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2 years ago

도통 입맛이 없다고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하는 사람
어스름이 내리는 거리로 눈길을 던진다

어스름은 연못처럼 깊어지고
깊은 물속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집안은 수묵화로 그려지고 있다

쨍그랑!
적막이 산산조각이 나고
앵두알처럼 핏방울을 떨구며 비명소리가 뛰어나간다

하얗게 싸맨 손이 지시하는대로 출렁거린다
수묵화에서 동영상으로 변한다

회색(灰色)이 회색(回色)이 되는 순간/ 이규원

콩닥콩닥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감정이 아니야
시들어 가는 모든 것에도 안간힘은 있어서
끝을 떠올리는 건 회색에 대한 태도가 아니야

어둠이란 성분이 조금 더 많았을 뿐
난 그동안 농도 조절에 실패했을 뿐이야

물론 회색은 언제나 침울했어
아주 묘한 몸짓으로 가시거리를 지웠지

희지도 검지도 않은 상태로 외로움을 부추기며
색의 목적에 대해 집착하게 만들었어

회색은 답답한 콘크리트를 계속 떠올리게 했지만
난 미명을 품고 있었어

파르스름한 빛이 사락사락 스며들 때
난 온몸을 맡길 거야

무방비상태일 때만 다가올 수 있는 회색(回色)을 품을 거야

물론 해뜨기 전에 춥겠지
그래서 회색을 뛰어넘기 어렵겠지

그런데 그거 아니
내 마음속에 이미 회색(回色)이 움트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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