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노래

in zzan3 years ago

봄에2.jpg

<봄날엔>

--- 용 혜 원---

봄날엔
세상에
온통 사랑의 열기가 가득하다
저마다 자랑하듯
저마다 뽐내듯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나도,
사랑을 하지 아니하고는 못 견디겠다

삼회리6.jpg

<벚꽃>

---안 재 동---

천지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봄에3.jpg

<이른 봄의 시>

---천 양 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 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에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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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에도 누군가 주신 용혜원 님 시집이 몇권있어 자주 읽었습니다.
아주 인간미 넘치는 목사님이다 ...했었는데... ^^

90여권에 담은 그의 시는 별 고민 없이 읽혀지는 맛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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