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작가들과 출판업계

in Korea • 한국 • KR • KO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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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가 부도났다. 어음 1억 6천을 못 막아서 그리 되었다고 한다. 16억도 아니고 1.6억이다.

제조업 종사자의 눈으로 출판계를 바라볼 때 이래저래 의아한 점이 많다. 최근 인세누락 등으로 이슈가 되었던 장강명 작가와 출판협회의 갈등 같은 경우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직도 자기 제품이 어디에 몇 개 팔렸는지 전자집계가 안 된다니...)

흔히들 출판계는 보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상은 보수적인 게 아니라 후진적인 거다.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21세기 첨단 상품(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 웹소설, 웹툰 등)과 경쟁하니 사업이 잘 될리가 있나?

어려운 얘기지만, 내 생각에는 기성작가들의 인식도 출판사 못지않게 후진적이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도서정가제를 대다수 작가들이 지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 도서정가제의 모순을 지적하면 작가들은 답한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고.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동네 서점, 작은 서점은 사라질 거라고.

책이 상품이 아니라면, 작가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가? 자선사업하는 사람들인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동네에 서점이 없어서인가? 반디앤루니스는 왜 부도가 났는가? 애초에 신선식품과 의류마저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시대인데, 오프라인 서점만은 국가보조금을 줘서라도 존속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나?

도서정가제는 오히려 개성있는 신인작가들, 독특한 글을 쓰는 작가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에 가깝다. 할인판매가 금지되어있으니 출판사는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되고, 그러므로 검증된(?) 기성작가들의 책만 내게 된다.
도서정가제는 책을 사랑하는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법이 아니라, 전업으로 책을 쓰는 사람을 위한 법이다.

이제 작가지망생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은 공모전 뿐인데, 공모전이라는 게 심사위원 주관의 영역인지라 결국엔 친목 카르텔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자기들끼리 심사위원 보고, 서로서로 앤솔로지 내고, 강의 수강해주고... 그렇게 출판이라는 분야는 서서히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생태계가 훼손되었으니 몰락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내가 출판계에 몸담은 사람도 아니고 그쪽에 대해 입을 털 만큼 식견이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반대 의견도 많을 것이고, 그분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은 그냥 내가 지난 수년간 지켜보며 느낀바를 끄적인 것이라고 해두자.

나는 항상 작가들은 멋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왔다. 나도 멋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이젠 이 모든 게 다 소꿉장난 같다.

한마디로 멋이 없다.

그래서 나는 허황된 작가놀음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작가모임이라는 것도 나가지 않고, 무슨무슨 행사 같은 것도 나가지 않는다. 그저 작가들 중에 인간적으로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교류할 뿐이다.

나는 예술을 하고 싶다. 예술이란 모든 창작활동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삶의 도구로써가 아닌, 태도로써의 예술. 나는 계속 창작을 할 것이고, 그 결과물에 대한 최소한의 증명으로써 출판도 계속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작가입네 기웃거리거나 내세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멋대가리 없는 일이고, 내가 꿈꿔온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내 친구가 쓴 글이다. 참고로 내 친구는 교보문고 맨 앞 가판대를 자기 책만으로 빽빽하게 장식한 적도 있고 영화사에 자기 책 판권도 팔아본 적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본인을 제조업 종사자라고 소개한 것은, 제조업 회사 직원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써 그걸 해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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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대단한 분을 친구로 두고 계시네요.
저도 정말 잘 아는 사람이 출판 쪽에 계셔서 그쪽 상황을 좀 아는데...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책은 아나로그 감성 때문에라도 여기서 더 쪼그라들지는 않을 듯 한데... 하지만 동네서점은... 일본처럼 아주 특수한 분야만 취급하는 서점들로 변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아주 친한 친구가 또 서점도 하고 있네요 ㅠㅠ

 5 years ago 

ㅎㅎㅎ 사실 텍스트는 앞으로도 읽힐 수 밖에 없는데... 마치 LP나 CD처럼 작은 부분에 그치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가다가는.. 웹소설 시장이 얼마나 활황인지를 보면 참으로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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