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 사라진 것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그것들은 버려졌다. 그것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우리들이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가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그 공간에 속속 도착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누군가의 손에는 그것들과 함께 늘 술병이 들려 있었다. 그것들의 도착을 축하해주길 바라는 듯.



그것들은 공간 입구에 자리하고서는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맞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우리가 이들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길을 먼저 걸었답니다. 그것들은 모두 독립하려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은 어디서 만나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선별하고 이곳에 초청한 누군가에게는 꽤나 고심하며 한땀 한땀 모아들인 것임을 그것들이 늘어선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날 것의 것들.



그것들에 눈길을 주는 이들이 가끔 있었다. 나도 그중 몇 개를 집어 들고는 빠져들기도 했다. 그건 노동에 지친 작자作者의 마음에 근심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것들이었다. 독립하는 것들. 버텨내는 것들. 자신만의 것을 가진 것들.



그것들이 버려졌다. 그 사실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소중한 것이면 잘 간수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가면 뒤의 두려운 얼굴이 말하는 그 말은 진심이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소중한 것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 공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소중한 것을 간수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스팀시티는 어떤 이들에게 소중할까? 그것을 간수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있기는 한 걸까?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공간 입구에 놓인 그럴싸한 장식이었는지 모르는 그것들은 계속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는 이정표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지구 반대편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고 누구라도 그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중한 것은 잘 버려진다. 버려진 뒤에야 소중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찾을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그런 일을 반복한다. 그런 게 삶이라면 받아들이겠다. 여긴 지옥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그것들은 누군가의 하루 품삯이 되어, 버려지는 것들과 함께 물질의 원초적 형태로 돌아가 버렸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누군가의 하루 품삯으로 마지막 가는 길의 공덕을 쌓았으니 다음 생에는 천국에 태어나리라. 아니다 이미 그 공간의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했으니 그것으로도 다음 생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는 태어나지 말기를.




계속해서
깊은 곳에
내려가면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건 분명
신이겠지요.

신은
말했어요.
이 세계엔 이미
진절머리가
난다고요.

그러니 머지않아
모두 사라져버릴
거예요.

그건...
세계의
끝인가?

끝이
아니에요.
그건
영원한
걸요.

_ 그것의 말



간수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뒤에는 간수할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런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관계라고 하니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이겠다. 쥐었다 사라졌다. 생겨났다 없어졌다. 그러면 우리는 찰나를 소중히 여기겠지. 언제 쥐어질지 모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그러면 나는 후회가 없다. 소중히 여겼고 사라졌으니.



그것들을 지켜냈어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누군가는 그것들의 조각을 모으고 있다. 그것들은 사라진 그것들과는 이름만 같을 뿐 새로운 무엇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간수하는 동작의 연속을 이어가고 싶은 듯하다. 간수하는 동작을 멈추지 않는 일. 그것은 습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익히지 않으면 소중한 순간에 간수하는 동작을 할 수가 없으니까. 우주의 흐름에 따라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서는 소중한 것을 간수할 수 없다. 사랑은 운명을 넘어서는 것이니까.



이제
울음을
그치렴.

너에게
이걸 주마.

단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상자란다.

이 상자의
뚜껑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는
네 자유다.

단,
설령 세상이
아무리
헛되다고
해도
강한
의지를
가지렴.

네 인생의
앞길은
네가
결정하면
된단다.

_ 그것의 이어지던 말





버려진 것들,
사라진 것들에게

안녕히.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32. 공기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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