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내리는 비
<목련>
---안 해 원---
날개 있는 새들이라 모두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날 수 없다 하여 새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는 둥지도 없이 냉해의 가지에 산란하고
흔한 낙엽이나 지푸라기 하나 덮지 않고 부화한다
깨어난 순간부터 하얀 날개를 가지런히 펼치고서
깃털 사이에 양풍을 품고 노란 부리로 다듬어가며
차갑게 식었던 달빛을 토렴하여 햇빛으로 내어놓는다
얼마나 그 영혼이 뜨거운가
사심을 숨기거나 잡념을 곁들이지도 않고
구차하게 먹이를 탐하지도 않는 짧은 생의 기품
날개를 펼쳐 푸른 하늘을 한 번도 날아 보지 못한다 한들
어느 길거리, 널브러져 주검빛으로 스러져 간들
옷섶 사이로 비치는 무명처럼 홀홀한 날빛을
창류의 화려함에 비할쏜가
어찌 정절이 되려는가 차라리 목놓아 울라. 새여
백 년을 살아도 순결한 뜻조차 품지 못할 내가
쉬이 꺾어 버리도록 사랑에 목숨을 걸라. 목련
이 질긴 생애가 이프지 않도록
<봄에 내리는 비>
---김 이 겸---
겨우내
잔뜩 옴추렸던 대지에
비가 내린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
새로운 봄을 잉태하며
인내하던 생물들의
단잠을 깨우는
비가 내린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온 대지가 한껏 기지개를 키며
연둣빛 새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한다.
아마도 지금 내리는 이비는
세찬 바람 몰아치던
차가운 계절을 견뎌내며
겨울 뒤에 자리하고 있던 계절이
봄이란 이름으로
찾아오면서 흘리는 땀방울이 아닐까.
아름다운 시들입니다.
함께 작품 활동을 하던 분들인데, 지금도
시를 쓰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