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상 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한울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한울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울타리 넘의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 밤 자정이 넘어 나리든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깜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래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든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어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데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로를 걷는다. 아마도 봄신령이 접혔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라고 예쁘게 읇고는
바로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하시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