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영성] 감성과 체성의 창발(Emergence)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 의학 건강11 months ago (edited)


Jas de Buffan, The Pool c. 1876

개성있는 조향사는 어떤 향수를 만들때 배합되는 향기분자들을 시각적으로 상상하거나 글을 쓰듯 묘사한다고 한다. 시각에서 일어나는 감성은 직접 보는 주관에서 시작되지만 후각은 향기분자가 몸에 접촉되면서 일어난다. 시각보다는 다소 수동적이고 즉각적이다. 하지만 감성이 일어나는 기제는 어느 비평가가 세잔느 그림에 대해 설명한 것과 유사하다. 새로운 합성물질이 생겨나는 과학 실험의 화학 반응과 다르게 향기 분자들이 코를 통해 몸으로 들어오면서 일으키는 작용이 인간의 몸과 정신에 새로운 감성을 일으킨다. 물론 몸도 화학적 조성의 구성물이긴 하지만 이를 감성과 체성의 창발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향수는 인간 감성의 각성에 주로 초점을 두어 발전했지만 향기요법은 여기에 더해 그 분자들이 몸속 세포들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에 새로운 스위치를 켜서 잠재워졌던 혹은 부조화스러웠던 생리 불균형을 회복하는 단계까지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세포와 향기 분자들의 대화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스며든다는 측면에서 향기요법은 피부에 바르는 접촉의 운용도 있다. 어쨌든 아래 그림처럼 실재(건강함)에 도달하기 위한 향기분자 도우미라고 불러도 되겠다.

에밀 베르나르가 뽈 세잔느의 수채화 기법을 묘사하며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피력한 적이 있다. "세잔느의 방식은 독창적이다. 관례적인 방법과 과도한 복잡함을 완전히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렴풋한 형체를 먼저 그린 후 좀더 과감한 색채로 덧칠하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색채가 장면을 물들이며 대상의 형태가 나타날 때 까지 덧그린다." 만일 여러분이 세잔느의 수채화를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다면 색채가 전체를 덮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늘어서 있는 경우가 더 많음을 발견할 것이다. 세잔느 작품에서는 색채들이 서로에게 말을 걸며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나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향수를 구상한다. 예전에는 비율에 대한 생각에 강하게 붙들려 있었지만 이제는 비율에 대한 집착따위는 떨쳐 내고 오로지 원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향수를 이루는 것은 바로 원료들이며 이들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깊은 '울림'을 내면서 퍼져 나간다. 조화를 추구하다보면 어느새 비율도 저절로 결정된다.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


Bastide du Jas de Bouffan - Aix-en-Provence, ville de Cezanne


향기영성


향기의 개성 | 감성과 체성의 창발(Emer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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