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스팀잇은 파피루스야

in #koinis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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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했니? 무슨 글을 썼니?



스팀잇에 글을 기록하는 행위는 파피루스에 기록을 남기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모든 기록이 디지털화되어, 뒤져보면 서버의 어딘가에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블록체인의 기록은 그것보다 더 특별합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삭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증인들의 서버를 모두 함께 폐기처분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제 시작된 블록체인의 세계,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일하다시피 한 블로그형 서비스 스팀잇의 기록은 그 중요성이 파피루스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 비견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겠습니까?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써대는 이 글들을 후손들이, 사가史家들이, 다 들여다볼 거란 말입니다. 엄청 들여다볼 겁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의 기록이 스팀잇만큼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 없을 테니까요.



각종 블록체인/암호화폐의 단톡방, 커뮤니티, 카페 등등 글이 생산되고 얘기가 오고 가는 것들이 많지만, 스팀잇은 그 활동 자체가 암호화폐 생태계의 전부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호작용은, 마치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사회상, 자본주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변화상 같이, 사람들의 반응, 행동 패턴, 소통과 갈등의 양상이 모두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 몇 년, 짧게는 가장 흥했던 지난 일 년여의 우리의 글과 행동은 이제 역사의 사료로 남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가 시티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도, 여기서 일어났던 사람들의 상호작용의 흔적들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연구의 대상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쓰고 있었던 겁니다. 왕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 기록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댓글을 달고, 보팅을 하며, 리스팀을 하면서 행위의 주체자이자 기록의 당사자가 되었던 겁니다.


반복되었던 고래전쟁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던 각종 스캔들
의견과 해석이 갈리며 다양한 갈등을 양산했던 해프닝들



유독 kr의 카테고리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벌어진 것 같습니다. 다른 카테고리들이 같은 취향을 바탕으로 모여지는 것에 비하여, kr은 스팀잇 내에서도 독특하게, 다양한 성향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지역 카테고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여서, 온갖 다양한 갈등의 양상을 표출한, 참으로 흥미로운 카테고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쯤에서 어쩌면 얼굴이 확 달아오를지도 모릅니다. 훗날 어느 대학과 학회, 연구자의 논문에서 스팀잇의 어느 계정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서 이런 반향을 일으켰다, 이것은 인간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위였다든가, 스팀잇 kr 카테고리의 고래전쟁의 양상은 마치 뭣 같았다는 평가와 분석을 보게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는 뱉어버렸고 행동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시각에서 평가되고 다루어질지는 우리의 몫이 아닌 겁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낮밤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온갖 말을 블록체인 동굴에다 우리는 열심히 쾅쾅 박아 대었습니다.



스팀잇, 블록체인의 동굴벽화



우리는 글을 썼고 보팅을 했으며 리스팀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맥락과 행간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정치적 행위를 일상적으로 실행하였습니다. 누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시작했습니까? 하다 만 포스팅, 생각 없이 써 내려간 댓글들, 이게이게 동굴벽화처럼 지워지지도 않는다니.. 그러면 나의 글은 어떠했는가? 나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마치 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같지는 않았는가? 유치한 아이들의 말장난 같지는 않았는가? ㅎㅎ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뉴비가 아닌 이상 이미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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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는 적나라할수록 좋죠



지난 일 년,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쏟아 내었습니다. 저는 이 기록이 인류사적으로 매우 진기하고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반응했든, 별생각 없이 평소 살던 대로 상호작용했든, 스팀잇 그리고 이 kr의 카테고리는 그런 모든 양상이 묘하게 부딪히고 어우러지면서 아주 다양한 인간행동의 양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적당히 가면 쓰고 겉으로는 다들 허허실실거려 그 속내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우리의 일상과는 달리, 이 스팀잇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사람들이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상처를 보여주며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때로는 매우 예민하게 상호작용에 참여함으로써 '아, 인간이 이렇구나'하는 인사이트를 여기저기서 참 잘도 드러내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법사는 가능하다면 그 기록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공식적으로 실행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Futurist로서 말이죠. 누군가 해주면 더 좋고 기왕이면 마법사의 시각으로도 기록을 정리하고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팀잇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 이 정도의 기록과 사람들의 상호작용, 반응의 결과물을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없고, 그러니 어떤 서비스가 종국에 살아남든 스팀잇을 인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어떤 기록을 남길 것인가? 그러면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어떤 글을 남겨야 할까요?



이미 지나간 기록은 돌릴 수가 없고 (수정 기능이 생기긴 했지만 기록은 그대로이죠. 수정의 기록까지) 지난 행위에 대한 평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야겠죠. 잘 했든 못 했든. 그러나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1,000년 뒤 후손들이 보게 될 오늘의 기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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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화장실 낙서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그렇기도 하니까요. 또한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엄청난 기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평가를 받지 못할지라도 훗날 역사를 바꿀만한 대단한 나만의 무엇 말이죠. 기록을 넘어 행위를 일으켜 낼 수도 있습니다. 생각뿐이었더라도 여기서 무언가 말을 하고 글을 남겨 그것의 창시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이념과 신념, 세계관의 최초 언급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말하듯이 쓰면 우리는 현대 일상의 채집 표본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해 기록을 남기면 그것은 생각의 씨앗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변화를 일으켜 내는 단초가 될 겁니다.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들이 죽은 학자의 기록을 찾아내 그에게서 영감을 얻고 자신들의 존재를 진화시켰던 것처럼, 우리는 글만으로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도 안 읽지 않습니다. 그것이 가치가 있다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대와 연결됩니다. 시공을 초월해서 말이죠. 그게 블록체인의 힘 아니겠습니까?



맘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지워지지 않는다는 거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닌데, 하던 대로 하시고 쓰던 대로 쓰십시오. 인간 행태를 연구하기에 딱! 좋은 자료가 쌓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코인이즘]

kr은 커뮤니티인가?
커뮤니티는 두 명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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