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가벼움과 무거움

in #kr-art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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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그림을 그리면서 '가벼움'과 '무거움'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나서 생각은 시작되었다.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무거움이다. 한편 의미에서 자꾸 벗어나는 것은 가벼움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끊임없이 가벼움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내가 현재 그리고 있는 것이 뭔가 진정한 의미가 깃들여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작업하면서 수시로 드는 생각은 "이게 도대체 뭐지?" ,"이게 뭘까" 라는 생각이다. 물론 재미는 있지만 이 그림에 무거움이 깃들여 있을까? 라는 회의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힌다.

그러다가 그림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느껴질 때 정말 괴롭다. 아마 취미생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리는 그 즐거움 자체만 즐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업으로 삼는 이상 이것은 나와 누군가에게 분명 무거움(의미)으로 다가와야 된다는 부담이 크다.

세잔이나 반고흐는 평생 독고다이로 작가 생활을 했는데, 그들은 어떻게 이 가벼움을 이겨냈을까? 생각해보면 진짜 대단하다. 외부의 관계나 인정 없이 홀로 한평생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그림의 퀄리티에 상관없이 무조건 대단한 것이다. 천재의 자기 확신은 모든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인가?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한평생 정말 '그림만' 그릴 수 있었을까?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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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없이 한평생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아가 흘러넘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로지 인정받아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니까요. 저는 자아도 부족하고 속물이라 그렇게는 못합니다 ㅋ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clayop님이 지원하시는 스팀마노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https://steemit.com/steemmano/@steemmano/5abbhz 안내
https://steemit.com/steemmano/@steemmano/2018-3 신청

오늘도 감사합니다.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심각하게 미술을 했었어요. 그래봐야 국민학교 시절이었지만.. 큰 대회에 나가서 큰 상을 타고 나서는 어느 정도 손을 놓았는데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 덕분에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 살고 있고 이곳 저곳을 다니다보면 좋은 박물관들이 많아서 좋은 그림들을 많이 보았는데 이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 없었다면 이런 즐거움은 모르는 즐거움이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속의 작품이 작긴 하지만 하늘과 산의 색조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어서 눈이 절로 가네요. 걸어놓고 바라 보고 있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구요. 잘 보고 갑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작가보다는 @catiot님같은 훌륭한 관객이 훨씬 더 소중하고 귀합니다. (제 그림 칭찬했다고 드리는 말씀은 아니... 네 맞습니다! ^^)

봉주흐!!!!훌륭합니다!!!!영감 얻고 갑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인생은 한 편의 농담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득도하겠지요
저는 믿어요 만물은 느림과 빠름그리고 강렬도로 구성되어 있다고
인간 존재도 끝없이 미분화하면 같을 거라고 믿어요
멋진 그림 잘 봤습니다

득도의 경지에 오르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스팀잇에서도 플랑크톤이지만 현실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술가로서의 삶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응원드립니다!!

예술가 뿐만 아니라 실은 누구나 하는 고민을 좀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 뿐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네 :) 고민을 접하며 저도 한번 더 깊은 생각을 해 보게 된 글이라 감사드리고 싶네요 ^^

가벼움에 대항하는 싸움... 어렵네요. 가벼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건... 안되는거겠죠?

가벼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정말 고수의 경지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무위자연의 경지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요 ^^

미술에 깊은 조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작게나마 응원합니다.
저도 그리신 작품이 좋습니다.

스티미언들의 응원을 받으니 호랑이 기운이 솓아납니다.

제 경험으로는
진실하게 나의 생명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그리시면 분명히 공감을 얻게되고,
가벼움 무거움을 떠나 자유로워지실 것 같아요!^^

생명을 고백하는 마음! 와.. 댓글이 더 예술입니다. 새기겠습니다.

세잔이 연상됩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제가 세잔 빠입니다. 몇해 전 유럽여행 갔을 때에는 일부러 엑상프로방스에 들러서 세잔이 그린 장소에서 생트빅투아르 산까지 보고 온 진정한덕후입니다..

저도 세잔빠입니다. ^ 인식의 경계와 존재성을 그린 화가. 진정 존경합니다.

인식과 경계의 존재성이라.. 저보다 많은 통찰을 하고 계신 듯 합니다.

아마 취미생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리는 그 즐거움 자체만 즐길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림을 그려보고픈 똥손의 로망입니다. ㅠ

로망하다보면 언젠가 적당한 시기에 현인이 쨘! 하고 나타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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