 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네 맞아요. 방문 감사합니다.

살아가면서 여러 사왕에 부딪히고 그걸 해결하면서 살아가는거 같습니다 ^^ 우리가 슬아그는것에 이유는 없죠... ^^ 그저 열심히 살아갈뿐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옵션이 없는거 같아요 우리 삶은...

저한테는 생소한 작가네요, 한번 찾아봐서 읽어봐야겠어요 ^^

저도 알게 된지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제가 읽은 모든 책이 좋았어요

좋아하는 단어(?) 문장.. 이 떠오르네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간다.. 사랑한다.. 등.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고 맘 아픈데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하여 전 잠자리에 들겠습니다..🤣

평안한 밤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우리 일터로 나갑니다: 편안한 밤 되셨기를~

맞아요. 널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널 만났겠죠. 인생은 2회차가 없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실제로 비교 못하잖아요. 유일무이하고 아무도 알 수 없는 길을 그냥 걸어갈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늘 곁가지가 나 있어요. 한 그루의 나무에서 몸통만이 나 있으면 그 많은 잎사귀들에 물을 공급할 수 없을거에요.

금수 읽으셨군요. 미야모토 테루가 썼다는 건 알았는데 이것도 서간체 소설인지는 몰랐어요.

미야모토 테루 특유의 담백함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저도 예전에 '금수'에 대한 감상을 쓴 적이 있어 반갑네요. ㅎ
미야모토테루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환상의 빛>, <반딧불강>도 넘 좋구요.

환상의 빛 리뷰는 저도 썼구요. 안그래도 지금 반딧불강 리뷰를 쓸까 생각 중이었어요. 찌찌뽕!!

마지막 구절이 특히 인상에 남네요! "여전히 '그러므로 그러하다'는 없다. 오직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뿐이다."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