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사생결단과 결기의 파노라마 (렌고쿠상의 죽음을 기리며)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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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피곤하다고. 그러나 정작 피곤한 인생을 사는 건 모두 마찬가지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라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며 삶의 최전선에서 매일 같이 고군분투를 하면서도, 정작 사생결단과 결기로 살아가는 것은 살아있는 모두인데 마치 자신들은 아닌 척 서로를 말린다.



삶이 어디 우리를 가만두던가, 지옥 같은 현실은 만화 속 혈귀들보다 더 지독하다. 그들은 최소한 선수를 선수로 대접할 줄 알며 치열한 승부를 벌이면서도 예의를 갖추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들, 가짜들과 싸우는 우리들의 인생은 얼마나 피곤한가. 그 가면들과 싸우는 우리는, 그들 사이에서도 진심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우리는, 영화 속 귀살대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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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 작품은 시리즈 내내 사생결단과 결기가 넘치는지 보고 있는 사람이 지칠 정도다. 주인공들이야 작중 죽음을 목도하는 혈투 속에 있으니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없지만, 왜 우리는 전쟁 같은 아니 삶의 전쟁을 살면서도 사생결단하지 않는 걸까?



아니다, 다들 사생결단을 하고 산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생결단을 하고, 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고 영혼까지 끌어다 목숨을 건 투기를 벌이며, 학교에서는 한 등수를 더 제치려고 친구를 따돌리고 왕따를 시키고, 직장에서는 처자식의 목숨이 달렸다며 치열한 줄타기 전쟁에서 모든 자존심을 내건 혈투를 벌인다. 그러고도 피곤하다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너 혼자 잘먹고 잘살라고?



시리즈 전편을 보는 내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 이 작품은 결국 극장판에 가서는 마법사를 오열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너무도 마법사의 인생과 닿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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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혈귀는 사람들을 잠들게 한다. 행복한 꿈을 꾸게 하고 그것을 미끼로 사람의 무의식에 접근한다. 그리고 정신의 핵을 파괴해 버림으로써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없는 인간, 마음을 잃어버린 혈귀를 만드는 것이다.



"죽은 사람들의 통한을 풀어주기 위해, 더 이상 피해를 내놓지 않기 위해... 당연히 가차 없이 혈귀의 목에 칼을 휘두를 겁니다. 하지만 혈귀라는 정체성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이를 짓밟진 않을 거예요. 혈귀는 원래 인간이었으니까. 나랑 똑같은 인간이었으니까. 그 발을 치워 주세요. 추한 괴물 따위가 아니에요. 혈귀는 허망한 생물, 슬픈 생물이에요." _ 카마도 탄지로



영화 속 혈귀들은 차라리 진정성이 넘친다. 오히려 그들은 동정이 가는 사연 속 주인공들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 속 혈귀들은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하기만 한 지. 마음이 없는 좀비, 영혼이 없는 혈귀는 스크린 속에서보다 현실 속에서 더 지독하다.



"하지만, 그래도, 선택받은 자가 아니어도, 힘이 부족해도, 사람에겐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때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갖지 못한 자가 이 세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조리하게 목숨을 빼앗고, 반성도 하지 않으며 후회하는 법도 없는, 그 횡포를 저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_ 카마도 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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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무엇으로 그들과 싸울까? 그렇게 흐리멍텅한 태도를 가지고서는 혈귀들도 받아주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폭포수처럼 시세를 무너뜨릴 만큼 치밀하고 대담한 그들이, 시시껄렁한 눈치싸움과 그럴듯한 자기변명으로만 일관하는 인간들을 봐주기나 할 것 같은가? 스크린 속 그것보다 현실의 전쟁은 더 치열하고 잔인하다. 여기에는 진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 목숨을 건 '쩐의 전쟁'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 보이는 가짜 꿈에서 깨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죽는 거다. 그 가짜를 버리고 진짜 현실로 나아오기 위해 그 가짜 현실 속에서 죽는 거다. 매트릭스의 네오도, 데블스 에드버킷의 또 다른 네오도 그랬다. 그리고 인셉션의 그는 자기 대신 사랑하는 아내의 환영을 죽였다. 그렇다. 가짜다. 가짜는 죽여야 한다. 나를 기다리는 진짜 가족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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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가족일 리가 없어



탄지로의 발목을 붙드는 꿈속 가족들은 이렇게 나를 버리고 가면 어떡하냐고 탄지로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그때 탄지로는 깨닫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가족일 리가 없다고. 우리는 혈연이라고, 그것을 진짜 가족이라 여기며 얼마나 많은 혈투를 벌여 왔는가? 그러나 그건 가족인가? 우리는 사랑했는가? 서로? 그것은 서로인가 일방인가 집착인가? 그것에서, 그 가짜 꿈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가짜 환상에 사로잡힌 자기 자신을 죽이고 진짜 현실로 나아오는 수밖에 없다.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어도, 찌르면 피가 나고 목숨을 다하면 죽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진짜 현실로 나아와야 한다.



마법사도 그렇게 자신을 죽이며 한발 한발 꿈속을 걸어 나아 왔다. 발목을 잡아대는 수많은 거짓 음성들이 계속 귀에 대고 이러면 안 된다고,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속삭였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다시 잠들지 않으려고 양 뺨을 철썩철썩 후려갈기며, 세상을 내달리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개 같은 소리를. 그렇게 개같이 짖으며 매일같이 쏟아낸 글들이 7년 만에 책으로 묶여 나오기 전날, 운명은 운명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영혼의 나툼을 만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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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연결된 카마도 탄지로와 마법사 멀린의 무의식. 저기 어디 하나의 마음이 있다.



아이에게 이 시리즈를 추천해 주었는데 극장판까지 보고 와서 아빠에게 꼬옥 보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웬지 오늘은 꼬옥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토바다의 를 올리고 영화관에 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탄지로의 마음과 마법사의 마음이 교토의 바다를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마법사의 7년간의 전쟁이 이것으로 종결되었음을. 몽환夢幻열차가 드디어 멈추었음을.



그것은 아이로부터였기 때문이다. 아빠와 떨어져 있어야 했던 시간 내내 아이도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반 전체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도, 내내 혼자 밥을 먹어야 했음에도, 자신을 굽히지 않은 채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내고 결국 모두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었다. 몽환열차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빠를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우리는 만나지 못했으나 하나였다.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속이는 모든 가면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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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스크린에 모두 담겨 있었다. 스크린 속에서도, 밖에서도, 우리는 모두 거짓 도리와 속임뿐인 가짜 사랑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생결단과 결기로. 그리고 그 전쟁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진짜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간을 함께 견뎌준 모두가.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마법사는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자는, 마치 전원일기에나 나올법한 고리타분한 구호를 외치며 동료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감동적이며 또한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 아닌가? 마음과 마음으로 결합하는 것 말이다. 세상에 그런 마음을 만날 수 없어서, 마치 이제 세상에는 없어진 유물처럼 여기는 그것을, 스크린 속 현실로부터 100년이 지난 21세기에 복원하려 드는 우리는 진정한 귀살대의 검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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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그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목숨을 걸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 따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은 적인 혈귀들조차 그렇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열하고 팽팽한 대결 속에서 가짜와 속임,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 따위는 아예 설 곳이 없다. 그들은 모두 철과 철이 서로를 날카롭게 하듯, 사생결단과 결기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하나가 된다. 마법사는 그것이 부러웠다. 그것은 정말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일까? 현실 속에서는 언제나 독고다이, 각개전투만으로 전쟁에 임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이 부러워 '너는 왜 그런 애들이랑 노니?'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마음을 나눌 동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정말 그런 애들이었다. 하나같이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했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두려움에 지배당한 채 진심을 의심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는 자신처럼 전우를 업신여겼다. 전우戰友를 말이다.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우戰友를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막아서고 있는 전우戰友를 말이다.



그리고 홀로 내동이 처져 7년간 혈귀들과 혈투를 벌이다, 여기, 지금, [스팀시티]에서 그대들을 만난 것이다.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해대는 마법사에게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내어주었다. 마음과 시간과 심지어 돈을 내주었다. 이것은 마법사의 인생에 처음 일어나는 일이다.



"가슴 활짝 펴고 살아라. 자신의 나약함이나 무능함에 아무리 좌절하고 쓰러져도 마음을 불태우며 이를 악물고 앞을 바라봐. 네가 발을 멈추고 웅크리고 앉아도 시간의 흐름은 멈춰주지 않는다. 곁에 붙어서 슬퍼해 주지 않아. 내가 여기서 죽는 것은 신경 쓰지 마라. 모름지기 주라면, 후배의 방패가 되는 게 당연한 거니까. 주라면 누구나 똑같이 했을 거야. 어린 싹은 뽑히게 놔두지 않아." _ 렌고쿠 쿄쥬로



이렇게 말하고 렌고쿠상은 젊은 귀살대원들을 대신해 목숨을 거두었다. 마법사는 늘 한 번뿐인 죽음을 가치 있게, 멋지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건 무얼까? 어떻게 죽는 게 가장 멋지게 죽는 걸까? 예수는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만큼 큰 사랑이 없다고 했는데 그 사랑은 어떤 걸까? 아마도 마법사가 본 모든 작품 중에 가장 멋진 죽음을 보여준 렌고쿠상의 최후는 마법사의 마음에서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을 듯하다. 모름지기 마법사라면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기적의 기사들을 위해 방패가 되는 게 당연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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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7년간 함께 싸워준 아이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마음과 뜻과 정성이 상식이 되는 세상.



"힘내, 사람은 마음이 원동력이니까. 마음은 어디까지고 강해질 수 있어." _ 카마도 탄지로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우리를 미혹하고 자신을 업신여기는 어떤 속삭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맞서려면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것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랑이다. 사랑, 어떻게 사랑이 남녀 간에 서로를 착취하기 위한 계약의 대용어로 쓰이며, 어떻게 사랑이 부모자식간에, 부부와 연인 간의 의무적 굴레의 용어로만 쓰일 수 있는가? 뜻을 같이하는 동료 간에, 마음을 나누는 동지간의 사랑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함께 세상을 정복하며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는 사랑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왜 세상은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이들을 가만둔단 말인가? 그게 어떻게 상식이 되는 세상에까지 이르렀는가?



아는가? 너, 너도 이제 그런 세상에 지쳐버렸다는 걸. 그래서 사생결단과 결기로 버텨내다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들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남을 헐뜯지 못해 안달이 난 혈귀가 되어 버렸다는 걸. 그렇게 죽지 못해 사느니, 그렇게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바엔, 렌고쿠상처럼 그리고 2060년의 마법사처럼 멋지게 죽을 수는 없는가? 단 한 번뿐인 이 기회를 말이다.



그래, 그러자고 우리가 모이지 않았는가? Start in Motion [Stimcity]는 그런 곳이다. 마음과 뜻과 정성으로 서로를 위해 목숨 걸 수 없다면 냉큼 도망가라. 마법사가 이미 검을 빼 들었으니, 네 가슴에 붙은 혈귀들을 찔러 쪼개기 전에, 네가 그렇게 끝까지 보호하려 드는 알량한 삶의 관념들을 꽁꽁 싸매들고 어서 도망쳐라. 살던 대로 살게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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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렌고쿠 쿄쥬로다.
덤벼라!
네 원한 통째로 내가 베어 넘어뜨리마!!"
_ 렌고쿠 쿄쥬로



그리고 나의 이름은
마법사 멀린이다.
그리고 나의 다른 이름이자
나의 첫 책의 제목은
<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이다.
그리고 이 글은
홍보글이다.
아직까지 신청 안 한 인간들은
당장 신청해라!

마법의 글로 너의 악몽을 끊어줄 테니.
その刃で、悪夢を断ち斬れ



*<개새끼소년 Ridiculous boy>의 예약판매



아무리 괴로워진다 해도
앞으로 앞으로
절망을 끊고 나아가

아무리 분하더라도
앞으로 앞으로
절망을 끊고 나아가

상처받고 또 상처받더라도
일어설 수 밖에 없어

아무리 짓밟혀 쓰러지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어
지켜야 할 것이 있어



누구든 죽어가는 나를 발견하거든
부디 나의 장례식장에서 이 곡을 틀어주길



P.S.

  1. 작품 컨셉에 맞게 비장하게
  2. 인생영화 No1. 등극
  3. 백번 볼 예정
  4. 아니다 백번 살아내는 중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14. 귀멸의 칼날


Human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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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ears ago 

너무 비장한거 아닌가요 ㅎㅎ ^^
인생영화 No1이라니 꼭 봐야겠네요.

 5 years ago 

영화가 백만배쯤 더 비장하긴 합니다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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