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여름, 페인트칠1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dited)

일요일에는 가장 손이 가는 페인트칠을 하기로 하고 20세기 소년 펍에 모인 팀 춘자. 페인트칠을 위해 집에서 부터 버릴 옷을 입고 온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옷을 싸와 작업하기 전 갈아입었다. 평소보다 더 꾸미고 왔는데 순식간에 장충동에서 가장 후줄근한 사람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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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여름 멤버 중에 아무도 페인트 칠을 해본 사람이 없다.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우리의 손길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마스킹 테이프를 꼼꼼히 4면과 콘센트 등을 바르고 벽에 색이 더 찰떡같이 먹게 하기 위해 젯소를 칠했다. 모서리부터 시작하여 점차 넓은 면을 칠했다. 쓱싹 쓱싹 롤러질은 재미날 것 같았지만 너무 좁은 트레이라 롤러에 젯소를 고르게 바를 수 없어 손바닥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을 주어야만 했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벽면을 5명이 달라 붙어 사전작업을 하는데 2시간 정도는 걸린 듯 하다. 고물님은 젯소를 칠하고 4시간 지나고 페인트를 칠해야만 한다고 했고 페인트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우리는 모두 군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20세기의 여름을 시작하면서 '다큐'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춘자와 했었다. 카페 두레를 접고 다음 해인가 카페 두레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적있다. 이미 카페를 접었고 '카페 두레'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라다크에 있지 않았기에 당연히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섭외가 올 정도로 유니크하고 특별한 존재였던 카페 두레의 메이킹과 일상을 영상으로 찍지 않은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래서 20세기 여름만큼은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그건 멤버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붙어 전담해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 여겨 한켠에 제껴두고 있었다. 그저 매일 카메라를 들고가서 짧게 짧게 부족하나마 기록을 목적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일요일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점심을 먹다가 광희 작가님의 유튜브가 화두에 올라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찍은 영상을 함께 보았다.

"아, 내가 왜 영상을 찍겠다는 생각을 안했지? 오늘부터 영상을 찍어야 겠어요."

각성한 광희 작가님은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부터 우리의 희희덕 거리는 모습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에 자신의 단편 영화 카메라 감독이었던 친구가 올거니 다큐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하자고도 하셨다.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빠박'님이 들어오셨다. 우리는 당연히 다큐를 찍기 위해 작가님이 그를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20세기 소년 펍을 한 번 놀러가겠다 말한 뒤 우연치않게 방문한 날이 어제였던 거다.

"제가 15분 만에 칠할테니 끝내고 술 마시러가요."

인테리어일도 한다는 그는 하염없이 젯소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지금 페인트칠을 해도 되고 술이 먹고 싶으니 빨리 자기가 끝내겠다고 나섰다. 능숙한 몸짓으로 사다리에 걸터앉아 롤러질을 쓱쓱하는 그를 우리는 빙 둘러 구경했다.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라도 바라보듯. 거짓말 안보태고 15분 만에 페인트 칠은 끝이 났다. 오늘의 마법은 다큐의 필요성을 각성하고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날, 사진작가이자 영상작가인 빠박님이 20세기 소년 펍을 찾고 15분 만에 페인트칠을 한 것.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하는 우리에게 그는 '사진 전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그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20세기의 여름은 결국 위대한 항로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우리의 동료를 모으는 적극적인 몸짓이다.

'너, 내 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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