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비명
바람이 분다.
제일 먼저 잎이 나부낀다.
꽃잎이 찢기기라도 할까 잎이 나서서 감싸주고 싶지만
바람은 손바닥을 펴는 잎을 후려쳐
꽃잎은 눈도 뜨지 못하고 낱낱이 흔들리며 정신조차 수습할 수 없는데
줄기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꽃잎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꽃잎에 매달려 휘날린다.
햇볕 한 모금도 먹어보지 못한 뿌리만
컴컴한 땅속에서 발 끝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서서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파고들어 굳은 땅에 발톱을 꽂는다.
듣고 보니
봄내 불어대는
바람은 땅의 비명이었다.
땅의 비명...
멋진 표현입니다.
요즘 바람이 하도 수상쩍하다보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