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2 years ago

일어나면 핸드폰이 알려주는
오늘의 날씨를 따라
입고 나갈 옷을 챙긴다

시오리길을 멀다 않으신 어머니 무릎도
며칠 전부터 날이 궂을 거라고 알렸고
저물녘 땅강아지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비가 오겠구나 하셨다

더 오래전 정월 대보름날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면
올 해는 물이 많을지 적을지
미리 아셨다

핸드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대에게는
어느 행성의 풍속도처럼 보인다

일기예보/ 이화은

보도블럭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 온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 모두 비라고 읽는다

한 획만으로도 충분히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내일은 꿈틀꿈틀 비 오시는 날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 긴 연애편지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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