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 불가
요새 무언가 생각할 여유나 글쓸 에너지는 전혀 없는데 아침에 불현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이 일로 인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심층적 원인은 사실 누군가가 불친절하기 때문이거나 귀찮다거나 일이 많아 숨쉴틈 없니 일하고도 성과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난 예전부터 위임을 잘 못했다. 항상 근속년수를 얼마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두었기애 늘 신입이었고 직책을 맡는 것도 무지 싫어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업무 분담을 주고 관리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사회 초년생 시절 어쩌다가 프린랜서 분의 일관련 연락 담당을 맡은 적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사수님은 내게 진지하게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일을 시키고 관리하는 법을 꼭 배워야 한다고 엄하게 말씀하셔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 후 사수님과 친해지고 그런 업무에 약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으니 화들짝 놀라면서 자신은 그런 일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을이 상대방이 고객님인데 실상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저쪽에서 서류를 준비하고 사진을 잘 찍어서 보내야하도 내쪽에선 재료를 지니고 실수없이 작성하는 게 주업무이다. 처음엔 내 쪽에서 실수없이 작성하는 일에 비중이 훨씬 컸지만 시간이 지나 능숙해지니 내쪽에서 실수할 일은 크게 없고 상대방의 이해와 협조에 일이 달려있다.
예전 팀플할 때도 그렇고 보통 그냥 내가 답답하거나 말하디 어려워서 다 해버리는 게 마음 편하고 일의 진행도 훨씬 빠르다. 그게 가끔은 정말 좋지 못하고 상대방이 일을 배울 기회를 빼앗는 거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늘 신경쓰고 있지만... 약간 부탁하거나 부담을 주는 느낌이 들어 정당한 요구를 죄진 사람처럼 하게 되고 그게 싫다.
그리고 심층 바닥 내면에는 일과 관련되어 대부분의 타인에게 기대치가 없다. 불성실하고 귀찮아 할 것이며 내가 원하는 만큼 때라오지 못할 거라는 전제가 늘 깔려있다. 이렇게 오만할 수가. 전혀 완벽하지 못할 뿐더러 언제나 실수하는 주제에 ㅋㅋㅋㅋ 적어도 나는 고생하거나 시정할 각오가 언제나 되어있지만 상대방은 그냥 편안하고 귀찮지 않은 방편으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일이 잘못되면 남탓할 게 분명하다는 무의식적 편견이 깔려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팀플에 가까운데 난 일을 맡기는 상대방을 전혀 믿지 못해서 보완해야하는 일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러다 가끔 정말 상냥하고 서류가 완벽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빠르게 대응해주는 능력자들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행복할 수가 없다.
사적으로 사람들에겐 기대가 있지만 일 관련해서는 기대치가 바닥이고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 무언가를 마음 편히 맡긴다는 건 내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을 잘 알아서 A부터 Z까지 혼자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어렸을 적부터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그렇게 되는 건가, 때론 상대방을 완전히 믿고 도움도 받고 도움 요청도 하고 협업도 해야하며 부탁도 하고 일도 분배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마 이 업무는 그런 연습일 것이다. 상대방에게 상대방의 역할을 맡기는 연습 맡기는데 죄책감은 없어야하먀 의심도 없고 그저 차분하게 대처 대응하며 심장이 너무 뛰지 않으면 좋겠다.
약간의 희망은 이 일을 하기 전까진 배달 전화 같은 걸 하는 걸 꺼려했는데(왕소심) 전화는 그냥 막할 수 있게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러니 배우는 게 있을 거야
오늘 본의아니게 야근까지했다! 너무 수고했다 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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