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빳사나명상수행일지] 7일 차 - 오 나의 삶!

삶! 이제 네게 전부 맡길게



본 글은 진안에 위치한 '담마코리아 명상 센터'에서 위빳사나 10일 명상코스를 체험한 후 적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수행일지입니다. 담마 혹은 위빳사나 명상과는 다른 필자 개인의 의견이 첨부되어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위빳사나 명상을 앞두신 분께는 이 글을 통해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명상이 끝날 때까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고 드립니다. 위빳사나 명상가분의 피드백과 체험 공유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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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끝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괜히 아쉬웠다. 이렇게 온전히 대부분의 시간 나를 지켜보고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고 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음을 알기에. 소중하고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명상을 하다 보면 매번 집중해서 아딧타나를 잘 해낼 수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어제는 잘 되던 명상이 오늘은 아무 이유 없이도 집중이 되지 않기도 하고 다른 곳에 신경을 빼앗기기도 한다. 명상이 힘들면 먼저 방으로 돌아가서 쉬거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낙담하지 않는다. 딴짓을 하거나 정신이 팔려 있다는 걸 알면 그저 다시 호흡으로 되돌아간다. 이제 나는 바보짓을 하거나 다시 실수한다 해도 낙담하지 않아. 낙담하지 않고 고엔카 선생님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patiently, gently, persistently’ 차분히 다시 시도해야지.




감각을 관찰하는 이유는 감각의 무상함을 지혜로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감각은 생겨나고 사라지고 다시 또 생겨난다. 오른쪽 종아리, 오른쪽 엉덩이, 왼쪽 엉덩이, 이번엔 고관절, 그다음엔 등, 그다음엔 어깨, 그다음엔 목, 강하게 느껴지는 통증은 이사를 다니는 듯이 옮겨 다닌다. 영원하지 않다. 항상 같은 감각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강도도 종류도 미세하게 다르다. 영원한 감각은 없다. 그러니 아프다고 반응할 필요 없이 지켜보고 또 지켜본다. 잘 되지 않으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 나를 바로잡으며.




명상이 주는 평온함과 깨달음이 너무 좋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 조금 무서워질 때가 있다. 다시 돌아가 일상에서 이 정도의 차분함과 평화를 누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분명 그곳엔 자극과 사건이 가득하고 지금 여기처럼 조용히 명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텐데. 더 나아가고 싶은데 아마 이곳에 있을 때만큼 수행에 정진할 수는 없겠지. 아마도 아쉬움은 그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하루 명상을 하고 법문을 듣고 나서는 명랑한 마음으로 생각한다. 기꺼이 다시 삶으로 돌아가자고. 삶은 계속될 거니까! 이 삶이 지금 여기 ‘위빳사나 명상’으로 이끌었고, 그다음 미지의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분명 그건 나를 위한 나를 기쁘게 하고 성장하게 만들 걸 아니까. 그래 나의 종교는 ‘삶’이다. 내가 진정 믿는 건 ‘삶’이다.




오래도록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방황하고 헤맸다. 아직 위빳사나를 만나기 전이었지만 내 무의식 속 한구석에는 언제나 삶이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 친구의 고민에 이런 답을 한 적 있다.

‘내 생각엔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야. 다른 목적이나 의미는 없어. 아니 없다기보다는 찾거나 만들어야 해. 그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나의 경우엔 부여해야만 해. 그렇지만 똑같은 일을 하며 똑같이 살더라도 기꺼이 살아야 해. 그게 내가 찾은 사는 목적이야. 이 삶을 온전히 사는 것. 무언가를 위해서가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삶을 사는 목적이야!’



아… 나는 나를 알게 된 순간부터 쿠바에 다녀오고 내면의 목소리에 따르기 시작한 이후부터 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의 지침이나 원칙, 종교가 있다면 그건 오로지 나의 삶이라는 걸. 나는 그것을 종종 운명이라 부르기도 했다. 내가 계획하고 알고 있는 것보다 삶은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자석처럼 우연히 어떻게든 내가 결과도 의도도 알 수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삶은 내가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해 주었고, 이성이나 합리적으로 선택할 리 없는 이상하거나 좋지 않아 보이는 일을 겪게 해 주었다. 처음엔 나쁘거나 안 좋은 일처럼 보이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꼭 필요한 일로 변주되곤 했다. 핵심 본질에 가닿아 나의 신념을 만들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일일 경우가 많았다. 내가 좋아하거나 필요한지도 몰랐던 일을 내게 가져왔고, 그것이 내게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 일도 많았다.




삶! 이제 네게 전부 맡길게. 널 의심하지 않을 게. 내 삶을 사랑하고 삶을 전부 기꺼이 살게. 왜냐고 따져 묻지 않을 게. 시간이 지나면 선명하게 드러날 거고 나는 알게 될 거야. 전적으로 너를 믿어. 나를 나의 삶으로 이끌고 들어가 줘. 나는 두 눈 커다랗게 크고 깨어 있는 상태로 이 삶을 다 누릴 거야. 때로는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어지럽겠지만 그럼에도 낙담하지 않고 말이야. 나는 너를 믿으니까. 난 이번 생의 삶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내게 위빳사나를 선물해줘서 그래서 널 이렇게 만나게 해 줘서 너무나 고마워.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수행한 뒤 기꺼이 삶으로 돌아가자. 엉망진창이고 문제 투성이, 혼란이 가득하고 불확실한 삶으로 말이야.



2022년 5월 18일 수요일, by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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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세요^^
믿고 맡긴다는 게 참 어렵던데...

삶에게 꽤 반항도 해보았는데 제 경우엔 걍 맡기는 게 편안하더라고요. ^_^ㅋ

엉망진창이고 문제 투성이, 혼란이 가득하고 불확실한 삶으로 말이야.

완벽함에 대한 걸 내려놓으신것같아 대단하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ㅎㅎ
스텔라님이 지금 시리즈로 쓰고 있는 이 글도 그 자체로 빛나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어릴 땐 꽤나 완벽주의를 자신도 몰래 지향해서 꽤나 스트레스 받았네요.
불완전에서 완전함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그게 항상 되는 건 아니지만요.
위빳사나 시리즈는 제 안에 가장 아름답고 평온한 무언가가 담기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고마워요. 카모님 >_<!

훌륭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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