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The Weight Of My Words
Kings of Convenience - The Weight Of My Words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마침 눈이 오고 있었다. 막 내리기 시작한 참이라 눈발은 굵지 않았는데, 그 듬성듬성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Kings of Convenience가 떠올랐다.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은 것은 오히려 중고등학생 때인데, 지금까지도 낡지 않고 갈수록 더 좋아지기만 한다. 이런 음악은 정말 드물다.
덩달아 나도 책을 읽는 동안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앨범을 들었다. 그러다 무척 좋아하는 이 곡이 나왔다. 나는 원곡보다 Four Tet의 리믹스 버전을 더 좋아하는데,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오늘은 이보다 더 완벽한 곡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사를 켜놓고 서툰 발음으로 열심히 따라불렀다.
유튜브를 하던 시절 이 곡을 치고 싶었던 적이 있다. 유명하지 않은 곡이라 함께하는 친구들에게 말도 꺼내지 않고 넘어간 기억이 난다. 오늘은 다시 또 이 곡을 치고 싶어진다. 가끔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곡은 코드와 멜로디를 찾아 내 마음대로 연주하곤 하는데, 몇 번의 연주가 끝나면 그대로 사라진다. 코드와 멜로디의 음, 심지어는 조성마저도 잊게 되고 그 곡을 쳤던 기억만 남는다. 그러면 그것은 순간의 충동에 기반한, 오직 사라짐이 목표인 연주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라진 음이 얼마나 될까. 가끔 나는 그렇게 사라진 음악들을 떠올리며 아까워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