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몸의 일기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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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 몸의 일기

아프지 않을 때는 몸에 관심도 없다가 어딘가 고장 나고서야 당연한 건 없다며 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크게 아팠던 후로 나의 중요한 화두는 건강이 되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시시하게 느꼈을 몸의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 읽게 된다.

이 책은 한 남자가 10대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몸을 관찰하며 남긴 몸의 기록이다. 생각이 아닌 몸의 기록을 남기는 일은 새로워 보인다. 나를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건 생각이 아니라 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생각도 그렇지만, 몸 역시도 나날이 변해간다. 몸의 일기를 써본다.

3n살 2021년 5월 21일

저번 주부터 계속 왼쪽 다리가 저리고 이상하게 기운이 없다. 하루 한 번 낮잠을 꼭 자야 하고, 깊게 자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뻐근한 느낌만 든다. 종일 미열이 있고 금방 머리가 멍해진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다. 자꾸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떤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59세
여름이 끝나가면서부터 이따금 왼쪽 어깨뼈 아래쪽이 견딜 수 없이 가렵다. 척추의 문제인 것 같긴 한데, 특히 너무 많이 먹었을 때 그 증세가 나타난다. 아직까지 일기에 쓰지 않았던 건, 그 증상이 반복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72세 9개월 16일
얼마 전부터 배에 가스가 심하게 찬다.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나오는 걸 참을 수 없다. 그럴 때 난 기침을 하면서 방귀를 뀐다. 기침 소리가 방귀 소리를 덮으리라는 유치한 계산으로. 그러나 그 계략이 먹혀드는지 아닌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내 귓속에선, 밖에서 나는 폭발음을 기침 소리가 덮어주는 게 확실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교양이 넘쳐, 내 무례함을 비난하기보단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침 걱정을 해주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못난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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