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 선셋 대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위노나 라이더는 아역으로 시작해서 끊임 없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은 못 했다. 그 상황에 그가 주도적으로 제작한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하며 성공의 길을 걷는다. 자신은 곧 절도 논란이 생기며 그는 긴 침체기를 겪었다. 재기 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에 '블랙 스완'에서 젊은 발레리나 니나에게 자리를 뺏기고 퇴장하는 나이 든 발레리나 베스 역할을 맡는다.
 한 때는 대단했지만 이제는 주인공이 아닌. 정신이 무너진. 나이 든.
 모두 위노나 라이더와 베스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구다. 그 외에도 공통점은 더 있다. 위노나 라이더는 안젤리나 졸리의 성공에 기여했고, 베스는 니나의 성장에 기여한다.
 그 상황의 유사성이 위노나 라이더의 표현력에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작에 무너진, 나이 든, 주인공이 아닌 위노나 라이더는 베스 역을 통해 다시 주목 받는다. 만약 상황의 유사성이 표현력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지라도, 최소한 이야깃거리는 되었다.

 글로리아 스완슨은 무성 영화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 중 하나지만 무성 영화의 시대가 끝나고 긴 세월 동안 배우로서 활동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선셋 대로'를 통해 돌아와서 맡은 배역은 무성 영화 시대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늙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사이 미쳐버린 노마 데스몬드 역이다.
 비록 글로리아 스완슨은 배우로 활동하지 않던 시기에 위노나 라이더처럼 아주 망가져서 지내던 게 아니라 의욕적으로 지냈지만, 그 대비는 인상적이다.

 이상적인 예술은 철저히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로 그려질 때가 많지만, 예술의 가치는 항상 타인의 인정이 만들어낸다. 목표가 대중에게, 평단에게, 때로는 단 한 사람에게 향할 때도 있지만 목적이 인정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아무리 붙여봐야 평단도, 대중도, 한 사람도 등을 돌린다면 예술가는 무너진다.
 그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베스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우아하게 동작을 소화할 수 있어도 주인공을 아무리 어설프더라도 젊고 아름다운 니나에게 밀려났을 것이고, 노마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표현력이 아니라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어가며 가치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베스는 니나의 젊음을 질투하며 젊음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니나는 흑조 연기가 어설픈 자신을 보완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니나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면 그건 흑조 연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늙어가며 매력을 잃기 때문일 것이라는 경고다.
 노마는 젊은 배우들은 상대도 되지 않을 부를 이미 갖고 있다며 그들을 무시한다. 젊은 배우들의 매력은 사라지지만, 자신의 부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부정하건 아니건 노마도 베스도 스스로를 해친다. 집착은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 베스와 노마는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걸 그리워하는 삶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그 해답도 그 배역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준다. 위노나 라이더는 자신의 처지에 맞는 베스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재기했고, 글로리아 스완슨은 영화 배우로서의 삶을 매듭 짓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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