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lue Note Re:imagined
서로 마주 앉아 각자가 가본 재즈 내한 공연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상대는 로버트 글래스퍼와 키스 자렛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키스 자렛의 첫 멜로디를 듣는 순간에 눈물이 났고, 로버트 글래스퍼는 리듬을 뒤집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키스 자렛은 확실히 영적이고 로버트 글래스퍼는 힙하지"라고 답했는데, 로버트 글래스퍼가 힙하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로 정정했다. "로버트 글래스퍼가 힙하진 않지. 힙한 건 왠지 좀 더 가벼워야할 것 같은데, 그러면 차라리 아노말리가 힙한 거지." 상대는 공감하며 웃었다.
Black Radio를 인상 깊게 듣던, 그 앨범이 막 나온 2012년이었다면 당당하게 말했을 것 같았다. 로버트 글래스퍼는 힙하다고. 하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오며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시간의 축적과 함께 그의 이름엔 무게가 쌓여만 가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십 년이 더 지나고, 십 년이 한 번 더 지나면 아마도 로버트 글래스퍼는 거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블루노트 리:이매진은 수많은 재즈 명반을 발매한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에서 나온 곡을 영국의 신예 아티스트들이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해석해 연주한 프로젝트이다.
위의 대화를 나눈 시점에서 다시 듣게 된 이 앨범은 그냥 힙한 것도 아니고 초힙한 사운드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앨범을 처음 듣던 당시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아이디어에 계속 전율하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개인 앨범들은 생각보다 밋밋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이 앨범에만 담긴 에너지는 무엇일까?
오늘 깨닫게 되었다. 가능성과 패기만 있을 뿐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앞서 큰 업적을 이룩한 아티스트의 작품과 이름에 누가되지 않게, 블루 노트라는 단단하고 거대한 우산 아래서 자신이 해오던 것 이상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꼈던 에너지는 그것이었던 것 같다. 이것은 음악가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리스펙이구나.
나는 이 앨범에서 Alfa Mist의 Galaxy와 Jordan Rakei의 Wind Parade를 가장 좋아하지만, 오늘은 Mr Jukes의 Maiden Voyage를 계속 반복해 들었다. 이 곡의 원곡은 허비 행콕. 이제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한 거장이 되어버린 허비 행콕도, 한 때는 힙한 아티스트였을 것임을 생각하니 어쩐지 뭉클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Mr Jukes - Maiden Voyage
Herbie Hancock - Maiden Voyage
Herbie Hancock - Rock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