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The Turning Year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필라테스와 더불어 관악산 아침 산책, 간간이 자전거, 자기 전에는 홈트에 스트레칭까지 한다. 계속 걸어 나가기 위한 고군분투이다. 아침에 일어나 단단히 굳은 목과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고철 로봇처럼 덜거덕거린 지 오래, 일 년에 두세 번은 허리를 삐끗하고, 작업량이 많을 때는 지독한 어깨 통증에 시달린다. 지난겨울에는 살이 급격하게 너무 많이 빠졌고, 체력까지 바닥을 치면서 하루를 겨우 버텨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운이 없어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주 허리가 아팠다. 살고자 운동을 시작했다. 내 몸을 처음 마주한 필라테스 강사님은 '회원님의 몸은 거의 종이인간 수준'이라고 했다. 라운드 숄더와 거북목 정도야 당연히 예상했지만, 종이인간이라니... 참담한 심정.

필라테스는 과연 어마어마한 운동이었다. 아무리 쉬운 동작도 기본적인 체력과 근력이 뒷받침해주어야 가능한데, 그야말로 한줄기 근육도 갖지 못한 나풀거리는 종이인간의 몸으로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게다가 대체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내 몸은 힘을 주어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분간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움직이기 일쑤였다. 초반에 가장 자주 들은 지적은 '어깨에 힘 빼세요'였는데, 어깨를 사용하는 동작이 아닌데도 왜 자꾸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더 적극적으로 필라테스에 임하기 위해 스스로 기초 체력과 근력을 키우기로 하고, 다소 파격적으로 운동량을 늘렸다. 새벽 다섯 시는 되어야 잠들곤 했던 내가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의지의 발현이다. 여전히 너무 힘들지만, 등산 메이트인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늘 벌떡 일어난다. 아침 공기와 햇살과 나무와 풀과 꽃은 예외 없이 황홀한 만족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새롭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몸으로 해내는 일의 기쁨.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도 버거웠지만, 3개월 차가 되고 이제는 거의 매일 몸을 움직이고 있다. 운동복 개수가 늘어난 덕분에 추가로 몸을 더 움직여야 한다. 운동복을 오래 입으려면 손세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아도 세탁기에 던져버리는 일 없이 그것마저 해내는 중이다. 좀 더 더워지면 수영을 시작하려고 새 수영복도 샀다.

그러고 보면 몸은 내게 거짓말 한 적이 없다. 내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에도 소홀한 적 없다. 그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못 들은 척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오로지 정신력에 의지해 스스로를 끝까지 밀어붙일 때마다 고생했던 몸에게 사과한다. 몸은 언제나 그런 나를 이해해주리라 마냥 믿었던 것도 반성한다. 내 안의 무엇도 내 안의 다른 무엇을 착취하지 않도록,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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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years ago 

종이인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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