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알

in zzan3 years ago

오늘은 함께 동인지를 엮으며
창작과 더불어 삶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의 시 4편을 소개합니다.

정재황3.jpg

<봄비>

---정 재 황---

툭툭 던지는 말들은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겨우내 의미 없는 날들은 시련이었다
가끔은 하얀 마술 놀이로 시름을 잊기도 했지만
다정한 숨결도 가시처럼 느겨만 질뿐이다
지치고 지친 영혼은 신음하고 해수병 환자처럼
만성이 되어갔다

봄이 다시 올까?
기다림은 시련으로 늘 옆에 있었고
바람개비는 찬바람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돌아갔다

기다리네
기다리네
봄비를 기다리네
안타까움 잠시 잊고
잠든 사이 꿈결처럼 찾아와서
촉촉하게 내려주오

그대를 기다리네......

정재황2.jpg

<난 꽃인가 봅니다>

---정 재 황---

난 꽃인가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씨 착한 꽃인가 봅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외 그러냐고 묻는다면 난 이리 대답 할랍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랍니다
가장 극성스러운 꽃샘추위가 시위하는 날
그래서 그런지 한데서는 서있기가 민망하게
흙먼지가 난리를 피우고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가
엄동설한의 그것보다 더욱 매섭게 할퀴며 도망치는 날

온종일 지켜 냈습니다.
꿋꿋하게 지켜 냈습니다
고운 소식 늦어질라 마음 졸이며
감기라도 걸리면 분홍빛 퇴색한 흉물될라
고운 마음 간직한 착한 모습으로 지켜 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해 저물어 집으로 들어서니
꽃샘추위가 극성이라는 소식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바들바들 떨며 서성거린 나는 없고
꽁꽁 얼어붙은 것은 꽃이었나 봅니다

난 오늘 꽃이었나 봅니다.

정재황5.jpg

<첫사랑>

---정 재 황---

초록으로 매달려
파르르 떨며 말한다

그리움으로
그리움인지 알아
흘러간 사랑이라 했는데

아니야
아니야
사랑은 사랑은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야

오 백 이십 년 된 창의리 느티나무는 수줍게 웃었다.

정재황4.jpg

<마음의 알>

---정 재 황---

발 없이 천리를 갔다
배앓이 없이 많은 자식을 낳았다

새도 쥐도 알아듣는다는
그래서 늘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말씀
뱉어 놓으면 담을 수 없는 그것

마음먹고 노력하면 모 이룰 것 없다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던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위력
"말 입니다."

마음속에서 잘 부화시켜야 되는 소중함
생명 가진 모든 것의 우선이 되는 씨앗
마음의 알이랍니다

오랜만에 내 가슴은 따뜻한가 손을 넣어 봅니다.

정재황1.jpg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6
JST 0.032
BTC 59263.92
ETH 2580.97
USDT 1.00
SBD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