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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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가는데 깜짝 꽃다발 선물을 받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이렇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게 무얼까
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뛸까? 천천히 갈까?’

공교롭게도 버스는 도착하기 조금 전이었다. ‘1 정류장 전’ 얼마 지나지 않아 ‘곧도착’으로 표시되었다. 보통은 기다릴 각오로 여유롭게 보내주는 편인데 어쩐지 오늘은 그 버스에 올라타고 싶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 그것도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바로 눈앞에서 버스 문이 닫히고 초록 불에 버스가 황급히 떠났다. 거친 숨을 내뱉었다. 마스크 안 숨으로 땀이 찼다. ‘5초만 빨랐어도.’ 괜히 울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어제는 의왕 호수를 놀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님은 지도를 보다가 웬 커다란 물이 있었고 거기 가본 적이 없어서 어렵지 않게 장소를 정했다고 말했다. 어쩐지 아쿠아리움에서 본 것 같은 터널을 지나 호수를 가로질렀다. 갈치조림을 먹으러 가잔 말에 가시를 잘 못 바른다고 이실직고를 했다. 대신 맞은편에 호수가 보이는 식당에 가서 평양냉면을 천천히 먹었다.

비가 와서 바이크레일을 탈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덕분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둥둥 뜬 연꽃을 보고 연신 탄성을 질렀다. 목이 쉬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창작자 이야기 등등.

작가님이 아는 사람 중 최근 2명의 작가님이 독립 책방을 열었다고 했다.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독립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고단하고 어렵다며 근황을 전했다. 정부 지원 사업마저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책방을 잘 꾸리기 위한 핵심역량은 큐레이션보다는 어쩐지 ‘정부 지원 사업 따내기’가 되었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4일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내 필명이 고물이고 ‘Mi Cubano’란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제도 최근 오프라인 공간을 꾸리는 데 관심이 커졌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왜지? 어차피 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는 아닐 거라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면피용인가?

작가님은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궁금한 것에 대해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북해하지 않고 무거워하지 않고 말해줄 누군가. 그런 대화가 너무 소중하고 흔치 않다고. 어쩐지 조금 안심이 되어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내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본질대화클럽’에 대해서 말하지 못했다.

어쩌다 나온 이야기였는지 모르지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오늘은 한 달 만에 1,000쇄를 판매하고 2쇄 3쇄를 찍게 된 1인 출판사 대표님이자 그림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홍보에 관해 묻자 책을 사랑한다면 뭐든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 사랑하면 없던 용기도 생기고 안 하던 짓도 하게 되지. 어쩐지 나는 부끄러워졌다.

세상에 더 해줄 말이 없었다. 보내고 싶은 메시지 같은 건 조금도 남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를 전하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려고 뭐든 억지로 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가 없다. 어제만 해도 영감이나 직관 없이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참이었다.


  • 2021년 5월 18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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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고물될필요까지가있겄소?

강박고물모드 싫어서 오늘 헐겁게 풀어봤어요!

사랑하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는군요!

물론 팔이 두개로 늘어난다거나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잠재력이 폭발하더라구요.

고물님 당당하게 말해요!
이게 내 첫 책이다
미 쿠바노!!!

ㅋㅋㅋㅋㅋㅋ
왜 말하지 못해. 너의 책이 있다구! ㅋㅋ
부끄러웠던 건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

 5 years ago 

고민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이래나 저래나 펜을 놓지 않는 고물님을 응원해요. 잘될거에요!

레일라님이 함께 펜을 들고 있어 큰 힘과 위로가 되어요 :D !!
으쌰으쌰

꽃이 이뻐서도 좋지만 자주 못 받는 것이라 받으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랜만에 아내에게 꽃을 줬던 사진이 있길래 공유해 봅니다 ㅎㅎ
20200411_165817.jpg

그리고 참 이라는 단어는,
예정의 의미로 쓸 때 '~던 참이었다.' 를 주로 쓰고 의향의 의미로 쓸 때는 '~ㄹ참이었다.' 를 쓰는 걸 많이 봤습니다. '말했던 참이었다'보다는 '말하려던 참이었다' 또는 '말할 참이었다' 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말하다라는 단어를 쓰기엔 누가 누구에게 왜 라는 의문이 잠깐 들어서 부드럽게 읽히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생각할 참이었다' 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릴 땐 꽃 선물 주는 사람 별로였는데 지금은 꽃만 보면 빙그레 모드이죠.

아하. 어색한 표현이군요. 우리말 너무 어렵습니다. 뭐라고 고치면 더 좋을지 고민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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