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노익장의 신인상
예전에 쓴 적 있지만 외삼촌은 책을 세 권 정도 낸 수필가이다. 얼마 전 엄마가 외삼촌집에 다녀왔다가 책을 한 권 가져왔다.
"외삼촌 글이 실렸다고 받아왔어."
한국 수필 11월호 표지에 적힌 신인상 당선작 이름에 외삼촌의 이름이 실려있었다.
수필은 내면의 진솔한 노래를 받아 적으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다. 이번 달에는 가을 서정답게 삶을 반추하며 곱씹는 어조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그런 면에서 노익장 김붕래 선생의 수필 두 편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심사평 中
외삼촌은 수상소감에 이 나이에 신인상은 무슨 부끄럽다고 하면서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 노익장의 신인상. 어쩐지 뭉클해지는 말이다. 노벨문학상을 받겠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꿨던 초등학교를 지나고나서 '글'에 대한 나의 입장은 늘 한결 같았다. 어떤 식으로든 죽을 때 까지 쓰자.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글을 평생 가져가자. 통상적인 인생의 반 정도를 지났다고 생각하면 내가 글을 써야하는 시간은 반이나 더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이 쉽지 지금도 글이 안써져서 빌빌거리기 일쑤인데 하물며 팔십 가까운 나이에도 지속해 쓰는 글의 무게를 나는 가늠할 수도 없다. 지난 번 외삼촌과 대화했을 때 자신은 이미 가슴이 메말려버렸다고 나의 화려한 꿈을 기대한다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당신께서 화려한 꿈을 펼치신 것에 진심으로 기뻤다. 그의 펜은 여전히 날카롭고 그 안에 깃든 마음은 뭉클하고 따듯했다.
스물세 살 때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라는 미당 선생의 <자화상>을 읽으면서 저는 사십 대 불혹이, 오십 대의 지천명의 안정이 참 부러웠습니다. 삭이지 못했던 젊음의 소용돌이ㅡ"병든 수캐"처럼 헐떡이어야 하는 그 청춘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나이가 빨리 되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늙어버린 저는 파우스트 노인의 절망을 곱씹으면서 모든 것이 내 것 같았던 그 젊은 날, 그 봄날의 생명력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게 되었으니 인생이란 게 참으로 아이러니컬합니다.
날이 저물어서 노을이 오히려 아름답고 한 해가 장차 다해서 귤 향기 더욱 그윽한 법이라고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해가 다 저무는 동지 섣달, 저물녘에, 그리고 이 세상의 다반사인 죽음을 눈앞에 둔 이 나에게, 제 노래 한 소절이 '그윽한 귤 향기'를 낼 수 있다면 저 또한 저물어가는 저 해를 사랑할만한 자격이 있었겠니ㅡ가슴속 착한 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나의 노래 中
지금이어서, 지금이라서 쓸 수 있는 외삼촌의 뭉클한 노래를 곱씹으며, 지금 아니면 쓰지 못하는 글을 더는 놓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든 가까운 나이에 계속 글을 쓰고 도전하는 외삼촌이 정말이지 존경ㅡ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도 잘 쓰지도 않지만 이 것을 대체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으므로ㅡ스러웠다.
노익장의 신인상
한결같은 모습을 동경합니다.
한결같이 글을 쓰시며 뚜벅뚜벅 걸어오신 모습이 정말 감동이에요!!
많이 배워야할 부분이네요.
덕분에 저도 용기를 내봅니다^^
8순 어르신의 신인상 수상 소식에 새삼 이렇게 어영부영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기분으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치열하게 살아야 겠습니다
저도 나태한 제 자신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되었답니다. 저마다의 속도는 다르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것의 힘이 얼마나 센지도요!
터무니 없기는 여든 가까운 나이의 신인상이 더 터무니 없지만. 그 꿈을 이뤄내신 김붕래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합니다! 저도 꼭 그 상을 받으렵니다.
수상소감에서 수필을 사랑하는 분들과 소통이 필요해서 투고하신 글인데 상을 받아 멋쩍어 하시더라고요. 마법사님도 저도 우리 모두 열심히 정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