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특별한 맛을 경험하며 자라길 바래

in Avle 여성 육아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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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

라는 말을 100% 공감하게 됩니다.

보는 맛이든, 먹는 맛이든, 듣는 맛이든 일단 경험해 봐야 무슨 맛인지 알고 그 맛을 좋아하게든, 싫어하게든 될텐데 우리 인생에서는 그 특별한 맛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맛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의 전부인 줄 알고 그렇게 살아가기 쉽상이니 말이지요.

제가 딱 그랬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니 동아리 선배들에 이끌려 한동안 감자탕집에서 술자리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교 앞에 유명한 감자탕집이 있었는데 저는 그 나이 먹도록 감자탕을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인데, 생긴 것까지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비주얼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몇번 갈때까지 깡소주만 마시다가, 깡소주만 마실 수 없어서 그 다음번엔 용기내서 국물을 마셔보고, 다행히 맛이 괜찮아서 그다음엔 용기내어 감자를 먹어보고, 그 다음엔 고기까지 도전하게 되었지요. 물론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저의 최애 음식이 되어 버렸지만 감자탕에 얽힌 흑역사가 있더랬습니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당시 직장 상사가 제일 좋아하던 음식은 회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 나이 먹도록 회도 먹어보지 못했으니 한동안 회식자리에서 제 유일한 안주는 오이나 당근, 그것도 아니면 콘버터였습니다. 회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데 까지 깡소주만 몇병을 마셨는지, 몇 십회의 횟집 회식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시집을 와서 장어나, 육 사시미, 육회 등을 배웠습니다. 물론 장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먹는 것에 익숙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에 배운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듯 합니다.

돌이켜보면 회나 감자탕, 육사시미, 육회 등은 우리 엄마가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입니다. 그래서 어릴적엔 한번도 접해 보지 못했던 음식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좋아하지 않았기에 아빠도 밖에서야 즐겨 드셨지 집에서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으셨을 듯 싶습니다.

지금은 많은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게다가 그 몇몇은 없어서 못 먹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맛들이 많이 있습니다.

곱창, 양고기, 돼지부속, 순대국.. 등등등
보기에 협오스러워 보이는 식자재들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 맛입니다. 아무래도 어릴적부터 경험하지 못한 익숙하지 못한 맛이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저는 체질적으로 야채보다는 고기를, 건강식보다는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더 좋아하는 초딩 입맛이라 요즘 아이들에게 자주 만들어 주게 되는 반찬이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인스턴트에 간편식입니다.

다른 집 식탁에서 자주 보이는 브로컬리나 피망 등도 우리집식탁에선 잘 볼수가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지 않아 잘 안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 어느 정도 컸다고 아이들은 먹으려 들지 않네요. 익숙하고 편한 맛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요즘 괜한 걱정이 듭니다.
음식의 맛처럼 엄마가 선호하는 맛이라서, 엄마가 아는 레시피가 그것뿐이라 아이가 그 맛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자라진 않을지.. 엄마가 본 맛 보다, 엄마가 먹어본 맛보다, 엄마가 들은 맛보다 훨씬 더 특별한 맛이 세상에는 넘쳐나는데 엄마가 아는 세상에서 익숙한 맛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한 부분에만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은 그런 날입니다.

순대국 싫어하는데, 후배가 순댓국 먹으러 가자고 해서 쓴 글은 절대 아니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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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탕은 물론...ㅎㅎㅎㅎ
새 먹거리에 도전을잘 안하시는 군요.
저는 햄을 만들때 어떤 것들을 넣을까 생각해보면 도저히 애들에게 못주겠더라고요..돼지부속 왕창 들어가지 않을까.....ㅎㅎ .좀 힘들어도 고기를 구워주는데....시간이 흐르니 애들도 그 맛에 적응한 것 같아요.^^

역시 라님은 좋은 엄마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스팸, 계란후라이, 김만 있어도 밥한공기 뚝딱인 초딩입맛이라..ㅎㅎ

뭔가 건강에 좋은 음식 시도는 해 보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안 먹으면 저도 좋아하지 않아서 다 버려야하니 잘 안 만들게 되는것 같아요.ㅜ

윽 ㅋ 저 남자입니다

헉..진짜십니까? 레알..? ㅜㅠ 죄송해요~~왜 전 라님이 엄마라고 생각했을까요. ㅋ

뭐든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편견을 버리면 못먹을 음식도 없는데 말이죠~^^;

어릴적부터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요. 편견을 버리고 먹어봐도 어릴적에 경험하지 못한 것에 익숙해 지려면 힘들더라구요.

다양하게 골고루 잘 먹는 사람들 보면 좀 부럽더군요
사실 전 초딩입맛이고 매우 편식이 심한 편이라 바다쪽은 하나도 안먹거든요

ㅋㅋ 저랑 비슷하시군요. 아이들이 자꾸 엄마의 초딩입맛을 따라가서 걱정이네요~

음... 아이들이 알아서 음식을 고르지는 않으니...
뭐.. 부모 입맛을 따라가는수 밖에요...
그래서 부모님이 제 편식 고치려고....그렇게 다양한 음식점에 데리고 다니셨는지도 모르겠네요 ㅠㅠ

모든게 경험이 중요한것 같아요!!
전 아직도 회 종류는 그닥.... 회란걸 보기 힘든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가!! ㅎㅎ

시크한 도시남이실 줄 알았는데 시골 출신이시라니..^^
의외네요. 독거총각~ㅋ

ㅋㅋㅋ 시크한 시골남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초딩 입맛이라 내장요리는 못먹어요

겅호님은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100% 한국사람인 저도 내장요리는 어려운데..^^;;;

깡소주를 드실 수 있는 분이셨군요.ㅇㅁㅇ!!
놀랍습니다!!

고것이 젊을 때나 가능했고, 요즘은 깡소주는 커녕 소주도 못 마시겠어요ㅜㅠ^^

그래서 저희 큰아이는 은행, 옥수수, 볶은콩, 다시마 이런거 좋아합니다. 어릴때 할머니가 많이 봐주셨거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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