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토론]정신적 자유의 억압은 구속이 아닌가?

in #kr-agora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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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토론에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여 글을 올렸습니다. 토론이란 생각을 주고 받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글을 주고 받으며, 생각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토론은 뚜렷한 목표가 있는게 아니라, 그저 생각을 나누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작된 것임을 고려하면 치열하게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도 아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글의 말미에 기존에 참여하셨던 분들도 새롭게 떠오른 것이 있으면 다시 의견을 내주시고 기존에 참여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참여하신 분이 없네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참여하려고 합니다.


토론을 발제하며 저는 예방과 재사회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후에 이루어지는 처벌보다 예방은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대중들을 위해서도 처벌보다 중요하며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불우한 유년기를 통해 바른 도덕성을 형성할 기회가 부족했음을 고려하면 이들 또한 불완전한 인간사회의 피해자이기에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분명 취약계층은 존재합니다. 한부모, 저소득 계층 등은 비교적 양육에 큰 시간을 쏟을 수 없으며 주변 환경에서 받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 환경이라는 것이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피하려 합니다. 교우관계를 형성하기에도 친구들의 부모들이 한부모 가정, 저소득 계층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피하라며 차별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결혼, 직업면접 등 삶에서 많은 순간에 이들은 차별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낙인은 이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공정하기 살기 힘들게 만듭니다. 이러한 이들이 반사회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이는 온전히 이들 개인의 탓일까요?

사회가 관심을 갖고 이들이 바르게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게 도왔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범죄가 많을 것입니다. 연쇄살인마 중에 사생아 출신이 얼마나 많은지만 보아도 환경이 이들을 몰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폭력적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이들에게 교육 받은 이들이 범죄에 발을 담그게 되는걸 그저 개인의 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번 인용한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죄수실험(피실험자들을 교도관, 수형자 역할로 구분하여 생활하게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역할에 몰입하며 교도관들은 점점 더 과격한 처벌을 가함)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권위실험(피실험자를 선생역에 두고 배우인 학생역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게 하는 실험, 피실험자들은 의사가운을 입고 지시하는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점점 더,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학생역의 몸부림을 보면서도 전압을 높임)을 보았을 때 건강한 정신을 지닌 이도 환경에 따라, 그것도 장기간에 노출되는게 아니라 짧은 기간 내에도 쉽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볼 때 범죄를 오롯이 범죄자의 죄라 하는건 너무 가혹합니다.

처벌 과정 또한 재사회화에 충분히 초점을 두고 있지 않으며 전과자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 또한 곱지 않기에 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자리잡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모범수 중 면접에 참여한 이들의 취업률이 5%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모범수라 할 지라도 전과자가 가진 반사회적 태도가 면접에 악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지만, 출소자 중 법무보호복지공단의 취업 상담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재범률이 1.2%라는 굉장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한번 나쁜 충동에 이끌린 이들이 도저히 개선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인 인물이라 이런 것은 아닙니다. 만약, 정말로 범죄자들은 자질부터 그른 것이라면 차라리 사형시켜야지요. 어차피 재범을 저지를 것이라면 죄질에 차등을 둘 필요가 어딨습니까. 어차피 풀어 놓어봐야 사회에 해만 될 이들이라면 모조리 사형 시켜야지, 어설프게 풀어놓아 피해자를 늘리는 것은 위선적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적절한 처방을 통해 다시 사회로 합류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저는 예방과 재사회화를 강조합니다. 사형은 재사회화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미이니 인간사회가 야만적이고, 길에서 벗어난 이들을 수용할 수 없는 야만적인 사회가 아니라면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형제도의 유지, 혹은 부분적 유지에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을 보니 어느정도의 처벌을 통해 죄값을 치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자유의지는 없으며 개인의 인격은 스스로의 선택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저와 다르게 자유의지를 믿는 분들에게는 아무리 환경이 중요해도 결국 죄를 저지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 보시기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겠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유의지가 실존한다면, 강력한 재사회화 과정은 육신의 구속보다도 더욱 큰 구속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 중 어느 것을 개인의 본질로 보냐고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정신이라 답할 것입니다. 특히 자유의지의 실존을 믿는다면 더욱 정신을 중요시 하겠지요.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세뇌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정신을 통체로 흔들어 놓는 재사회화 과정은 육신의 구속보다도 개인에게 큰 제약일 수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을 보면 이에 대해 많은걸 배울 수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는 완급조절을 통해 신자들을 조종합니다. 우선 신고식이라 할 수 있는 재산몰수 등은 신자들에게 인지부조화를 유발합니다. 사람의 뇌는 최대한 의식에 미치는 부하를 줄이려고 합니다. 전재산을 가치 없는 집단에 바쳤다는 사실은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에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모든 이들이 어느정도 가지고 있을 관념이 확장되어 '전재산을 바친 이 종교는 진리가 아닐 수 없다'는 관념으로 확장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강제로 집으로 데려와 교주와 교단에 대해 아무리 부정적인 증거를 들이밀어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사이비종교에 빠진 가족을 강제로 집으로 끌고가려는 장면을 목격한 행인들에게 가족들이 납치범으로 신고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지편향도 작동합니다. 가령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이게 사이비라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신자가 있겠냐'는 사고를 불러오고,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는 가족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부정적인 증거들을 외면하게 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심리적인 과정을 거쳐 피해자들은 사이비 종교에 대한 신념이 더욱 깊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의 초점을 사이비 종교에서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분명 획기적으로 재범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뇌과학과 의학이 발달한다면 뇌에 결함을 지닌 이들조차도(부모의 폭력으로 인해 뇌손상을 입어 공감능력을 상실한 범죄자들도 존재) 개선될 여지가 생깁니다.

재범률 0%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수형자들도 바뀌어야겠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들은 계속해서 연쇄작용을 이루겠지요. 재범률이 낮아진다면 전과자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개선될 것이고 대중들이 찍는 낙인이 희미해져 감에 따라 전과자들의 사회적응은 더욱 빨라집니다. 자신을 환대하는 사회를 소중히 여기는 관념은 더욱 빠르게 형성되며 강화됩니다. 이러한 작용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무기징역, 사형 판결을 받는 중범죄자들도 감화될 여지가 늘어납니다.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쉽게 바뀔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헌법에서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분명히 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죄는 법정에서 심판 받는 것이며 대중에 의해 이중으로 심판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전과자도 다시 죄를 저지르기 전에는 당당한 시민임을 잊지 말고 이들이 사회에 자리 잡고 사회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한번도 죄를 저지른 적 없으며 단순히 불우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을 뿐인 이들을 피해야 할 사람으로 보는 차별적 시각을 거두어야 합니다. "애미 없는 거지 새끼"라는 말을 듣고 자란 이가 범죄자가 되는게 그토록 이해하기 힘든 일일까요? 진정 인간존중이라면 이들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도 재범률 0%, 더 나아가 범죄율 0%의 사회를 꿈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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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꼼꼼하게 다 읽어보았습니다. 지금 여성징병제 문제를 쓰려는데 이따 저녁에 시간내어 사형제에 관한 의견도 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역시 충전을 하고 나니 글이 훨씬 쉽게 나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ㅎㅎ

죄수들의 재사회화가 잘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형식적으로 지원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이나 다른 지원도 있어야할 것 같은데(그래야 재범율이 낮고 사회에 잘 적응할 것 같은데), 한편에서는 세금으로 주는 밥도 아까운데 무슨 돈을 더 쓰냐고 하니, 다루기 힘든 문제입니다.

밥값도 아깝다는 이들은 수감생활을 호화롭게 할 뿐인 시설개선을 비판합니다.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재범률이 1.2%(전체 범죄율은
2015년 기준 2.3%)로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범률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교화과정이라면 이들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 같습니다.

범죄자의 처벌과 사회적인식..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존중이란 차원에서 생각해 볼 것들이 참 많은 듯 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함이 어쩌면 모순일지 모르나 우리의 삶을 유지하고 지켜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일 겁니다.

거창하게 범죄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매일 조금식의 죄를 지으며 사는것 같습니다.
단지 그 죄의 크고 작음이 있을것이고 죄를 지음에 피해자에게 상당한 피해가 있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죄에대한 댓가를 치르고 재사회화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재범율을 낮추는 차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 피해를 받은 피해가족들에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재사회화에 성공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같이 고민해 보는것도 좋겠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우리가 배려해야 할것들도 그에 앞서 생각해 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저 가두어 둘 뿐이라면, 피해자들의 만족감을 위해 가두어 놓을 뿐이라면, 형벌이라는 이름 하에 국가가 대신 수행하는 야만적인 복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금의 형벌제도, 사회적시선은 이들이 출소 후에도 범죄자로 살아가는 길 외에는 차단하고 있으니 더욱 더 많은 피해자가 생깁니다.

참 어려운 문제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네요....

범죄자의 재사회화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 해결에도 많은 고민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범죄자 인권 운운하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등한시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지요. 본문에서 다루지 못 한 내용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mlee님과의 대화는 늘 즐겁네요.

제 뜻을 잘 이해해주시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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