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Special 한 아이들

in #kr-1000club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하늘바다.png

@sochul 님의 마스터 님께서 쓰신 한터키우기 글이 별 거 아닌 제 이야기도 털어놓게 해주십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밤에 아이들을 재울 때면 침대 맡에서 오늘 하루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이 무엇인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방을 나오곤 했다.

큰 아이가 4학년에 올라간지 한 달 정도 지났을 한 밤, 새삼스럽지 않은 엄마의 질문에 아이가 갑자기 숨죽여 흐느껴 운다. 아이들이 서글프게 울면 엄마의 가슴은 찟어진다. 차라리 떼쓰는 울음이 나을 것이다.

원래 말 없는 녀석을 살살 달래어 물어보니 학교에서 노는 시간마다 잡기 놀이를 하면 두 녀석이 'go get the Chenese boy - 저 중국애 잡아' 소리치며 쫒아온단다.

아, 때가 온 것이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부터 지레 걱정했던 것이 드디어 이제 4학년이라는,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며 빠르면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에 나타난 것이다.

700 명이 넘는 학교에 한국 아이라고는 우리 아이들 둘 밖에 없다. 필리핀, 인도 아이들을 포함해도 아시안 학생은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계속 이야기를 해줬었다. 너희는 special 하다고. (different 라는 단어보다 special 이란 단어를 써주고 싶었다.) 너희는 그렇게 special 하기 때문에 조금만 잘해도, 조금만 못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일 거라고. 그러니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잘하자고 늘 이야기했었다.

그날 밤, 아이에게 말해줬다, 그 아이들이 너를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세상에는 여러 대륙이 있고 아주 많은 나라가 있으며 다른 인종들이 있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아직 몰라서 그런다고.
네가 이해시켜줘야 한다고. 네가 그 아이들보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있으므로 네가 알려줘야 한다고. 일단 네 스스로 해보라고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며칠 후에도 아이의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아직 이런 상황을 혼자 헤쳐나가기에는 어리다. 그럼 다음 단계이다. 항상 한발자국 물러나 있는 이 엄마는 아이에게 담임 선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경력이 전혀 없으신 첫 해의 담임 선생님이다. 애만 달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행이 하늘이에게는 일주일에 하루씩 특별 수업을 받는 영재반 선생님이 있다. 연세와 경력도 많으시고 우리 아이를 참 예뻐해주시는 분이니까 그 선생님께 상의드리라고 했다.
동시에 나도 나설 차례이다. 나는 교장에게 이메일로 면담 요청을 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diversity"라는 단어를 넣어서.

영재반 선생님께 당장 이메일이 온다. 기가 차게도 이 두 아이의 엄마들이 이 학교 선생님들이란다.
두 엄마(선생님)의 반응은 아주 다르게 나온다.
한 명은 "I am sorry to hear that."...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I am sorry"는 미안하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이 있다니 유감이다 이 정도이다. 일본한테 배웠나...
다른 한 명은 아이를 데리고 같이 우리 아이 반에 와서 아이에게 직접 사과하게 했단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교장도 아이들을 불러 개별 상담을 했다고 한다. 교장은 내게 아이와 상담한 내용을 알려주며, 지역 교육국에 정식으로 보고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이제 괜찮단다. 이렇게 일단락 짓기로 했다. 일단락이다... 3년 후의 악연은 다음 편에...


사실 별거 아닌 일이다.
또한, Bully(왕따)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 학생들과 떼어 놓는다고 해서, 학교를 옮긴다고 해서, 사회에 나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이에게 백신을 맞춰준 기분이다. 통증도 있었고 열도 좀 있었지만 이젠 항체를 가지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평생 무균실에서 살 순 없으니까.
또 한가지, 부모들과 선생님이 이렇게 나섬으로써 아이는 보호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인생의 비타민이다.


나는 오히려 우리 아이가 왕따시키는 아이가 되는 것이 더 싫다.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지 항상 걱정스럽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지를 항상 염려하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왕따시키는 아이들의 부모가 걱정하는 염려의 글이 더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을테니까.


약자들이 보호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일상] 미국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우선순위라고 하자)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우리 큰 아이 자랑도 한번 합니다~

[나의 일상] 아이의 고등학교 골프리그 첫 시합

floridasnalcaligra.jpeg

PS.

  • 저는 @corn113 님의 프로젝트 [kr-steembuy] 1000 스팀 클럽의 3호 입니다^^
  • [우리 아이] 글에 사용되는 대문을 만들어주신 @tata1님께 감사드립니다.
  • 캘리그라피 써주신 @hellojun 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뒤로 활동이 없으셔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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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정말 플로리다님의 감정이 그득그득 담긴 글이네요 :)

아직 저는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연령대에 필요한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네요.

바다거북은 청년 뿐아니라 청소년에게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도서지역에 분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하고있는데요

선생님은 단 1명
전교생이 초등학교 2학년 혼자인 학교,
또 5학년 혼자인 학교와
같은 상황들이 있거든요

보고있자면
정말 다양한 청소년들이 더 다양한 환경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그리고 부모님들의
이런 깊은 관심과 애정이
그 뒤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뜨끈합니다 :)

분교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를 전달할 수 있음 좋겠네요~

마스터님의 애독자에
3호셨군요 33배의 힘으로 보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부모는 다 그런가봅니다.
아이를 위한 하나의 마음 ♡

이제 한터와 하늘이 둘을 응원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를 통해 어른이 되는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floridasnail님 글을 읽고있음 아이들 교육도 잘하시리라 여겨지더라구요^^ 너는 special하다 맞습니다 너무 멋지시구요 !! 늘 응원합니다~

부끄럽습니다 ㅎㅎ 사실 저희는 애들 아빠가 다 키웠습니다 ㅎㅎ

일본한테 배웠나...

에서 폭풍공감했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든 부모님이 정말 거저 아이를 키우지는 않겠지요. 이런저런 장애물도 넘고, 넘어져 다치는 걸 지켜도 보고 다음엔 다치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도 주고 또 그러면서 아이보다 더 아파하겠죠. 저는 아직 이런 상황을 전혀 겪어보지 않아 앞으로 나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게 맞나 싶습니다. 좋은경험담 감사드려요. 스티밋에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네, 아이들이 커가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한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하늘이 까지, 스팀잇이 응원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질듯 합니다. 다른 창에서 밝혔듯이 저도 어쩌다 이곳 저곳 다니면서 뜻하지 않게.....여러가지를 겪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나 좀 지난 옛날 아프리카를 가려면 파리의 샤드골 공항을 거쳤었는데 에어프ㅇ스 승무원들이 아세안은 물론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공항 지상요원 부터 아프리카행 뱅기 안에서 어찌나 얼마나 불친절 하던지.. 그때 불어 한마디를 못했으니 지켜볼수 밖에요.
잠시 3호님의 마음을 헤아리려다 속상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 한결 같지 않으니 기대 할 수 없는 많은 일이 늘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지요. 어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마음 상하는 일이 잦아짐이 더 속샇하구요 -,-

마음깊이 공감합니다.
왕따 당하는 것보다, 누군가 왕따 시키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부모..
저희 아이들 역시, 그러하지 않도록, 저 역시 많이 생각하고,
아이들과 대화 하고 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cellent article, well done :)

얼마전에 @hansikhouse 님이 이거보다 더 시리어스한 내용으로 포스팅을 했었죠.
아이들이 굴하지 말고 밝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네, 이민 2세들이라면 경중을 막론하고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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