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세계 제패가 하고 싶니

in #koinism5 years ago (edited)

세계 제패의 꿈



어쩌다 사람들의 꿈이 세계 제패가 되었을까요? 아니 인정욕구를 기반으로 하는 꿈은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제패하고 싶어 합니다. 그것의 범위가 형제, 가문, 마을, 국가에서 세계 전체로 확장될 뿐, 제패하고자 하는 욕구는 다르지 않습니다.



제.패. 만큼 확실한 인정은 없을 겁니다.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어벤져스조차 한 명이 아닌데 어떤 히어로인들 제.패.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제패하고 있는 것은 악이요, 강력한 적입니다. 그들은 늘 세상을 지배하고 제.패.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그대가 필요합니다. 그게 세상을 제패하고자 하는 그대의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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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한 명을 어쩌지 못하니 말이죠



O2O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이 뜨면서 이제 모든 기업의 꿈은 세계 제패가 되었습니다. 1등만 살아남는 O2O 비즈니스의 특성상 독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세계 제패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합니다. 현실의 땅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온라인의 세계는 월드와이드웹(www) 하나뿐이니까요. 그래서 모든 서비스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포털, 말 그대로 포털과의 최종 승부를 벌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뻔합니다. 포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포털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팔리기 위해 하는 업業과 인생의 업業



그래서 M&A라는 사업모델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거대 악이 타인의 재능, 타사의 결과물을 빼앗는 악독한 행위처럼 여겨졌었으나, 승자독식의 현대 비즈니스에서는 오히려 지향해야 할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 값에 팔리는 것이 성공의 모델이 된 것이죠.



돈 벌자고 하는 비즈니스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고 회사를 파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미래가치라는, 아직은 존재하지도 않는 가치까지 끌어다 평가를 과대하게 받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의 수익까지 보상하여 두둑이 챙겨주니, 돈이 목적인 사업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업業을 인생의 업業으로 생각하는 사업가에게 그것은 돈으로 자신의 인생을 빼앗으려는 못돼먹은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돈 따위로 나의 꿈을 살 수는 없다는 그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일입니다. 네, 그것은 쓸데없는 자존심일지 모릅니다. 먹고살기 바쁜 사회에, 언제 어떻게 격변할지 모르는 세상에, 물정 모르는 한심한 생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큰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정말 하고 싶은 무엇을 시작하였는데, 거대 자본이 그것마저 탐낸다면 과연 팔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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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業은 하면 안 됩니까?
PT 할 때는 다들 자기 꿈이라고 해놓구선



어느 동네에 삐까번쩍한 저택이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그 저택을 보는 사람마다 나도 돈 벌어서 저런 집을 짓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멀쩡한 집을 허물고 그곳에다 원룸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런 집에 살고 싶어 돈을 버는데, 왜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허무는 걸까요? 얼마나 번다고..



세계여행, 세계 일주는 많은 이들의 꿈입니다. 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것은, 하려면 하지 못할 것이 아닙니다. 퇴직금, 보증금을 빼서도 할 수 있고, 어케 빚을 내서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다녀와서 풍족한 마음으로 갚으면 그만인 그것을,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법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행경비가 아닙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들은, 버킷리스트란 그런 모든 그것들을 하고 난 후에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하고 싶은 것은 시한부 선고를 받아야 시작할 수 있는 임종 소원에 담겨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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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냥 하면 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의 임종 소원에 담겨만 있는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돌아가서 무얼 해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여행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여행이 끝나갈수록 우울해집니다. 버킷리스트를 이루었으니 죽으면 될 텐데, 더 살 고민에 빠져 정작 자신이 진짜 하고 싶어 하던 그것을 하면서도 우울해합니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무얼까요? 버킷리스트에 담긴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돌아가서 벌면 되고, 하면 될 것입니다. 여행 떠났듯이 하고 또 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죽으면 될 것입니다. 더 할 것이 없으면 그만 살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미루고, 그것을 하기 위한 무엇만을 하면서 끝까지 그것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죽습니다. 그래서 하지 못한 그것이 원한이 되어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똑같이 살다 또 갑자기 죽습니다. 그래서 또 하지 못한 그것이.. 그만하겠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돈이 목적이면 돈을 벌면 됩니다. 그것은 M&A든 뭐든 여러 가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 제패를 해도 됩니다. 그러나 무엇을 업業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사명, 꿈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면 세계 제패를 꿈꾸지 말아야 합니다.



세계를 제패하는 커뮤니티



커뮤니티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평소 같으면 만나 볼 수도 없는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맺고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커뮤니티 플랫폼들이 우수수 등장하게 되었고, 승자독식의 타이틀 매치를 반복하며 절대 강자의 플랫폼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구성원인 우리는, 모두가 모여있는 그 거대한 광장에서 계속 판이 바뀌고 룰이 바뀌는 상황을 감내하며, 많은 사람과 쉽게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는 것은 루머와 욕설뿐이고, 경험하지 않아도 될 감정적 상처와 껍데기뿐인 관계의 허물만 쓰레기처럼 쌓여가고 있는데 말이죠.



그게 다 세계 제패 때문입니다. 다른 플랫폼은 몰라도 커뮤니티 플랫폼이 세계 제패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세계 제패를 할 수는 있습니까? 왜 내 사랑방을 전 세계인이 들여다봐야 합니까? 왜 내 일기를 전 세계인이 읽어야 합니까? 왜 전 세계인이 내 댓글창에 똥 싸지르도록 놔두어야 합니까? 왜 나는 전 세계인의 구역질 나는 배설물을 들여다보고 '좋아요'를 눌러야 합니까? 몇백원에서 기껏해야 몇천원이 찍히는 보팅을 받기 위해, 제목만 보고 본문은 읽지도 않은 채 '좋은 글입니다', '잘 봤어요'를 기계처럼 달아대는 거지 같은 봇들의 립 서비스를 견뎌야 할까요?



그게 다 세계 제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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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물어봤거든!



세계 제패가 아니면 생겨나지 않았을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인이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돈이 아니고 세계 제패가 목적이 아니면, 그대의 잔치에 정체도 모르는 사람이 같이 앉아서 이말 저말 하게 둘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대의 침실을, 그대의 일기장을 엄한 사람들이 보게 열어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거야말로 성의 상품화입니다. 인간 본성의 상품화 말입니다. 그 짓을 하고 싶으면 하는 겁니다. 요즘은 상품화가 인류의 최대 덕목이니까요. 그렇다고 번 돈으로 세계여행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버킷리스트를 해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플랫폼 업자들이야 뭔 잘못이겠습니까.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이고, 커뮤니티 서비스이니 쪽수 많은 게 장땡이고, 쥐꼬리의 꼬리만 한 보상정책으로도 알아서 벗어대고 난리 브루스를 춰가며 대신 영업을 해주는데 말릴 일이 뭐겠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모릅니다. 남의 똥 쳐다보며 '좋아요' 날리는 짓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 사랑방에 이놈 저놈 들락날락거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온갖 더러운 찌꺼기들만 남겨 놓은 채 말이죠. 그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여 시세차익을 얻은 플랫폼 업자들은 돈을 법니다. 됐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었으니 하고 싶은 것들을 하십시오. 세계 일주도 하고 저택도 지으십시오. 세계 제패의 영원한 승자는 없으니 누군가 또 판을 엎고 또 세계 제패를 할 겁니다. 그 또한 돈을 벌었으니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그대는? 말입니다. 똥 치우는 일이 지겹지도 않습니까? 카페 똥, 블로그 똥, 싸이 똥, 페북 똥, 인스타 똥 이제는 스팀잇 똥까지.. 언제까지 똥만 치우며 살 겁니까? 그간 만났던 팔로우, 팔로워들은 몇명이나 곁에 남아있습니까? 세계 제패할 거 아니면서 뭐 하러 벗고 난리 부루스를 춘 겁니까? 일기장은 왜 보여줬습니까?



세계 제패의 꿈이 우리를 대양으로 밀어붙이고 사막 한가운데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중노동을 하고, 자존심을 팔며, 벗고 난리 부루스를 추었건만, 남은 것은 남들이 싸놓은 똥 찌꺼기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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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떠나야 할 때입니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킷리스트부터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대가 사랑하는 그대의 이웃들과 다시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대의 내밀한 속내는 소중한 그대들에게만 보여주는 겁니다. 성을 상품화하지 말고 본성으로 소통하는 겁니다. 진짜 소통. 그러다 그러다 보면, 그대의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어 온 세상에 퍼뜨리니까요. 그것은 세상에 없는 이야기이니까요. 그것은 진짜 이야기이니까요. 사람들은 그것을 원합니다. 온통 너저분한 가짜 상품뿐인 세상에, 진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최고의 콘텐츠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그것입니다. 흉내가 아닌 진짜 커뮤니티.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수천년, 수만년 동안 인류는 커뮤니티를 이루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고 가꾸고 누리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세계 제패가 보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세계 방방곡곡에 그런 커뮤니티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음식을 만들어 모이고, 잔치를 벌이고 파티를 합니다. 눈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몸과 몸을 부딪히며 춤을 춥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구축한 대한민국은 세계 제패의 환상 속에서 매우 빠르게 커뮤니티를 빨아들였습니다. 어찌나 빨랐던지 모든 서비스가 세계 최초이고 세계 최고였습니다. 오늘은 이 서비스가, 내일은 저 서비스가.. 회원가입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얼굴 맞대는 이웃과는 절연을 하고, 얼굴도 모르는 팔로워들에게는 빤스까지 벗어 보여주는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풍선 몇 개에 말이죠.



괜찮습니다.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인생, 난리 부루스가 그렇게 추고 싶다면 추라고 하게 두고, 우리는, [스팀시티]는, 진짜 소통을 시작해 봅시다. 한 사람과 말이죠. 또 한 사람과 말이죠. 꼭 몇십만 몇백만 구독자를 가져야 합니까? 그러면 돈 많이 법니까? 업자들이 다 떼가고, 어차피 정해진 인생의 수입을 미리 땡겨다 버는 것뿐인데. 천천히 느리고 단단하게 조금씩 소통을 넓혀가면 안 될까요?





[스팀시티]는 문을 닫았습니다. 총수님들과 60여 명의 위즈덤 러너 그리고 마법사. 이들이 [스팀시티]의 예비 시민입니다. 우리는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총수님들과 마법사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곧 가라앉은 [스팀시티]가 떠오르게 되면 위즈덤 러너들과의 소통, 상호작용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자면 총수님들과 마법사가 반드시 그 토대를 만들어 내야 할 것입니다. 위즈덤 러너들이 위즈덤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내밀하고 단단한 토대 말이죠. 확장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러나 확장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들어와 똥 싸놓고 가지 못할 환경을 만들어 내기까지 [스팀시티]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입니다. 그 결정은 [스팀시티]의 시민들이 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한 명도 없습니다만..



커뮤니티란 그런 것입니다. 하물며 대학 동아리를 들어가려 해도 가입 조건이란 것이 있는데 말이죠. 종종 작은 커뮤니티에서 세계사를 뒤흔든 인물들이 배출되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돌파하는 것은 작은 것이고 뚫어내는 것은 날카로운 것입니다. 작고 날카롭게 관계를 다듬어 가는 것. 그 과정은 지난하고 힘이 듭니다. 깎이고 다듬어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허벙하고 두루뭉술한 넓은 관계로 자꾸 도망갑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니, 당연히 커뮤니티 플랫폼 업자들은 허벙하고 두루뭉술한 규칙으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합니다. 그러니 그곳에는 퇴근 시간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지하철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겁니다. 추행과 모독, 숨쉬기 어려운 답답함과 단절된 소통 말이죠. 업자는 그저 모니터에 광고나 틀어주고 돈이나 벌면 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객실이 미어터져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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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시티]는 한적합니다. 여유롭습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날이 서서 운명과 싸우고 있으니 말이죠. 또한 운명을 받아들이느라 말이죠. 곧 위즈덤 러너들에게도 이를 요구하게 될 겁니다. 나와서 나랑 소통하자. 상호작용하자. 너에게만 벌거벗고 부딪혀 보자. 그러면 진화가 일어나고 기적이 일어납니다. 물리적 연대가 아닌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스팀시티]는 세계 제패를 꿈꾸지 않습니다. [스팀시티 커뮤니티 센터 100호점]은 [스팀시티] 시민들의 별장일 뿐입니다. 세계 일주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순례 중인 위즈덤 러너들의 게스트하우스 일뿐입니다. 그러나 예수의 행적을 뒤쫓은 제자들의 순례가 세계로 뻗어나갔듯이, 산티아고의 뒤를 쫓는 순례자들의 행렬이 전 세계인을 모으듯, [스티시티]의 위즈덤 레이스는 결국 세.계.를 제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마크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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